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올해 1월 이동전화 번호이동 시장이 100만명에 육박하며 단말기유통법(단통법) 시행 직전이던 2014년 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번호이동 활황은 보조금 대란이 시장을 달궜던 12년 전과 달리 해킹 책임을 둘러싼 KT의 위약금 면제 결정이 촉발했고, 이를 기회로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고객 유치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과거 2014년 초 시장이 보조금 경쟁에 치우치며 가입자 규모가 컸던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의 순감,
LG유플러스(032640)와 알뜰폰(MVNO)의 순증이 동시에 나타났다면, 올해 1월 시장은 KT만 순감하는 구조가 뚜렷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번호이동 시장이 커졌음에도 특정 사업자에만 이탈이 집중된 셈입니다.
2일 한국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1월 번호이동 건수는 99만934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월(59만3723명) 대비 68% 급증한 수치로, 2014년 2월(129만7092명) 이후 가장 높은 월간 이동 규모입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월 번호이동 규모가 평균 50만~70만명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급증입니다.
서울 시내의 휴대전화 판매점에 이동동신사 3사 로고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1월 번호이동이 폭증한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KT의 위약금 면제 조치가 꼽힙니다. KT는 해킹 사고 책임을 인정하고 지난해 12월31일부터 올해 1월13일까지 약 2주간 위약금 면제를 적용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고객은 31만2902명입니다.
위약금 면제 기간 종료 이후에도 KT 이탈은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1월 한 달간 KT에서 타사로 빠져나간 번호이동은 35만546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결과적으로 KT는 1월 이동통신 3사와 알뜰폰 가운데 유일한 순감 사업자가 됐습니다.
경쟁사들은 반사이익을 누렸습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15만8358명, LG유플러스는 5만674명 순증을 기록했습니다. KT 이탈 고객을 두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보조금·유통 인센티브를 확대하며 적극적인 고객 유치에 나선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결과를 단순한 보조금 경쟁에서 KT가 밀렸다고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과거 월 번호이동이 100만명을 넘겼던 2014년 1~2월 당시에도 통신 3사가 모두 공격적인 보조금을 집행했지만, SK텔레콤과 KT는 순감, LG유플러스와 알뜰폰은 순증이라는 구조가 나타났습니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보조금 경쟁이 격화될수록 가입자 기반이 큰 사업자는 방어에 나서도 순감이 발생하고, 상대적으로 가입자 규모가 작은 사업자는 순증이 나타나는 구조"라며 "이번에도 가입자를 지키려는 KT와 이를 뺏어 오려는 경쟁사 간 경쟁이 격화됐지만, 해킹 여파로 KT 이탈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결국 보안 신뢰도에 대한 부담이 번호이동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입니다.
시민단체 YMCA는 성명을 통해 KT가 과거 해킹 사고와 관련한 보안 현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보안 취약성에 대한 이용자 불안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동통신사 간 마케팅 경쟁이 격화되면서 알뜰폰의 상대적 소외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1월 알뜰폰 번호이동은 35만3648건으로 집계됐지만, 이 가운데 알뜰폰 간 이동(22만7552건)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외부 유입은 12만6096건에 그쳤습니다. 이 중 10만508건은 다시 이통 3사로 이동하면서, 알뜰폰 순증은 2만5588명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이통 3사처럼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기 어려운 알뜰폰 사업자에게는 번호이동 시장 확대 시기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겁니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사 중심의 마케팅 경쟁이 격화될수록 알뜰폰은 고객 유출 압박만 커지는 구조"라며 "시장 활황이 반드시 알뜰폰 성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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