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공직 선거에는 무투표 당선 제도가 있다. 대선이 아니라면 선출 인원보다 후보자 수가 적은 경우 출마자는 선거운동과 투표 없이 당선된다.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509명이나 무투표로 당선됐다. 당선자 4130명의 12.32%다. 이번 6·3 지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무투표 당선을 유발하는 선거제도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무투표 당선에는 세 가지 경우가 있다. 첫째, 소선거구제인 지방자치단체장 및 광역의원 선거. 특정 정당이 압도적 우세인 영남과 호남에서 많이 나온다. 2022년 무투표 당선 기초단체장 6명 중 대구가 2명, 전북과 전남이 각각 1명이었다. 광역의원 무투표 당선자는 108명으로, 부산 4명, 대구 20명, 광주 11명, 전북 22명, 전남 26명, 경북 17명이었다.
영남이나 호남을 비웃는 사람은 자세를 고쳐잡으시라. 다음 경우에선 수도권도 예외가 아니다. 무투표 당선의 두 번째 경우는 2인선거구가 많은 기초의원 선거다. 당시 무투표 당선자는 294명이었다. 서울도 42명이나 됐고 경기는 18명이었다. 2인선거구에서 거대 양당이 각각 후보를 1명만 내거나 지역 패권 정당의 후보 둘이 독식할 것이 뻔해 보이면, 소수 정당이나 무소속은 선거를 포기하게 된다. 2인선거구도 소선거구처럼 정치 다양성을 가로막는다. 심지어 제1당과 제2당의 지지율 격차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세 번째 경우는 비례대표 선거다. 전국 비례대표 기초의원 479명 중 99명이나 무투표로 당선됐다. 소수 정당이 후보를 등록하지 못한 곳들이다. 비례대표 의석 비중은 10%를 겨우 넘긴다. 의석수가 너무 적으면 한두 개 정당이 독식하기 마련이다. 졸지에 비례대표 의석이 승자의 추가 전리품이 된 것이다. 의석수와 지지율의 괴리를 좁힌다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하다.
무투표 당선 방지책은 간명하다. 첫째, 특정 정당 독주 지역에서도 단체장 선거 경쟁이 가능하도록 지역 정당, 유권자 단체 등을 허용해 줘야 한다. 둘째, 지방의회 비례대표 의석은 그 비중을 늘리거나 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이 부족한 정당에게 우선 배분한다. 셋째,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을 대선거구에서 선출한다.
대선거구제의 명분은 ‘정치 다양성 확보’ 말고도 더 있다. 한두 명의 대표자만 있는 지역구는 의정 활동에도 좋지 않다. 시의원, 도의원도 '동의원'으로 전락한다. 칸막이를 친 의원들은 서로 견제하지 못한다. 의회의 의사결정 능력과 집행부 견제 기능도 약화된다. 대선거구는 선거구 획정에도 훨씬 유리하다. 선거구 간 인구 편차가 벌어지면 선출 인원을 달리하면 된다.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과 서왕진 원내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가 지난 2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무투표 당선, 일당 싹쓸이 방지법 공동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러 소수 정당과 시민단체가 지방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했지만, 이번에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담합에 무산되었다. 비례대표 의석 비중 하한선은 10%에서 14%로 찔끔 상향되고, 광역의원 중대선거구제는 광주 지역 일부에만 도입되었으며, 2인선거구 금지 조항은 없다.
그러나 항의하는 소수 정당들도 당당한 처지는 아니다. 소수 정당이 먼저 강해져야 선거제도도 바뀌는 것이 세계 정치사였다. 한국의 2019년 선거제 개혁 추진도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있어서 가능했다. 하지만 그들도 결국 ‘위성정당‘에 뒷통수를 맞았다. 그렇다면 위성정당은 얼마나 만만하겠나.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그리고 조국혁신당(‘지민비조‘는 전형적 위성 전략이다)에게 개혁의 동력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정당다운 정당만이 선거제 개혁을 선도할 수 있다.
김수민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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