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10대 그룹 사외이사 3명 중 1명의 임기가 이달 만료되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은 대대적인 교체보다는 기존 인력을 유지하는 ‘재선임’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이사의 충실의무가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되는 등 상법 개정안이 단계별 시행되면서 기업 거버넌스의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경영 안정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테헤란로를 따라 늘어선 서울 강남구의 고층 건물들. (사진=연합뉴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 사외이사 48명 중 이달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는 16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외이사 33%가 교체 혹은 재선임 기로에 놓인 것입니다.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대부분은 연임될 전망입니다. 주주총회 결의를 공시하지 않은 SK, 롯데지주, GS를 제외한 10대 그룹의 올해 사외이사 선임 내역을 보면 10명 중 8명이 재선임 대상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재계가 이처럼 보수적인 인사를 단행하는 배경에는 상법 개정안의 단계별 시행이 자리 잡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이사의 충실의무가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되는 등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사회적·법적 요구치가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 권익 보호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미 업무 숙련도가 높고 기업 내부 사정에 밝은 기존 이사들을 재신임하며 경영 안정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법률 전문가와 산업별 특화 전문가를 중용하는 분위기가 뚜렷합니다. 개정 상법과 통상 이슈 등 복잡한 대내외 규제 상황에서 법률적 혜안을 가진 인사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진 까닭입니다.
10대 그룹 사외이사 선임 및 재선임 현황.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기업별로 보면 현대자동차는 올해 임기 만료 예정이었던 장승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를 재선임하기로 했습니다. 각각 국제통상·법률, 법률·노동 전문가로서 조언을 적절히 제시하며 이사회의 역할 수행과 발전에 기여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이달 26일 주주총회를 여는 LG는 임기 만료를 앞둔 조성욱 법무법인 화우 대표와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가운데 박 교수를 재선임할 예정입니다. 조 사외이사의 자리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김환수 법무법인 백송 대표변호사가 맡게 됩니다.
SK하이닉스는 정덕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와 김정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재선임하고 금융위원장 출신의 고승범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최강국 법무법인 가온 고문을 사외이사로 새롭게 영입합니다.
산업별 특화 전문가를 중용하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 이달 24일 정기 주총을 여는 포스코홀딩스는 임기가 끝나는 김준기 세계변호사협회(IBA) 아태중재그룹 공동의장을 재선임하고 김주연 전 P&G 그루밍 글로벌 최고마케팅책임자를 새로운 사외이사로 올렸습니다. 글로벌 기업에서의 경영·마케팅 분야 경험을 바탕으로 이사회 운영의 사업전략 방향과 리스크를 점검받겠다는 차원입니다.
한화는 이달 임기가 종료되는 이석재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권익환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변혜령 한국과학기술원 자연과학대학 화학과 교수 가운데 이 사외이사를 제외한 2명을 다시 중용하기로 했습니다. 남은 빈자리는 조훈희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 겸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밖에 HD현대는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둔 장경준 전 삼일회계법인 부회장을 3년 임기로 재선임하며 신세계는 최난설헌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재신임하기로 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별로 사외이사 후보 풀(Pool)을 관리하고 있을 것”이라며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영입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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