그린란드를 미국에 이양할 것을 요구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 얼음에 덮인 극지방의 거대한 섬이 지정학적 요충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런 정치적 논란과는 별개로, 과학자들은 그린란드에서 훨씬 더 근본적인 변화를 관측하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섬을 덮고 있는 빙상(ice sheet)이 빠른 속도로 녹아 사라지면서, 전 세계 해수면은 상승하고 있는 반면에 그린란드 주변의 해수면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는 역설적 현상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으면서 전 세계 해수면은 상승하고, 그린란드의 해수면은 하강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이 현상이 단순한 빙하 융해 문제가 아니라, 지구 내부 구조에 대한 기존 이해를 흔들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서부 일루리사트(Ilulissat)의 빙하 피오르드로 향하는 하이킹 코스의 여름 풍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는 상승, 그린란드는 하강?
그린란드에는 지구에서 남극 다음으로 큰 육상 얼음덩어리가 있습니다. 그린란드에 쌓인 얼음의 총량은 부피로 290만~300만km³, 무게로는 2600~2800조톤입니다. 이 그린란드 빙상이 녹으면 그 물은 바다로 흘러 들어가 전 세계 해수면을 높입니다.
현재 그린란드 빙상은 기후변화로 인해 쌓이는 눈의 양보다 녹거나 바다로 빠져나가는 얼음의 양이 더 많은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얼음 손실 속도는 지속적으로 빨라졌으며, 최근에는 매년 평균적으로 서울 면적(605km²)에 평균 두께 400~500m의 얼음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과 비슷한 규모의 얼음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빙상이 모두 녹을 경우,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은 약 7.4m 이상 상승할 수 있지만, 이는 수천 년에 걸쳐 진행될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해빙으로 해수면이 일률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이언스>가 인용한 논문 ‘그린란드 해안을 따라 21세기에 나타날 해수면 하강 전망(Projections of 21st-century sea-level fall along coastal Greenland)’에 따르면 그린란드 육지는 얼음의 하중에서 해방되면서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해안 일부 지역의 반동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빨라 2100년까지 해수면이 1미터에서 거의 4미터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이 현상은 빙하 하중이 지역별로 다르게 제거되면서 나타나는 불균등한 지각 반발로 설명됩니다. 최대 3.4km에 이르는 두꺼운 얼음이 오랫동안 눌러왔던 지각이, 빙하가 녹아 하중이 줄어들자, 그 압력에서 벗어나 위로 솟아오르게 된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그린란드 주변의 해저 지각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부 해안 지역에서는 상대적 해수면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빙하가 줄어들면서 바닷물의 총량은 증가해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은 상승하고 있지만, 그린란드 인근에서는 지각 상승효과가 이를 상쇄하면서 해수면이 상대적으로 낮게 측정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설적인 해수면 변화는 지구 물리학과 빙하 역학이 어떻게 서로 얽혀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맨틀 위에 떠 있는 지구 표면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려면 단순히 표면의 얼음과 물만 보는 것을 넘어서, 지구 내부, 특히 맨틀의 움직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지구 맨틀은 전통적으로 빙하가 형성되고 사라지는 시간 규모에 비해 매우 느리게 변형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이러한 가정이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린란드 사례에서 확인되듯, 빙하량이 급격히 줄어들 경우, 지각은 기존 예측보다 훨씬 빠르게 반응해 상승하며, 이러한 반응 속도는 지진파 전파 속도나 맨틀의 점성처럼 지구 내부 물리적 특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관련 논문들은 빙하량 감소가 가져오는 영향이 시간과 공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빙하가 사라지면 단순히 바닷물의 양이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고, 중력장의 변화로 해수면이 재분포되고, 지각과 맨틀 역시 지역별로 서로 다른 속도와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이런 복합적인 작용 때문에 빙하 융해는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해수면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해수면 변화 예측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과거에는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일률적으로 상승한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빙상의 융해로 인한 바닷물 증가, 지각 반발에 따른 지역적 해수면 하강, 중력장 변화로 인한 해수면 재배치, 그리고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지구 내부 구조의 역동성이 함께 작용하는 훨씬 복잡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요인들은 전 지구적 해수면 변화를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 보다 정교한 모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1993년부터 2023년까지의 전 세계 평균 해수면 시계열(global mean sea-level time series)을 고도 측정 자료를 이용하여 나타낸 그래프(파란색). 붉은색 우상향선은 향후 추정치. (이미지=NASA JPL)
그린란드 빙상의 변화는 먼 북극에서 벌어지는 국지적 현상이 아닙니다. 해수면 상승은 이미 전 세계 저지대 해안 도시와 섬나라에서 현실적인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왔습니다. UN의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의 보고에 따르면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은 1900년 대비 2018년까지 약 15~25cm 상승했고 상승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2024년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 분석에 따르면 연간 상승폭도 위성 관측이 시작된 1993년 2.1mm에서 2024년 4.5mm로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해안 지역에서는 상습적인 침수와 폭풍 피해가 잦아지고, 바닷물이 지하수와 식수원으로 스며드는 염수 침투 현상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그린란드뿐 아니라 남극 빙상을 포함한 극지방 빙하의 동시다발적 감소가 누적된 결과로, 해수면 상승의 속도 역시 기후변화의 가속화와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빙하가 녹아 전 세계 해수면이 상승한다는 예측은 이제 단순한 물의 증가 문제가 아니라, 지구 내부 역학과 맞물린 복합적인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린란드의 거대한 빙상은 지구 기후 시스템과 지각의 물리적 영향이 맞물려 작동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연결 고리입니다. 이 변화는 인류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촉발된 최근의 정치적 논란은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를 부각시켰습니다. 그러나 그린란드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구과학적 변화는, 인간이 계산해온 전략적 가치를 무색하게 할 더 근본적인 차원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경주 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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