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피해자가 1시간 동안 75차례나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폭행·협박이 없었다’는 이유로 유사강간 혐의에 무죄가 선고된 사건에 재판소원이 제기됐습니다.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폭행·협박 최협의설을 이유로 무죄 판단된 '동의없는 성폭력' 사건의 재판소원 제기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와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으로 구성된 '동의없는 성폭력' 재판소원 공동대책위원회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의 없는 성폭력’ 사건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며 재판소원을 청구했습니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확정된 재판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절차입니다.
문제가 된 사건은 청구인이 1시간 동안 75차례나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1·2심 법원이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어야 한다’는 이른바 ‘최협의설(最狹義說)’을 적용해 피고인에게 유사강간 혐의 무죄를 선고한 사건입니다. 특히 청구인은 상고를 요청했지만, 검찰은 상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청구인 측은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기 위해 재판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오지원 법률대리인단장은 “이번 판결은 범죄피해자인 청구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평등권, 인격권, 그리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게 남은 마지막 구제 수단은 재판소원뿐”이라며 “이번 재판소원은 단순히 한 개인의 억울함을 푸는 것을 넘어, 오래된 악습인 법원의 강간죄 판단기준을 헌법 정신에 맞게 재정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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