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정부가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향후 효과를 둘러싼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행 첫날부터 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단기적으로는 물가 안정과 소비자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제도 시행이 장기화할 경우 정유사의 수익성 악화와 공급 축소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되자 첫 날부터 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급락했습니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72.62원으로 전날보다 26.16원 내렸습니다. 같은 시각 경유 가격은 리터당 1884.14원으로 34.83원 하락했습니다. 서울 지역 기름값도 급감했습니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96.15원으로 전날보다 30.91원 내렸고, 서울 평균 경유 가격은 45.99원 하락한 1890.18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인 12일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고시했고, 13일 0시부터 시행됐습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해 석유제품 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제도로, 지난달 말 발생한 중동 사태로 원유 수급 불안이 커지고 국제유가가 급등한 데 따른 대응 조치입니다. 1997년 석유 가격 자유화 이후 정부가 석유제품 가격 상한을 직접 설정한 것은 약 30년 만에 처음입니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와 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에 적용되며, 주유소는 해당 공급가격을 바탕으로 판매가격을 정하게 됩니다. 정부는 가격 변동 상황을 반영해 최고가격을 2주 단위로 조정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최고가격제 시행 과정에서 정유사가 입을 수 있는 손실도 보상하기로 했습니다. 정유사는 회사별 원가 구조 등을 반영해 손실액을 자체 산정한 뒤 공인회계법인의 심사를 거쳐 정부에 정산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정유업계는 정부 방침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대한석유협회는 지난 12일 “정유 4사는 중동 정세 불안 장기화에 대비해 국가 경제와 국민 체감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한 최고가격제 등 정부의 유가 안정 대책에 충실히 동참하고, 국내 석유제품의 안정적 공급에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무역보험공사 회의실에서 석유 최고가격제 관련 범부처 합동점검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의 이번 조치를 두고 단기적으로는 급등한 유가를 진정시키고 시장 질서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왔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정책이 30년 만에 가동되는 만큼 구체적인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물가 안정과 시장경제 질서 유지, 소비자 부담 완화에는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유가가 훨씬 가파르게 치솟을 가능성이 높았던 만큼, 단기적인 가격 안정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제도 시행이 장기화할 경우 정유사의 경영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정유사는 생산원가 이하로 석유제품을 공급하면서 이미 손실이 발생한 상황이지만, 최고가격제에 따른 보상은 수개월 뒤에야 이뤄져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또 최고가격제가 손실은 보전하더라도 정상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던 이익까지 보상하는 구조는 아닌 만큼, 수익성이 악화해 향후 투자 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조치를 국민경제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규정하고, 시장 내 각종 부정 행위에 대한 단속도 강화할 방침입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범부처 합동 점검단 회의에서 “이번 최고가격제는 시장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국민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석유시장 가격 담합, 유가보조금 부정 수급, 세금 탈루 등 부정 행위를 엄중히 단속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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