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암, 자폐증, 에이즈, 코로나19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현대 의학이 해결하지 못한 난제마다 ‘기적의 치료제’로 등장해 온 물질이 있습니다. 바로 MMS(Miracle Mineral Solution, 기적의 미네랄 용액)입니다. 남미 볼리비아에서는 한때 코로나19 치료제로 의회 승인까지 받으며 국제적 논란을 일으켰던 이 물질에 대해, 과학계가 다시 한번 엄중한 사망 선고를 내렸습니다.
폴란드 브로츠와프 의과대학(Wroclaw Medical University)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MMS는 병원균을 죽일 수 있지만, 그 효과가 나타나는 농도에서는 인간의 세포와 유익균까지 무차별적으로 파괴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경험적 경고에 머물렀던 MMS의 위험성을 통제된 실험 환경에서 정밀하게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기적의 용액’이라고 버젓이 판매되다가 미국 FDA와 의학계로부터 강한 경고를 받았던 MMS.(사진=University of Nebraska)
세균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MMS의 주성분은 과염소산나트륨(NaClO₂)으로, 여기에 산(acid)을 섞으면 강력한 살균력을 가진 이산화염소(ClO₂)가 생성됩니다. 이는 본래 펄프 표백이나 수처리 시설에서 사용되는 산업용 소독제입니다. 폴란드 연구진은 이 물질이 황색포도상구균이나 대장균 같은 병원성 세균, 세균이 만드는 방어막인 ‘바이오필름(biofilm)’을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는지 실험했습니다. 결과는 긍정적이었습다. 세균은 사멸했습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대가가 따랐습니다. 연구진은 “세균이 사멸하는 농도인 30ppm(0.003%) 수준에서 인간의 피부 세포 또한 심각한 손상을 입었으며, 생체 모델 실험에서도 높은 세포 사멸률이 확인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즉, 몸 안의 나쁜 균을 죽일 정도의 양을 마시면, 사람의 정상 조직도 함께 녹아내린다는 뜻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장 건강의 파괴입니다. MMS 옹호론자들은 이 용액이 나쁜 병원균만 선택적으로 공격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우리 몸에 필수적인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가 이산화염소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연구진은 “MMS 복용은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붕괴시킬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자폐 아동에게 관장 형태로 MMS를 주입하는 행위가 아동의 장 점막을 파괴하고 평생의 면역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의료계의 우려가 과학적 사실로 확인된 것입니다.
연구진은 MMS가 주로 가정에서 자가 제조(DIY)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용량의 불확실성’을 경고했습니다. 연구진은 “의약품은 철저히 통제된 정량을 투여해야 하지만 MMS 사용자들은 규격화되지 않은 스포이트를 사용해 눈대중으로 산과 용액을 섞는다”며 “1ml가 15방울일 수도, 30방울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부식성 물질을 입에 털어 넣는 것은 극도로 무책임하고 위험한 도박”이라고 경고합니다.
특히 최근 MMS가 ‘비만 치료’나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마케팅까지 등장했습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지방 조직에 미치는 악영향은 언급하지 않은 채, 비만인들의 절박함을 이용하는 상술”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MMS의 주성분인 과염소산나트륨(NaClO₂)의 화학 구조.(이미지=위키피디아)
‘부엌 화학자’가 만드는 위험한 칵테일
이번 연구는 단순히 물질의 독성을 밝히는 것을 넘어, 왜 사람들이 이러한 가짜 의학에 빠져드는지에 대한 성찰도 담고 있습니다. 이 연구의 제1저자인 두덱-위허 박사(Ruth Dudek-Wicher)는 “MMS의 이익 대 위험 비율(benefit-risk ratio)을 따져보면 이익은 ‘0’이고 위험은 ‘상당히 높음’이다”라고 단언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동시에 과학계의 태도 변화를 주문했습니다. 그녀는 “사람들이 MMS에 의존하는 이유는 건강에 대한 두려움과 기존 의학에 대한 실망 때문”이라며 “무조건적인 비난보다는 존중과 공감을 바탕으로 한 소통만이 잘못된 믿음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브로츠와프 의과대학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시작으로 디메틸 설폭사이드(DMSO, Dimethyl Sulfoxide)나 각종 디톡스 요법 등 시중에 떠도는 또 다른 ‘기적의 요법’들에 대해서도 과학적 검증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절박한 환자들의 심리를 파고드는 ‘기적’이란 단어 뒤에는, 치명적인 위협 요인이 숨겨져 있습니다. MMS의 망령은 우리 주위를 늘 맴돌고 있습니다. ‘기적의 치료제’라는 달콤한 유혹을 맹신할 것이 아니라, 차가운 이성으로 과학적 근거를 따지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바른 선택입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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