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상혁 기자] 거래량 기준 세계 최대 가상자산(디지털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지난해 10월 디지털자산 가격 폭락 사태(‘10월 사태’)로 뒤늦게 이용자들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바이낸스가 이 정도로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원성을 듣는 건 지난 2017년 7월 거래소 창립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특히 10월 사태가 바이낸스의 책임이라는 이용자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은 국내 디지털자산 이용자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바이낸스는 지난 2023년 2월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 기존 주주들의 고파이 채무를 전부 떠안는 조건으로 지분 72.26%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고파이는 고팍스의 디지털자산 예치 서비스로 2022년 11월 글로벌 디지털자산 거래소 FTX 파산 여파로 이용자들에게 예치금을 지급하지 못해 운영을 종료한 바 있는데, 그 빚을 바이낸스가 떠안고 국내 우회진출을 시도한 것입니다.
그동안 스트리미 임원 변경 신고 수리를 미뤄왔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마침내 지난해 10월 이를 수리했습니다. 스트리미 최대주주가 된 바이낸스가 국내 거래소를 인수해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는 시기와 맞물렸기 때문에, 10월 사태에 대한 바이낸스 책임론은 국내에서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바이낸스 최대주주로 알려진 자오 창펑(CZ) 바이낸스 전 CEO.(사진=바이낸스)
10월 이후 4개월 하락장 지속
10월 사태 이후 넉 달이 지났는데도 이용자들의 비판이 커지고 있는 이유는 바이낸스 책임론이 불거졌던 10월을 기점으로 디지털자산 하락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자산 정보사이트 코인게코를 보면, BTC(비트코인)는 지난 4일(한국시간) 기준, 사태가 발생했던 지난해 10월 11일보다 37% 폭락한 7만6700달러(약 1억11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이용자들은 10월 사태 당시에는 하락이 일시적일 것으로 전망했지만, 사태 이후 가격 하락이 4달 가량 계속되자 이번 하락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최근 디지털자산 하락장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10월 사태를 꼽고 있습니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최근 비트코인 하락은 바이낸스 소프트웨어 오류에서 시작된 10월 사태 때문”이라며 “이때 280억달러(약 40조5972억원) 레버리지 포지션이 정리되면서 유동성이 위축됐다”고 CNBC에 설명했습니다.
이용자들이 10월 사태의 책임이 바이낸스에 있다고 보는 이유는 2가지입니다. 첫째, 10월 사태 당시 바이낸스의 디지털자산 가격 하락률이 다른 주요 디지털자산 거래소보다 컸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합성달러 프로젝트 에테나의 자체 스테이블코인 USDE(USDe)는 10월 사태 당시 글로벌 디지털자산 거래소 바이빗에서 최대 0.92달러(약 1333원)까지 떨어졌지만, 같은 시각 바이낸스에선 최대 0.65달러(약 943원)까지 급락했습니다. 바이낸스에서 거래되는 디지털자산 가격이 다른 거래소보다 현격하게 낮은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바이낸스는 전 세계 디지털자산 거래소 중 유동성이 가장 풍부하기 때문에 통상 가격 등락률이 다른 거래소보다 작습니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은 10월 사태에서 바이낸스의 책임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둘째, 10월 사태 당시 바이낸스에서 석연치 않은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벤슨 선 코인카르마 창립자는 지난 10월 16일 “사태 당일인 10월 11일 바이낸스 USDT(테더) 마켓에서 ATOM(코스모스) 가격이 0.001달러(약 1.45원)까지 떨어졌는데 같은 날 다른 거래소의 ATOM 최저가는 1.5달러(약 2175원) 수준이었다”라며 “이날 바이낸스에서는 100개 이상의 알트코인이 다른 거래소보다 10% 이상 낮은 최저가를 나타냈다”고 X(전 트위터)에 설명했습니다. 선 창립자는 특히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의 ATOM 최저가 차이를 비교했습니다. 코인베이스의 10월 11일 USD(US달러) 마켓 ATOM 최저가는 2.87달러(약 4160원)를 나타냈습니다. 이는 같은 날 바이낸스 USDT 마켓 ATOM 최저가(0.001달러)와 약 2870배 차이입니다.
미흡한 대처, 보상금도 제한적
바이낸스는 10월 11일 이에 대해 “일부 알트코인 가격이 0으로 표시된 것은 이용자인터페이스(UI) 오류였고 실제 거래 데이터는 정상적으로 기록됐다”고 해명했습니다. 10월 사태 당시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한 것입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UI 오류가 있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거래 데이터가 실제로 정상적으로 기록됐는지에 대해서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미 10월 사태 직후부터 바이낸스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바이낸스는 이후 10월 15일 “최근 디지털자산 폭락 사태로 피해를 입은 이용자들을 위해 개인투자자 3억달러(약 4353억원), 기관투자자 1억달러(약 1451억원)로 구성된 총 4억달러(5804억원) 규모 보상 프로젝트를 발표한다”고 웹페이지에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보상안도 선물 및 마진 거래자에게는 1인당 최대 보상금액을 6000달러(약 870만원)로 제한해 이용자들의 불만을 샀습니다. <디지털애셋> 취재 결과, 2월 4일 기준으로 10월 사태 때 바이낸스 선물 및 마진 거래 서비스를 사용하다가 강제청산 등 피해를 입은 이용자들은 여전히 6000달러 이상으로는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에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 앱 아이콘이 표시되어 있다.(사진=뉴시스)
바이낸스 “급락 우리 탓 아냐”
결국 이때 쌓였던 불만이 하락장이 장기화되면서 커졌기 때문에 2월 들어 바이낸스가 이용자들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바이낸스 최대주주로 알려진 자오 창펑(CZ) 바이낸스 전 CEO는 지난 1일 “10월 사태 때 기술적 문제로 피해를 입은 이용자에게 이미 보상을 완료했다”라며 “10월 사태의 원인이 바이낸스라는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바이낸스도 1월 31일 블로그에 “10월 사태 때 우리 플랫폼에서 일부 기술적 사고가 일어났으나 급락 자체는 우리 때문이 아니라 거시경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용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당시 기술적 사고의 구체적 원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밝히지 않은 채 버티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비판적인 분위기 탓인지 바이낸스는 1월30일 이용자보호기금(SAFU) 조성 목적으로 10억달러(약 1조4535억원)어치 비트코인 매입 계획을 발표하는 등 불만 진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바이낸스가 10월 사태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는 이상 불만은 쉽게 잠재워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송창석 블롭 웹3 디렉터는 “바이낸스는 전 세계에서 이용자가 가장 많은 디지털자산 거래소여서 단순 UI 문제로 일부 알트코인 가격이 0으로 표시됐다고 하더라도 표시된 가격만 보고 공포에 사로잡혀 매도하거나 포지션을 청산한 MM 및 개인 이용자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바이낸스가 계속해서 구체적인 문제 원인이나 재발 방지책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이용자 불신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상혁 기자 seminomad@digitalasset.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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