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반도체 호황에 따른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만할 때가 아니다”라며 다시 한번 ‘위기론’을 꺼내 들었습니다. 이 회장이 위기의식을 강조한 만큼 삼성의 재도약을 위한 투자 전략·조직 운영 등의 강도 높은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삼성의 재도약을 이룩할 신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세미나에서 “숫자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며 “지금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이 같은 메시지를 강력한 ‘경고’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의 호실적이 반도체 호황에 따른 영향이 큰 데다, 아직 본원적 경쟁력 회복에 다다르지 않은 만큼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이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지적입니다. ‘마지막 기회’라는 언급도 사실상 ‘배수의 진’을 친 셈으로, 이번 실적 개선 후 구조적 회복을 넘어 ‘초격차’까지 이르지 못한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이 깔린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호실적이 내부의 성과가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반도체 슈퍼사이클 등 외부의 환경적인 변수에 의한 영향이 큰 만큼 경각심을 짚어준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 조직의 기강을 바로잡는 등 더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한 액션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위기의식은 현재 삼성전자가 처해 있는 복잡한 경영환경에서 기인합니다.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지난해 분기 최대 영업익 20조원이 예상되는 등 실적 개선세는 뚜렷하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 실기에 따른 여파가 현재진행형인 까닭입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시 글로벌 1위인 대만과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고전 중인 데다, 중국 기업들이 첨단 메모리 시장까지 치고 올라 오는 등 위기가 여전합니다. 이는 AI 열풍에 따른 호실적 등 숫자의 ‘착시’를 경계한 이 회장의 경고가 나온 배경으로 지난해 위기 속에서 언급된 ‘사즉생’ 질책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이번 경고가 삼성전자의 변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호실적이 예상된 상태에서도 위기의식을 놓지 않고 있는 만큼 실적 반등 이후 본원적 기술 경쟁력 회복과 미래 먹거리를 위한 삼성의 투자 전략·조직 운영 등 경영에서의 변화가 보다 크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삼성전자는 본원적 기술력을 회복해 초격차 기술을 빨리 만들어내는 것과, 미래 먹거리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라며 “로봇 사업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신사업을 발굴하고 미래 먹거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이 지금까지 매출과 수익성 창출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기술력 회복을 통한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할 때”라며 “삼성의 반도체 플랫폼의 고른 성장뿐 아니라 다양한 계열사를 활용해 AI 중심의 유기적인 발전을 이뤄낼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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