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 뒤 계약 리스크…게임업계 퍼블리싱 분쟁 '몸살'
웹젠·하운드13 사례로 드러난 계약 종료 후 권리 공백
전문가 "표준계약서 고도화·법률지원 확대 필요"
2026-07-27 16:12:48 2026-07-27 17:42:16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중소 게임 개발사의 자금 조달과 시장 진입을 돕는 퍼블리싱 계약이 개발비와 운영권,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게임의 개발 일정이 어긋나거나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동안 잠복해 있던 계약상 갈등이 한꺼번에 불거지는 모습입니다.
 
퍼블리싱은 개발사가 제작한 게임을 퍼블리셔가 계약에 따라 유통하고 운영하는 사업입니다. 퍼블리셔는 개발 단계에서 자금을 지원하고 출시 이후 홍보와 이용자 대응, 플랫폼 입점, 서버 운영 등을 담당합니다. 그간 개발 역량이 있지만 자금과 유통망이 부족한 중소 개발사의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한 주요 통로로 기능해 왔습니다. 
 
문제는 퍼블리셔의 역할이 넓어질수록 계약이 중단되거나 종료됐을 때 개발사가 자체적으로 게임을 출시하고 운영할 체계를 되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퍼블리셔가 개발비뿐 아니라 출시 일정과 마케팅 예산, 스팀·콘솔 계정, 게임 빌드 배포, 고객 대응까지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불거진 웹젠(069080)과 하운드13의 분쟁이 이 같은 구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2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웹젠이 하운드13을 상대로 제기한 자체 퍼블리싱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하운드13의 직접 출시를 금지해 달라는 웹젠의 요청은 일단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하운드13은 이후 스팀을 통해 '드래곤소드: 어웨이크닝'을 직접 출시했습니다.
 
다만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고 해서 양측의 법적 다툼이 마무리된 것은 아닙니다. 웹젠은 법원 결정에 항고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계약 해지의 효력과 기존 퍼블리싱 권한을 둘러싼 본안 분쟁도 남아 있습니다.
 
하운드13은 웹젠이 계약상 지급하기로 한 미니멈 개런티(MG·최소 보장 저작권료)의 60%를 지급하지 않았고 계약상 마케팅 의무도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웹젠은 개발 일정이 장기간 지연됐고 하운드13이 적법한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퍼블리싱 계약은 개발비 지급과 출시 일정, 서비스 운영, 수익 배분 방식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정하는 반면, 관계가 중단되거나 계약이 해지됐을 때 플랫폼 계정과 기존 빌드, 현지화 결과물, 운영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충분히 규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개발비 정산과 로열티, 지식재산권과 유통 권한을 둘러싼 퍼블리싱 분쟁이 반복됐습니다. '더 싱킹 시티'는 개발대금과 로열티 정산, IP·유통 권한을 둘러싼 갈등으로 일부 플랫폼에서 판매가 중단됐습니다. '아웃라이더스' 개발사는 퍼블리셔가 개발·유통·마케팅 비용을 회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출시 이후에도 로열티를 받지 못했습니다.
 
인수 계약이나 퍼블리셔의 경영 악화로 개발사의 출시·운영 권한이 흔들린 사례도 있습니다. 크래프톤(259960)과 언노운월즈의 분쟁에서는 성과연동 대금과 경영권, '서브노티카2'의 출시 결정이 쟁점이 됐습니다. 험블게임즈의 구조조정 이후에는 계약 개발사들의 콘솔 업데이트와 이식 작업에 차질과 불확실성이 발생했습니다.
 
계약 형태는 다르지만 개발사가 출시와 운영에 관한 결정권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을 때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퍼블리싱 분쟁을 계약서의 불공정 조항 문제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개발 단계별 의무와 계약 종료 이후의 권리 처리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은 데다, 자금과 법률 대응 능력이 부족한 중소 개발사가 퍼블리셔를 상대로 계약 이행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철우 게임 전문 변호사는 "퍼블리싱 계약에서 MG 잔금 지급이나 계약 해지 조건뿐 아니라 계약이 끝난 뒤 IP와 글로벌 퍼블리싱 권한을 어떻게 처리할지 상세하게 정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퍼블리싱 권한이 모든 플랫폼을 포괄하는지, 특정 플랫폼에만 적용되는지를 계약 단계에서 구분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플랫폼 계정과 빌드, 현지화 결과물, 운영 데이터의 반환 절차도 명확히 규정해야 합니다.
 
마케팅과 개발 의무를 둘러싼 기준도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퍼블리셔가 어느 규모의 마케팅 예산을 어떤 기간과 매체에 집행해야 하는지, 개발사는 어느 수준의 완성도를 갖춘 빌드를 언제까지 제공해야 하는지가 추상적으로 규정되면 양측이 서로 상대방의 의무 불이행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 변호사는 "개발 단계별로 어느 시점까지 가야 각자의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것인지 계약서에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웹젠과 하운드13의 퍼블리싱 계약 분쟁 대상이 된 액션 RPG '드래곤소드: 어웨이크닝'. 하운드13은 가처분 신청 기각 이후 스팀에 직접 출시했다. (사진=웹젠)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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