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국내 가전업계가 TV 시장의 구조적 침체로 고심하는 가운데, 중국 업체 TCL이 출하량 기준 글로벌 TV 시장 1위에 오르며 삼성전자를 추월했습니다. 시장 전반의 수요 둔화와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반등 계기로 기대를 모았던 제25회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마저 흥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 실적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경쟁사들의 추격과 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업계에서는 단순 성능 경쟁 외의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관람객들이 중국 가전업체 TCL의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 TV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점유율이 국내 기업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TCL의 글로벌 TV 출하량 점유율은 16%으로, 삼성전자(13%)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습니다. 직전 달인 11월에는 삼성전자(17%)가 TCL(16%)를 앞섰지만, 12월 들어 순위가 뒤집혔습니다.
연간 합산 점유율로 보면 중국 업체들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9%)의 합산 점유율은 24%로, TCL(13%)과 하이센스(12%)의 합산 점유율 25%에 1%포인트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저가 제품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여온 TCL은 최근 국내 업체들이 주도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프리미엄 TV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TCL은 일본 소니의 TV 사업부문과 합작 법인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기존의 가격 경쟁력에 소니의 기술력과 브랜드 신뢰도까지 더해 국내 기업들을 추격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TV 수요 정체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속에 실적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DA(생활가전) 사업부는 약 6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LG전자 MS사업본부 역시 261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 2026’가 열린 가운데 관람객들이 삼성전자의 단독 전시관에서 마이크로 RGB TV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문제는 이러한 우려가 1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올해는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등 부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가 부담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LG전자는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2026년에는 동계올림픽, 월드컵 등 스포츠 이벤트로 수요 개선 기대가 있으나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메모리 반도체 등 일부 부품 가격 상승분의 판가 반영이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시장 수요는 전년 대비 소폭 성장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업계가 기대했던 ‘스포츠 이벤트 특수’도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통상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가 개최되는 해에는 TV 교체 수요가 증가하지만, 지난 7일 동계올림픽 개회식 시청률은 1.8%(닐슨코리아 집계 기준)에 그치며 관심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후로도 북중미 월드컵, WBC 등 대형 이벤트가 예정돼 있으나,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스포츠 이벤트를 통한 수요 반등 기대도 약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국내 업체들은 단순 완제품 경쟁을 넘어 플랫폼을 차별화 요소로 삼겠다는 구상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TV 제조사는 많지만 독자 스마트 TV 운영체제(OS)를 가진 기업은 많지 않다”며 “세트 부분에서 성능을 받쳐주되, 그 외에도 OS 등의 특장점을 가져가 고객에게 어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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