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퇴직…10년의 강)“사적연금·국민연금 모두 당겨서 수령해야”
⑤전문가 방담
DB에서 DC로·은행에서 증권사로…ETF 선호 증가
성과급 잔치상에 퇴직연금 유치전…근로소득도 가능하게 길 터야
2026-01-30 06:00:00 2026-01-30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50대 인구가 많다는 것은 은퇴와 노후에 대한 니즈가 증폭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금융회사들의 대응은 아직 기관 영업과 자산가 컨설팅에 집중돼 있으나 방향에선 일반 개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많은 이들의 노후 문제를 고민하고 상담하는 은퇴 전문가들과 함께 은퇴 전후의 50대들이 안고 있는 현실과 고민, 연금의 기능과 활용, 그리고 제도에 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참석자> 장선필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대표,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이기택 KB국민은행 연금사업부 부장. 진행: 김창경 기자
 
28일 신영증권에 퇴직연금 전문가들이 모여 50대의 퇴직과 노후생활, 제도 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민주영 신영증권 이사, 장선필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대표, 김창경 기자, 이기택 KB국민은행 부장. (사진=신영증권)
 
김창경 기자(이하 김): 요즘 증시가 뜨거워서 연금 가입자들도 이쪽으로 관심이 크겠네요. 
 
이기택 부장(이하 이): 은행 퇴직연금은 주로 DB형과 DC형으로 운용되는데 운용(지시)하는 DC형 가입자들이 주식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DC형 내 상장지수펀드(ETF) 순증액도 급증했고요. 예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에서 TDF(타겟데이트펀드)로 이동하더니, 이 중 일부는 ETF로 가는 분위기입니다. 
 
민주영 이사(이하 민): DC형 가입자들은 나름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부류입니다. 직장마다 키맨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누가 ETF로 수익률이 얼마 나왔다 자랑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직원들도 관심을 갖게 됩니다. 
 
장선필 대표(이하 장): 요즘 은퇴 상담하는 분들이 포모(FOMO)를 호소합니다. 고수익 상품이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큽니다. 디폴트옵션만 설정돼 있어도 괜찮은데. 퇴직금이 8억원 넘는 사람도 괜찮은 ETF 종목 소개를 부탁하더군요. 또 DC형을 운용 중인 기업 직원들도 투자상품이 없다는 이유로 생긴 불안감이 꽤 큽니다. 최근 상담한 중소기업은 DB형으로 10년을 유지했는데 직원들 요청이 많다고 DC형으로 갈아타려고 하더군요. 기존의 생각들이 허물어지는 시기 같습니다. 
 
이: 개인들이 물어볼 땐 투자 성향, 수령까지 남은 기간 고려해서 얼마나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지 보고 판단합니다. 감내할 수 있어도 연금 개시 얼마 안 남았으면 공격적인 투자를 권하기 어려워요. 그런데 그런 것 다 무시하고 공격적으로 고수익 지향하는 분위기인 것은 분명합니다. 
 
김: 일반적으로 40대 중반 이후에 연금 등 노후 준비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연금 적립액도 얼마 안 되고, 적은 돈으로 노후 걱정하자니 투자로 눈이 갑니다. 더구나 강세장을 만나 주식으로 내몰리는 분위기입니다.
 
이: 40대 중반에라도 시작하면 잘하는 겁니다. 3층 보장이잖아요. 늦게 시작했어도 퇴직금은 있을 테니까. 연금에 매년 900만원씩 10년 모으면 1억 넘고 거기에 퇴직금 보태고, 65세 이후 국민연금 200만원 정도 나오면 풍족하진 않아도 생활은 가능합니다.
 
주택, 노후자산으로 적극 활용해야
 
김: 요즘 현장에서 많이 듣는 얘기는 무엇인가요?
 
이: 퇴직 시점과 국민연금 수령까지 10년 정도 연금 크레바스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많습니다. 그래서 다들 재취업을 준비합니다. 직장생활 노하우를 살리면 좋고 아니면 관심 분야 체크하면서 자격 준비해서 나와야죠. 나와서 고민하면 늦습니다. 연금 자산은 사전 적립이 중요해요. 최대한 많이 모을 것을 강조합니다. 
 
장선필 대표. (사진=신영증권)
장: 은퇴한 또래들 만나면 국민연금을 조기 수령하는 게 유리한지, 미루면 얼마나 더 받는지 궁금해하더군요. 또 퇴직금으로 연 5% 정도 중위험 중수익 투자할 만한 상품이 뭐가 있는지도 많이 묻습니다. 다음은 건강보험료 등 고정비 줄이는 법, 또 주택연금도 관심이 큽니다. 공시가 15억 이하 주택만 신청할 수 있는데 초과하는 주택도 은행 역모기지 상품이 있으니까. 농지연금, 산지연금이 있다는 것도 알아요. 
 
민: 월 200만~300만원 연금 받는 분이 이걸로 부족하니까 주택을 어떻게 유동화할지 묻는데, 팔자니 더 오를 것 같고 한편으론 자녀들이 싸움 나지 않게 증여하는 것까지 두루 고민하더군요. 
 
