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는 청와대 SNS에 금융권 '코드 맞추기' 경쟁
2026-05-11 14:12:09 2026-05-11 14:24:25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청와대의 강력한 메시지가 쏟아지면서 금융권이 '코드 맞추기' 경쟁에 돌입한 모습입니다. 대통령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은행 등 금융사의 사회적 역할을 연일 강조하자 은행권은 정부 기조에 발맞춘 금융지원 및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는데요. 오는 6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메시지는 단발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금융권 사실상 '비상대응 체제'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 금융지주사 전략부서 등을 중심으로는 사실상 비상 대기 체제가 가동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김용범 정책실장이 은행 등 금융권을 향해 잇달아 공개 비판 발언을 내놓고 있는 데다, 정책 방향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5분 대기조'처럼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김용범 정책실장은 잇따라 SNS 메시지를 내놓고 있습니다. 김 실장은 지난 어린이날 연휴 기간을 포함해 며칠 동안 '금융의 구조 시리즈'라는 제목의 글을 연이어 올리며 현행 신용등급 평가 체계와 제도권 금융회사의 중·저신용자 배제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김 실장은 "은행은 완전한 민간기업이 아니라 준공공기관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김 실장 발언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금융기관이 돈을 버는 게 능사고, 이게 존립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금융기관은) 금융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국가 질서의 일부이기도 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은행은 준공공기관"이라는 김 실장의 평가에 "아주 잘 지적했다"며 치켜세웠습니다.
 
연이은 경고성 메시지에 은행권은 비상 체제입니다. 은행연합회와 주요 시중은행 대관·전략 부서들이 연휴 기간에도 사실상 대응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금융위 발표나 대통령 공식 발언 위주로 대응했다면 지금은 정책실장 SNS까지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분위기"라며 "어떤 메시지가 추가로 나올지 몰라 긴장감이 상당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금융권 전체를 겨냥한 발언 같지만 '은행은 준공공기관'이라는 표현 자체가 은행권을 향한 강한 시그널"이라며 "청와대 문제의식이 향후 금융정책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경고성 발언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감지됩니다. 금융위는 최근 청와대가 신용평가 체계와 중·저신용자 대출 구조 문제에 대해 정책 설계와 감독 방향을 설정하느라 분주한 상황입니다. 당국 관계자는 "금융위나 금감원을 직접 질타한 것은 아니지만 청와대 메시지 강도가 예상보다 높기 때문에 향후 정책 보완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전했습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SNS를 통해 '금융의 현실'이라는 글을 연재하면서 금융권의 중저신용자 회피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지주, 정부 메시지 호응 분주
 
금융권은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습니다. 민간 금융지주사들 사이에서는 정부 기조에 선제적으로 발맞추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집니다. 대표적인 곳이 KB금융지주입니다. KB금융(105560)은 최근 중금리 대출 공급 실적과 향후 확대 계획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지난 4일 KB국민은행은 올해 1조5300억원 규모의 민간중금리대출 공급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민간중금리대출은 개인신용평점 하위 50%에 해당하는 이용자에게 일정 금리 이하로 공급하는 비보증부 신용대출을 말합니다. 이번 공급 확대는 이 대통령과 청와대 고위 관계자 등이 신용등급 체계를 정면 비판한 흐름과 맞물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앞서 지난 1월 KB금융은 최근 전북혁신도시에 주요 계열사가 입주하는 'KB금융타운' 조성 계획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지역 균형 발전의 한계를 지적하자 선제적으로 조성 계획을 밝힌 것인데요. 이 대통령은 KB금융 계획을 SNS에 공유하며 감사하다는 공개 칭찬을 내놓았습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임기가 오는 11월 말 끝나는 가운데 정부 정책 기조에 적극 화답하며 연임 명분 쌓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해엔 임종룡 회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었던 우리금융지주(316140)가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가장 먼저 화답한 바 있습니다. 주요 금융지주사 중 가장 먼저 80조원 규모 금융지원 계획을 발표하며 존재감을 부각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당분간 이런 흐름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선거를 한 달가량 앞둔 가운데 지역 산업과 연계한 투자나 금융지원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금융사들의 '코드 맞추기' 경쟁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눈치를 보는 수준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방향이 정책적으로 강조될지를 선제적으로 읽고 대응해야 한다"면서 "다만 대통령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의 공개 지적이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한 문제들인데, SNS 글 등을 계기로 추진돼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12월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참석석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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