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중 정상회담 '연기' 압박…관건은 '호르무즈 전선'
목적은 '페트로 달러' 체제 구조 유지…호르무즈 전선 향배에 따라 결정
2026-03-16 17:45:29 2026-03-16 17:51:20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연 중국과의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중국을 직접 압박하고 나선 건데요. 중국의 위안화 패권 도전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중심 패권' 체제를 지키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관건은 향후 '호르무즈 전선'이 될 전망인데요. 이 전선의 향방에 따라 달러 패권 유지 여부가 좌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AP. 뉴시스)
 
미, 대이란 제재 효과 약화 차단…중, 위안화 사용 확대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의 90%를 얻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 호위를) 도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달 말(3월31일~4월2일) 방중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은 2주가 남은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2주는 긴 시간"이라며 "(미·중 정상회담이) 연기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에서 워싱턴으로 복귀하는 전용기에서 재차 중국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그는 "왜 우리가 중국과 많은 나라를 위해 그곳의 안정을 유지해 주고 있느냐"며 "중국은 왜 참여하지 않느냐"고 주장했습니다. 애초에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전개하는 군사 및 경제적 압박은 단순히 중동 내 핵 문제 해결을 넘어, 중국의 에너지 안보를 타격하고 패권 확장을 봉쇄하려는 전략적 목적을 동시에 띠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상황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대응에 부담을 느끼면서 동맹국들의 지원을 요청하는 성격이 더 강하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이 스스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혀왔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동맹국의 참여를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2개국(G2) 정상회담 연기를 언급하며 중국을 재차 압박한 이유는 달러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CNN>은 14일(현지시간) "이란이 위안화로 거래된 원유를 실은 선박만 통과시키는 구상을 검토한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중국은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과의 원유 거래에서 위안화 사용을 확대하며 현재의 페트로 달러 체제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페트로 달러 체제는 산유국들이 원유를 달러로 결제하면서 달러 수요가 유지되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 지역입니다. 해당 지역에서 거래하는 국가들은 주로 달러로 원윳값을 치러왔습니다. 

곽노성 동국대 명예교수는 "한국이나 일본, 유럽은 그동안 원유를 달러로 거래해 온 만큼 통화 문제 자체가 직접적인 갈등 요인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미국이 무역법 제301조 조사나 군함 파견 요구 등 다른 압박 수단을 동시에 활용하면서 동맹국까지 광범위하게 압박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원유 결제 통화 변화 가능성 …"동맹 광범위 압박 이유"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연일 호르무즈 해협 안보 문제를 명분으로 동맹국 압박 수위도 높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CNN> 보도 직후 한국 등 국가에 함정 파견을 요구했습니다. 현재 국제 원유 거래의 80% 이상은 달러로 결제되고 있는데요. 반면 중국은 지난 2018년 상하이 국제에너지거래소에서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후 중동 산유국들과 위안화 결제 확대를 꾸준히 타진해 왔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이 위안화 패권 도전에 나서며 달러 비중이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결국 '호르무즈 전선'의 향방에 따라 달러 패권의 향배도 좌우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에너지 수송로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 탓에 국제 금융 질서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곽 교수는 "국제 원유 거래는 1970년대 미국과 사우디의 합의 이후 달러 결제가 사실상 관행이 돼왔다"며 "중국이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달러 중심 질서에 대한 패권 도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이 이를 견제하려는 동시에 이란 제재 효과가 약화하는 상황도 함께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함 파견 국가 중 중국을 가장 먼저 거론한 이유는 에너지 수송로를 방어하겠다는 정당성을 앞세운 것으로 해석됩니다. 약 2주 뒤 개최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담판에서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다만 미·중 정상회담 취소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신 교수는 "현재 정상회담의 필요성은 중국보다 미국 쪽이 더 큰 상황"이라며 "이런 발언은 협상 전략이라기보다 외교적으로 불리한 선택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먼저 회담 연기를 시사한 만큼 굳이 서둘러 응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며 "향후 중국이 어떤 반응을 내놓는지가 미·중 협상 구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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