김: 자녀들이 독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을 온전히 부부의 노후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이: 요즘 집 팔려고 하면 애들이 왜 파냐고 한답니다. 1주택자도 집은 상속 증여까지 고민합니다. 물려줄 생각을 하니까 주택연금이 활성화 안 되는 것 같은데, 아끼느라 곤궁하게 살지 말고 집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장: 집을 재산으로 생각할 나이가 아닙니다. 50대 중반에 퇴직해도 어떤 형태로든 재취업하는데요. 월 200만원이든 300만원이든 생활비 마련하고, 학비, 결혼자금 등 큰 돈은 주택대출로 보전 가능합니다. 그렇게 활용하다 대출받은 집도 주택연금 신청할 수 있습니다. 
 
김: 주변에 은퇴한 지인들 보면 자격증 몇 개 따도 결국 물류센터에서 일하더군요. 
 
장: 현실적으로 50대 일자리가 적습니다. 회사 나와 실업급여 받기 위해 구직활동을 하는 친구가 월 400만원 넘는 일자리를 찾으니까 아예 없다는 겁니다. 다 220만원, 250만원 이렇습니다. 그래도 여자는 요양보호사 같은 자리라도 있는데 남자는 수요가 없다는군요. 어느 협회에서 실버 세대를 위한 자격증을 여럿 소개했던데, 이 자격증 따서 운 좋게 취업해도 최대 월급이 250만원입니다. 
 
민: 친구가 쿠팡 배송합니다. 하루 몇 건 예상하고 시작했다가 동료들이 150건, 200건 했다는 얘기 듣고 경쟁이 붙어 탈이 났어요. 무리하다 쓰러질 뻔하고. 일도 체력에 맞게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또 자격증만 따려는 사람 있는데, 비용 많이 듭니다. 자격증 취득했다고 바로 일거리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포크레인 자격을 땄는데 일감이 안 들어온다는 겁니다. 초보라 서투르다는 이유로. 가만 보면 업종 상관없이 자격보다는 인적 네트워크가 훨씬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연금 일찍 받는 게 유리
 
김: 준비한 노후자산이 여유 있다면 일자리 욕심 크지 않겠죠. 결국 한정된 자산이라 그런데, 준비한 연금자산이 적어도 55세부터 바로 수령하는 게 좋을까요?
 
이기택 부장. (사진=신영증권)
이: 일자리 구했다면 최대한 늦추는 게 맞는데 그게 아니라면 바로 개시하는 게 좋습니다. 요즘 국민연금도 조기 수령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데 개인적으로 당겨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65세에서 수령 시기를 당기면 1년에 6%씩 연금이 감액되고, 1년씩 미루면 7.2%씩 증액됩니다. 최대 5년을 당겨 60세부터 받으면 200만원 나올 거 140만원 받는 건데, 시뮬레이션 해보면 정상적으로 수령할 때와 총액 같아지는 나이가 78세인 것으로 나옵니다. 반대로 최대 5년을 미루면 금액이 동일해지는 시점이 83세입니다. 83세 이후로도 무한정 받는다고 가정하면 연금 시작을 늦추는 게 맞겠죠. 그런데 연금은 잔존기대수명과 연관해 생각해야 합니다. 일찍 사망할 위험도 있거든요. 연금 고갈 이슈도 있고. 지금 소득이 있는 게 아니라면 앞당겨서 받는 게 낫지 않을까요? 개인연금도 55세부터 수령 시작하고. 
 
장: 당겨 받는 것이 세금과 건강보험료 산정 때도 유리합니다. 사적연금 수령액이 연 1500만원을 넘으면 종합소득세 산정할 때 합산해 과세합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도 합산하니까 감안해서 설계해야 합니다. 수령 시기를 당기면 수급액이 줄어 세금과 건보료 산정 기준을 낮추는 효과도 있습니다. 다른 소득이 없으면 괜찮은데 재취업하는 등 추가 수입이 있으면 합산돼서 연 2000만원을 넘습니다. 그러면 자녀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던 건강보험 자격 박탈되고 바로 주택, 다른 자산 다 합쳐서 건보료가 산정돼 부과됩니다. 서울에 집 한 채 있으면 월 30만~40만원 나옵니다. 그래서 상담할 때마다 항상 건보료 어떻게 처리하느냐고 물어요. 소득 끊겼을 땐 고정 지출 줄이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집도 다운사이징해 관리비 줄여야 하고요. 연간 수령액 연 2000만원 안 넘기려고 국민연금 풀로 당겨서 4~5년 조기 수령하겠다는 분도 봤습니다. 
 
