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개정 방송3법 시행 이후 공영방송 편성위원회 구성과 보도전문채널 사장추천위원회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방송법 위반 가능성을 언급하며 공영방송과 보도전문채널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현행법 체계로 이를 제재할 수 있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립니다. 제도 적용을 둘러싼 해석 충돌과 함께 하위 규정 제정 지연에 따른 제도 공백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11일 방미통위에 따르면 위원회는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 EBS법 등 방송 3법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시행령과 방미통위 규칙 제·개정 실무안을 마련하고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에 나설 계획입니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각 방송사 노조 등을 대상 오는 12일 간담회에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최근 공영방송 KBS 편성위 구성 문제를 두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정 방송법은 편성위원 10명 가운데 5명을 방송사업자가 소속 구성원 중에서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직무나 직급에 대한 별도 제한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아 제작 부서가 아닌 인사도 편성위원으로 추천할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됩니다.
이 같은 해석 속에 KBS는 취재·제작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간부들을 책임자 측 편성위원으로 위촉하면서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KBS 편성 규약은 외부 압력이나 간섭으로부터 취재·제작 자율성을 보호하기 위해 편성위를 구성·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방미통위는 사측의 편성위원 위촉 방식이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취재·보도·제작의 자율성을 실질적으로 담보하지 못하는 편성위원 위촉은 입법 취지에 반할 수 있으며, 방미통위 규칙이 마련된 이후 노사 협의를 통해 편성위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입니다.
편성위 논란이 나오는 것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공영방송 지배구조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개정 방송법은 편성위가 방송 편성과 경영을 감시하는 기구인 시청자위원회 위원을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감시 기구인 시청자위가 편성위에 종속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특히 편성위는 사측 추천 5명과 종사자 대표 5명으로 구성돼 의견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의결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법학박사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편성위가 시청자위를 추천하고 관련 절차까지 좌우하는 구조가 되면 시청자위의 독립성이 약해질 수 있다"며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절차 전반까지 지연되거나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도전문채널의 사추위 구성 문제 역시 법적 해석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미통위는 지난달 연합뉴스TV와 YTN에 노조와 협의를 거쳐 사추위를 구성하라는 입장을 전달하며 시정명령 등 행정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개정 방송법에는 사추위 구성이 지연될 경우 적용할 수 있는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과징금 등 제재 규정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방송법 제20조는 사추위를 노조와의 합의를 거쳐 설치·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구성 지연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국회 관계자는 "사추위 미이행 시 제재 수단이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아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방송법 제20조에는 사추위 구성을 강제하고 미 이행 시 시정명령, 과징금, 과태료 부과 등으로 제재하는 수단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개정 방송법 시행 이후 하위 규정 제정 지연에 따른 제도 공백 지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정 방송법은 공영방송 이사 추천 단체와 편성위 추천 종사자 범위,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 여론조사 기관 기준 등을 방미통위 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습니다.
방미통위 위원 구성 지연으로 규칙 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제도 시행도 늦어지고 있습니다. 방미통위는 지난해 10월1일 출범 이후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다섯 달 넘게 회의를 열지 못했습니다. 최근 추가 위원 추천 절차가 진행되며 정상화 가능성이 커졌지만, 규칙 제정 지연과 법 해석 충돌이 누적된 만큼 제도 혼선을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안정상 교수는 "현행 제도는 이사 추천과 사장 선임, 편성 자율성 보장 문제 등이 서로 맞물려 있어 일부 보완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며 "객관성과 독립성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전반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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