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오너계 보험사들의 공격적인 밸류업 행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이 특히 눈에 띄는데요. 최근 지배구조 이슈가 있는 곳들이 주를 이루는 만큼 대주주인 오너 일가의 배당을 늘리고 세금도 줄이는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오너가 없는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은 배당을 유보하는 등 소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DB, 수년간 평균 17% 배당 확대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 등 오너계 보험사들이 수년간 주당배당금(DPS)과 배당성향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주주환원 강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해 결산 기준 DPS를 전년(4500원) 대비 17.8% 늘린 5300원으로 책정했습니다. 배당성향도 전년 38.4%에서 41.3%로 5.6%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이에 따른 배당금 총액은 9517억원에 달합니다.
삼성화재 역시 DPS를 전년 1만9000원에서 1만9500원으로 2.6% 인상했습니다. 배당성향은 같은 기간 39.0%에서 41.1%로 높아졌고, 총 배당금은 8289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DB손해보험은 DPS를 6800원에서 7600원으로 11.8% 확대했고, 배당성향도 23.0%에서 29.3%로 상승하며 총 4608억원가량을 배당했습니다.
이들 보험사는 일회성이 아니라 배당을 꾸준히 늘렸습니다. <뉴스토마토>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이들 보험사의 배당 추이를 분석한 결과, DPS와 배당성향은 평균 약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생명의 DPS는 △2022년 3000원 △2023년 3700원 △2024년 4500원 △2025년 5300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삼성화재는 △2022년 1만3800원 △2023년 1만6000원 △2024년 1만9000원 △2025년 1만9500원으로 동반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DB손보는 2022년 4600원 △2023년 5300원 △2024년 6800원 △2025년 7600원 순으로 증가했습니다.
베당성향 역시 삼성생명은 △2022년 24.8% △2023년 35.1% △2024년 38.4% △2025년 41.3%으로 확돼됐고, 삼성화재도 △2022년 36.1% △2023년 37.4% △2024년 39.0% △2025년 41.1%로 지속적으로 늘렸습니다. DB손보의 배당성향은 △2022년 28.1% △2023년 18.2% △2024년 23.0% △2025년 29.3%로 나타났습니다.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는 배당 '뒷걸음'
반면 KB·신한·하나·우리 등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은 배당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라이프·KB손해보험·신한라이프 등은 지난해 결산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지배구조 차이에 따른 구조적 요인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삼성·DB 등 오너계 보험사의 경우 배당이 오너 일가의 직접적인 현금 수입원으로 연결되는 반면,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는 배당을 하더라도 지주사 내부의 회계상 자금 이동에 그치는 구조로 파악됐습니다.
대부분의 금융지주는 경영 효율성과 계열사 시너지 강화를 위해 보험사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보험사가 배당을 실시해도 자금은 고스란히 지주사로 흡수되고, 그룹 전체 자본 규모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여기에 지주사로의 배당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비용까지 감안하면, 보험사가 배당 대신 현금을 내부에 유보하는 편이 오히려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게 지주사들의 설명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4대 금융지주는 계열사 지분을 지주사가 전량 소유하는 구조로 전환됐다"며 "과거 상장사였던 보험사들도 자진 상장폐지를 거쳐 지주사에 흡수돼 소액주주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배당의 실질적 의미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너계 보험사 중에서도 실적이나 건전성 관리 부담으로 배당을 보류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한화생명과 현대해상은 아직 배당정책을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들 회사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증가로 2024년부터 결산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시가 평가된 보험부채가 해약환급금보다 적을 경우 그 차액을 준비금으로 적립하는 제도로, 상법상 배당가능이익 산정 시 차감됩니다. 지난 2023년 새로운 회계제도 IFRS17 도입 이후 이러한 준비금 부담이 커지면서 배당 여력이 제한됐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전통적인 배당주로 분류되며 2024년 9월 국내 자본시장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던 보험업권은 오히려 전반적인 배당성향 하락세를 보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2024년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각각 31.4%, 30.3%로 2018~2022년 평균(생보 36.5%, 손보 35.6%) 대비 5%p 이상 내려갔습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점 오너계-지주계 배당 이원화
밸류업 초반 수혜주로 꼽히던 보험사들이 최근 배당 양상이 갈라진 배경에는 올해 도입된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024년 9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화하면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이 강조됨에 따라 고배당 보험주가 초기 수혜주로 주목받았습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고배당 상장사 요건을 충족한 기업의 배당소득을 종합소득과 분리해 별도로 과세하는 특례 제도로, 올해 주주환원 촉진을 위해 도입됐습니다. 고액 자산가인 오너들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로 기존 최고 49.5%(지방세 포함)에 달하는 종합소득세율을 적용받았지만, 분리과세가 적용되면 세율은 최대 30%(50억원 초과)까지 낮아져 절세에 유리합니다.
오너 가문의 상속세 재원 마련이나 그룹 차원의 자금 순환 측면에서 배당 확대가 유리한 오너계 보험사들은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지만, 금융지주 계열은 자본 건전성과 투자 여력 확보에 방점을 찍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국내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전반적으로 보수적이었고, 이로 인해 시장 저평가 인식이 강했다"며 "밸류업 정책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같은 세제 혜택, 여기에 오너 일가와 연결된 지배구조 요인이 맞물리면서 오너계 기업들이 배당 확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처럼 유독 배당성향이 높은 사례가 있지만, 이를 하나의 현상으로만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며 "DB손해보험처럼 오너 영향력이 큰 지배구조에서는 배당 수익을 중시하는 의사결정이 나타날 수 있고, 결국 오너 영향력의 크기에 따라 배당성향도 달라진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오너 일가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제도"라면서도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배당성향을 무리하게 높이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실적과 연동된 배당 정책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삼성화재(왼쪽)와 DB손해보험 사옥. (사진=각 사)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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