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방어, 증권사는 마케팅…‘환율 엇박자’
달러로 투자하는 파생상품 닷새간 1억 달러 모여
만기까지 달러로 묶인다…원화 약세에 베팅도
“정부 환율 상승 방어 사투 속 찬물”
2026-02-06 15:51:09 2026-02-06 15:52:22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정부가 금융권에 ‘달러 마케팅’ 자제를 요청했지만 달러 파생 상품이 증권사들에서 쏟아져 엇박자를 내고 있습니다. 투자자가 달러를 맡기면 만기 시 달러로 원금과 수익을 돌려받는 구조인데, 닷새 만에 모집액이 1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달러로 투자하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출시가 이어졌습니다. 현대차증권 2건의 모집액 합계는 약 3998만 달러, 한국투자증권 3건·2983만 달러, 유안타증권 2건·1498만 달러, 미래에셋증권 1건·999만 달러, 신한투자증권 2건·1500만 달러씩, 닷새 만에 모두 10건 약 1억978만 달러(환율 1469원 기준, 1613억원) 규모 상품이 나왔습니다. 이들 상품은 달러로 투자해 만기에도 달러로 돌려받는 구조라 1억 달러가 원화 환전되지 않고 만기까지 묶입니다.
 
 
이 중엔 달러로 원화 약세에 투자하는 상품도 눈에 띕니다. 현대차증권 2건 중 기타파생결합사채(DLB)의 경우 원·달러 환율을 기초자산으로 하며, 만기 시 환율이 기준보다 상승할 경우 약정 수익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추가 수익을 제공하는 만기평가 기준 환율이 2000원입니다. 환율이 2000원을 넘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고, 기준을 초과해도 수익 차이는 0.01%포인트에 불과합니다. 사실상 환율과 상관없이 이자를 주는 예금성 상품이지만 파생상품 형식을 빌려 발행 실적을 쌓고 달러를 모으는 목적으로 비칩니다.
 
이밖에도 BNK투자증권의 경우 원화로 투자하지만 역시 원화 약세에 베팅하는 DLB를 내놨습니다. 지난달 30일엔 하나증권도 DLB 2건으로 총 1000만 달러를 모집했습니다.
 
자금 출처별 현금흐름을 분석하면 외환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더욱 뚜렷합니다. 원화 자산가가 투자를 위해 원화를 달러로 바꿀 경우 직접적인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기존 달러 보유자에게는 재투자를 유도해 시중 달러 공급을 묶어두는 '잠금(Lock-in) 효과'를 일으킵니다. 특히 국내 증권사 상품의 특성상 외국인보다는 국내 고액 자산가와 법인의 달러 보관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집니다.
 
결국 이러한 흐름은 최근 금융권에 '달러 마케팅' 자제를 요청한 외환 당국의 기조와 배치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69원까지 치솟으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1480원선에 육박한 상황이라, 증권업계의 행보가 정부의 환율 방어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당국은 구두 개입과 실물 개입을 통해 환율 상승(원화 약세)을 막으려 사투를 벌이는데, 증권사는 오히려 '환율이 높으니 달러로 이자를 더 받으라'고 마케팅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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