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과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 등을 수사해 온 상설특검이 약 9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주요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핵심 쟁점 중 하나인 관봉권 띠지 폐기 사건의 '윗선 개입' 여부는 사실로 인정할 만한 객관적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기소에 이를 증거를 못 찾은 것일 뿐"이라며 불기소 처분 없이 검찰에 사건을 넘겼습니다.
안권섭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 및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가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 앞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5일 상설특검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관봉권 띠지 분실과 관련해 "주임검사실 측과 압수담당자 간 인식 차이와 소통 부족으로 인한 업무상 과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특검은 특검법이 보장한 60일의 기간에 한 차례 연장까지 더해 90일간 수사를 벌여왔습니다.
안권섭 특검은 "이른바 '윗선'의 폐기·은폐 지시 등 의혹을 증명할 만한 뚜렷한 정황은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절차 미비' 내지 '업무상 과오'로 인해, 범죄수사의 기본인 증거물 인수인계 및 보관 과정에서 검찰의 압수물 부실 관리 및 심각한 보고 지연 등의 기강 해이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해당 특검이 출발하게 된, 이른바 '윗선' 개입과 관련해서는 밝혀내지 못한 겁니다.
다만 특검은 "업무상 과오로 증거물 관리에 실패해 관봉권 포장에 남아 있는 지문 등을 통해 자금원을 추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잃어버려, 범죄혐의 유무에 대한 수사가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특검은 비위행위자들에 대해 징계사유를 통보할 예정입니다. 또 검찰의 압수 업무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 필요성도 제안할 방침입니다.
쿠팡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도록 외압을 행사한 인물로 지목된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가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 관봉권·쿠팡 특검 사무실에서 진행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3차 피의자 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쿠팡퇴직금 미지급 사건과 관련해 특검은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엄성환 전 대표와 정종철 현 대표, CFS 법인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습니다. 특검은 엄 전 대표와 정 대표가 공모하여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총 40명 노동자들에 대해 퇴직금 1억2500만원 상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봤습니다.
검찰이 해당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와 김동희 부산고검 검사(전 부천지청 차장검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했습니다.
특검은 이들이 공모해 지난해 4월 사건 주임검사에게 '문지석 부장에게 대검 보고 진행 사실을 알리지 말라'는 취지로 지시했고, 문 부장검사의 지휘·감독권 행사를 방해했다고 봤습니다. 또한 엄 검사의 경우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무혐의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허위 증언 등을 했다고 보고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도 봤습니다.
안 특검은 "쿠팡퇴직금 미지급 사건의 불기소 처분에 관여한 부천지청 지휘부 및 수사검사, 대검의 사건 승인 결재 라인 검사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등을 통하여, 당시의 사건 처리과정을 철저하게 검증했다"며 "공소유지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특검은 수사를 하면서 압수된 일부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절차를 완료하지 못하는 등 수사상 한계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일부 주요 참고인들의 비협조가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특검은 "피고인들과 쿠팡 관계자 및 변호인 등과의 유착관계까지 객관적 증거를 통해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했습니다. 앞서 특검은 김동희 검사와 CFS 측 변호를 맡았던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간 유착 의혹을 들여다봤습니다.
특검 측에 따르면 광범위한 압수수색 등을 통해 피고인들 및 대검 관계자들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쿠팡 측 변호인들과 빈번하게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 쿠팡 측에서 사건 처리 전부터 일부 피고인의 의견이 무혐의라는 점을 알고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는 등 유착관계를 의심할 만한 객관적 자료는 다수 확보한 상황입니다. 다만 관계자는 "빈번하고 이례적인, 통화 내역의 경우 확보는 했다"면서 "그 통화의 내용이 뭔지 등은 현재 수사 절차 내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했습니다. 통화 시점 역시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각각 중요한 시점에서 여러 차례 전화가 있었다"고 부연했습니다.
특검 종료까지 기간 내 미처 밝혀내지 못한 부분은 상설특검법이 정한 바에 따라 관할 지방검찰청에 이첩할 예정입니다. 관봉권 의혹의 경우 검찰 감찰 이후 특검이 더 나아가 결론을 내리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의혹들은 서울중앙지검으로 보내지게 될 예정입니다. 특검 관계자는 "(특검의 경우)여러가지 제약이 있기 때문에 명확하게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일 때는 추가적인 수사를 법에 따라 관할 지방검찰에 보낸다"며 "결론을 못 낸 것이 아니라 기소에 이를 증거를 못 찾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특검은 한시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불기소 결정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입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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