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편의점 CU의 물품을 운송하던 화물 노동자들이 원청업체인 BGF리테일에 교섭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던 중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사고의 배경엔 올해 들어 7차례에 달한 노조의 교섭 요청을 BGF리테일이 모두 거부하는 등 극한에 달한 노사 갈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그간의 주요 상황을 되짚어 봤습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1일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CU(BGF리테일)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1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 BGF리테일 등에 따르면, 화물연대 CU지회는 장시간 노동환경 개선, 운송비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 1월부터 BGF리테일을 상대로 모두 7차례 교섭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BGF리테일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노조는 결국 지난 5일부터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그런데 노조에 따르면, 파업 이후 BGF리테일은 오히려 일부 물류센터의 추가 배송 물량을 다른 물류센터로 이관해 사실상 노조원들의 수입을 깎는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또 지난 3월에는 노조원 11명에게 약 2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해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교섭을 거부하는 BGF리테일과 파업에 돌입한 노조 사이에 갈등은 극심해졌고, 배송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차질을 빚자, CU에 가맹된 편의점주들은 BGF리테일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결국 BGF리테일은 교섭에 나서는 대신 대체 인력을 투입, 배송을 강행하려 했습니다.
이에 CU지회 노조원 40여명은 지난 20일 진주 물류센터 앞에서 항의 농성을 벌였습니다. 사고는 이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대체 차량인 2.5톤 화물차의 출차를 막으려던 노조원들이 차량 앞에서 몸으로 차를 막으려는 과정에서 인명 사고가 벌어진 겁니다. 이 사고로 조합원 1명이 사망했고, 2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상황이 이 지경이지만 BGF리테일은 여전히 노조와 교섭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CU 물류 배송 구조가 'BGF리테일(원청)→BGF로지스(물류 자회사)→하청 운송사→화물 노동자'의 다단계 구조로 이뤄져 있는 탓입니다. 원청 입장에서 화물 노동자들은 물류업체와 개인사업자 형태로 계약을 맺는 특수고용 노동자이기 때문에 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올해 3월부터 시행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하청 노동자를 비롯해 특수고용 노동자들까지 원청을 상대로 한 쟁의권과 교섭권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다단계 계약 구조에서 CU의 배송만을 도맡아 하고 있다며, BGF리테일이 노동환경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노란봉투법에서 교섭 의무 기준으로 보는 실질적 지배력이 BGF리테일에 있다는 겁니다.
법원에서도 화물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단이 나온 바 있습니다. 지난 2022년 6월 서울고법은 한 자동차부품업체와 화물 노동자 간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직접 소유한 차량을 운행하는 화물 노동자가 한 회사에 전속돼 근로의 대가로 임금을 받아왔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사용자와 노무 제공자 간 '근로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만큼 노동자의 교섭권도 인정됩니다.
이에 대해 BGF리테일 관계자는 "계약 자체에 있어서 저희는 제3자라, 계약에 관여도 할 수 없고 관여도 해서도 안 되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도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설명 자료를 내고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에 기반한 개정 노동조합법 제2조에 따른 원·하청 교섭 문제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사고에 대해 노동계는 총력 투쟁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법이 바뀌었어도 현실에서 원청 사용자는 여전히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하도급 운송업체와 편의점주들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며 정부가 '노란봉투법'의 취지에 따라 하청 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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