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약속 깬 삼성생명 '기묘한 배당'
2026-02-26 16:07:05 2026-02-26 18:39:41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매각 차익을 배당 재원에 포함하겠다는 과거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주주환원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배당 확대의 과실은 결국 상속세 재원이 필요한 오너가에서 챙기는 반면 소액주주 기대는 저버렸다는 지적입니다.
 
삼성전자 지분 매각익 배당 제외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지난해 삼성전자 지분 매각으로 발생한 차익을 배당 재원에 포함하겠다는 과거 입장과 달리, 이를 제외한 결산배당을 결정하면서 주주환원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증권가에서 제기됐습니다.
 
삼성생명은 당초 보유 중이던 삼성전자 지분 8.51% 가운데 지난해 2월 삼성전자 주식 425만2305주를 약 2364억원에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해 지분율을 8.44%로 낮췄습니다. 같은 날 삼성화재도 삼성전자 주식 74만3104주를 413억원에 매각해 지분율을 1.49%에서 1.48%로 조정했습니다.
 
금융사가 비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10%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금산분리 규제 위반 가능성을 사전에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당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율은 각각 8.51%와 1.49%로 합산 10%에 달했습니다. 이후 양사가 확보한 매각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두고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해 결산 기준 주당배당금(DPS)을 전년(4500원) 대비 17.8% 늘어난 5300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이에 따른 배당금 총액은 9517억원이며, 배당성향은 전년 38.4%에서 41.3%로 5.6%p 상승했습니다.
 
이완삼 삼성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0일 컨퍼런스콜에서 "2025년 배당을 책정할 때 지난해 2월 발생한 삼성전자 매각 이익도 배당 재원에 포함해 결정했다"며 "향후 매각익 발생 시점과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워 배당 지급률 등을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대규모 관계사 주식 처분이나 비경상 손익이 발생할 경우 적정 기간에 걸쳐 배당 재원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전략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결산배당 발표 이전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주식 소각에 따른 처분익(AOCI)을 배당성향(41.3%)만큼 반영할 경우 DPS는 5800원 수준이 가능하다"며 "지난해 매입한 2·3차 자사주를 현재 주가에서 소각하면 삼성생명 DPS는 약 1070원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한 보유 지분가치 상승을 반영해 삼성생명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19% 상향한 17만6000원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결산배당 발표 이후 지난 23일 공개한 후속 보고서에서는 "삼성생명의 배당정책은 2028년까지 주주환원율 50% 달성을 목표로 한 선형적 배당성향과는 부합하지만, 삼성전자 지분 처분익은 배당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분기 실적 발표 당시 매각익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언급한 것과는 다른 결과"라고 지적했습니다. 삼성생명은 2022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삼성전자 지분 매각 차익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 연구원은 "현재 삼성생명의 시장가치는 삼성전자 지분가치가 본업의 사업가치를 상회한다"며 "매각이 전제되지 않은 자산임에도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보유 지분에서 발생하는 회계적 이익이 주주에게도 공유될 것이라는 기대가 전제돼 있는데, 이를 지지할 근거는 점차 약해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유배당 계약자 지분 전부 자본 편입
 
배당 논란은 삼성생명의 회계 처리 문제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삼성생명이 과거 '일탈 회계'로 분류됐던 유배당 보험 계약자 몫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해당 몫을 전부 자기자본으로 편입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습니다.
 
삼성생명은 지난 19일 감사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부채로 관리해온 유배당 계정의 삼성전자 지분 평가이익을 자본으로 재분류했습니다. 이는 1980~90년대 판매된 유배당 보험 상품 가입자들이 납입한 보험료로 형성된 자산이라는 이유로 그간 부채 성격으로 관리돼 왔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계약자지분조정 표기를 허용했던 예외적 회계 처리를 더 이상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삼성생명은 이를 자본으로 조정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결산 기준 삼성생명의 자기자본은 전년(26조7000억원) 대비 크게 늘어난 64조8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과거 재무제표를 소급 작성하면서 자본으로 편입된 금액은 2024년 초 기준 7조7352억원에 달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주가 상승에 따른 계약자 이익 증가를 근거로 배당 확대를 정당화하는 것은 불확실한 시장 환경을 감안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보험부채가 '0원'으로 공시될 경우 계약자 권리가 소멸된 것처럼 오인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손혁 계명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지난달 29일 국회 토론회에서 "보험부채를 단순히 0원으로 공시하는 것은 또 다른 분식회계 리스크로 해석될 수 있다"며 "IFRS17에 따른 최선추정부채 산정 방식과 합리적 계산 근거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병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전무 역시 "부채 0원이라는 표현은 진실을 호도할 수 있다"며 "유배당 보험 관련 결손과 향후 보험사에 미치는 부담, 원가 구조 등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지배구조 속 '이중적 배당' 논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삼성생명의 배당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입니다.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한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삼성생명의 배당금은 결국 오너 일가의 배당 및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되는 구조입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소액주주와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 지분 매각익은 배당 재원에서 제외하면서도, 삼성생명의 일반 배당성향은 41.3%까지 끌어올린 행보를 두고 이중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오너 일가에 필요한 현금 흐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실제 삼성생명의 배당성향은 △2022년 24.8% △2023년 35.1% △2024년 38.4% △2025년 41.3%로 꾸준히 확대돼 왔습니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고배당 기조와 공격적인 자본 확충이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방어적 전략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중장기 배당성향을 50%까지 계속 점진적으로 확대하려는 로드맵을 이행할 계획"이라며 "(삼성전자 매각 차익분을 한 번에 특별배당 하지 않은 이유는) 경영적인 판단도 있겠지만 주주 입장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배당을 받는 것이 좋을 것이란 측면이 고려된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일탈회계 정상화 과정에서 자기자본 편입한 것에 대해선 "국회 및 전문가들 제언대로 공시를 통해 보험부채가 자기자본으로 편입된 정황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답했습니다.
 
삼성생명 깃발과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ChatGPT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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