민: 회사에서 일본 전문가를 모신 적이 있습니다. 일본은 고령화가 심각해서 연금제도가 무너지고 있다고 평가하더군요. 그래서 일본에선 WPP(Work, Private Pension, Public Pension: 일, 사적연금, 공적연금)가 유행입니다. 70세까지 일해요. 그때까지 근로소득으로 살다가 연금을 받겠다는 겁니다. 인플레도 통계보다 실질 물가가 더 높습니다. 10년 전엔 적정생활비 2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300만원입니다. 10년 후엔 400만원 필요하지 않겠어요? 가급적 늦게까지 일하고 연금은 늦게 받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장: 우리끼리 남자 80% 이상은 83세 생일상 못 받을 거라고 농담합니다. 국민연금을 최대한 연기해서 더 받으면 좋겠지만, 1~2년이라도 앞당겨 받는 쪽을 권합니다. 얼마 전 모 대기업에서 퇴직연금 상담하는데 8000만원 모았다는 직원이 보험사 종신연금 좋으냐고 묻더군요. 저는 종신형이 그리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연금액으로 따지면 종신형이 더 적어요. 
 
김: 오래 전 모 은행 PB팀장이, 연금은 은행, 증권에서 가입해 운용하다가 수령 시점 맞춰 연금보험으로 옮기라고 권하시더군요. 보험에만 종신형이 있는데 이전할 때 사업비 때문에 적립금 일부 훼손되는 걸 감안해도 메리트가 크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민: 그래서 저는 종신형이 필요하다 보는데, 비용이 비싼 게 단점이에요. 또 살면서 생기는 갑작스런 이벤트 등에 유동화시키기 어렵고요. 그래서 일정 비율은 종신으로 가고 나머지는 직접 운용하면서 적절하게 섞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종신형 연금은 확정형보다 비용이 많이 깔려서 연금수령액이 적죠. 국민연금이 이미 종신형인데 굳이 이런 종신연금이 추가로 필요할까요? 장수 리스크 크지만 조기 사망 위험도 있는데요. 보완 의미의 추가 종신연금은 과하다고 봅니다. 국민연금을 당겨서 받는 게 좋다고 보는 것도 어쨌든 70세 이전에 활동이 더 많겠죠. 
 
근로소득→퇴직연금 적립 가능해야
 
김: 연금 관련 제도 복잡합니다. 개선할 것들이 있을 텐데요?
 
장: 연금, 노후 관련 법규와 세제 등이 전부 조각나 있습니다. 과감한 개혁, 변화가 필요합니다. 특히 건보료 관련 문제가 큽니다. 퇴직연금이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 브릿지 역할을 해야 하는데 다들 주택 마련 때문에 퇴직금을 중도 인출해서 씁니다. 국내 직장인들이 평균 6년 주기로 이직한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이직해도 퇴직금이 차곡차곡 쌓여야 하는데 옮길 때마다 찾아 써요. 퇴직금에 통산 기능을 적용해야 합니다. 중도 인출도 제한해야 해요. 
 
이: 퇴직연금이 후불 임금 개념이라 중도 인출을 제한할 수는 없을 겁니다. 퇴직연금이 퇴직금에서 전환한 것이라 근로자들도 임금을 나중에 받는 것으로 여기죠. 퇴직연금에서 기업연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퇴직금 적립액을 DC형에 납입하면 회사에서 비용으로 회계처리해요, 급여도.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채권-채무 관계입니다. 회사가 사내 복지 성격으로 기업연금을 도입하고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어 유인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합니다. 요즘 금융사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경영성과급 유치하려고 경쟁 중입니다. 이건 근로소득을 퇴직소득으로 바꿔 절세하겠다는 것이죠. 근로소득세율 35% 잡힐 거 DC 계좌에 넣으면 퇴직소득세로 5~10%만 내면 되니까. 또 근로소득이 줄면 건보료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민: 젊은 친구들은 성과급을 퇴직연금에 넣는 걸 안 좋아합니다. 주택자금 등으로 써야 하니까. 나이 든 직원들과 의견이 엇갈려요. 올해부터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으면 10년 이하는 30%, 10년 넘으면 40%, 20년 넘으면 50% 절감됩니다. 이것으론 부족하죠. 절세로만 발전할 뿐 인출 설계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영국, 네델란드는 금융회사가 인출에 대한 방법, 인출 후 운용법 등 안내하도록 돼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퇴직금으로 찾고 끝, 금융회사는 지급하고 땡입니다. 인출 후 관리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당장 IRP도 부분 인출 안 되는데, 유연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씀이 있다면?
 
장: 퇴직연금이 말만 연금일 뿐 사실상 연금 기능이 없습니다. 퇴직금을 연금으로 분할 수령하는 사람이 그나마 늘어서 10% 정도예요. 여전히 다른 형태의 퇴직금으로 생각합니다. 의식도 바뀌어야겠지만 제도적으로 일시금으로 찾을 때 불이익을 주거나 연금으로 받을 때 인센티브를 키워야 합니다. 
 
이: 머릿수로는 10%이지만 수령액 기준으론 30%쯤 될 겁니다. 근로소득에서 퇴직소득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지금은 경영성과급 정도만 가능한데 평소 근로소득에서 퇴직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게. 세율이 높으면 퇴직연금 전환 수요가 있을 겁니다. 덧붙이면, ETF 때문에 다른 업권과 신경전 있는데, 은행도 실시간으로 ETF 매매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합니다. 
 
(사진=신영증권)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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