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청와대로 가겠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민심의 단일화를 꾀하기 위한 의도적인 행보란 분석이 나옵니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서병수 전 의원도 "북쪽으로 올라가야 한다"며 한 후보의 대망론에 힘을 실었는데요. 한 후보가 대권에 대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하면서 '큰 인물론'을 통해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와의 차별화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특히 한 후보가 과거 고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메시지를 낸 데 이어 이번에 부산에서 출마한 것을 두고도 주목받고 있는데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뒤를 이을 '부산의 적자' 이미지를 쌓기 위한 밑그림이란 해석입니다. 전반적으로 보수 야권의 주자인 한 후보와 박 후보와의 인위적 단일화 가능성이 전무한 상황에서 한 후보가 차기 유력 대권주자라는 '큰 인물론'을 통해 민심에 의한 단일화를 도모하는 데 나섰다는 평가입니다.
'청와대'·'YS' 언급…북갑서 띄운 'PK 대통령론'
한 후보는 지난 10일 부산 북구갑 선거사무소 개소식 과정에서 한 시장 상인으로부터 "여기 말고 청와대로 가야 한다"는 말을 듣자 "혹시라도 가게 되면 반드시 갈 것"이라며 "북갑에서 청와대로 가게 되면 어머님을 제일 먼저 모시고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개소식 현장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한 후보의 명예선대위원장을 맡은 서병수 전 의원은 지지자들을 향해 "(여기에서) 시작해서 어디까지"라고 물었고, 지지자들이 "청와대"라고 답하자 "동남풍을 만들어 북쪽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후보가 "청와대로 가겠다"는 발언을 하면서 향후 대권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특히 부산이란 지역을 자신의 정치적 고향으로 삼은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뒤를 이을 부산의 적자가 되기 위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앞서 한 후보는 지난 1월 '잊혀진 대통령: 김영삼의 개혁시대'란 제목의 영화를 관람한 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보수 재건 의지를 내비친 바 있습니다. 이를 두고 한 후보가 부산 지역 기반의 차기 대권주자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부산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부산 출신 대통령이 나오지 못했다는 지역 정서가 있다"며 "한동훈 후보가 '부산 대통령론'을 자극하면서 정서적으로 어필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대구·경북(TK) 중심 보수와 부산·울산·경남(PK) 정서는 다르다"며 "PK에서도 새로운 보수의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분위기를 자극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박민식 "왜 북구 나왔나"…한동훈 '큰 인물론' 정면 충돌
한 후보는 이번 북갑 선거에서 지역 현안을 중심으로 접근하기보단 '차기 대권주자'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큰 인물론'으로 민심의 결집을 시도하는 모습입니다. 국민의힘은 한 후보의 이 같은 행보를 '지역 무시'이자 '분열 정치'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박민식 국민의힘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송원석 원내대표,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등이 10일 열린 박민식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민식 후보는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후보가 '곧 청와대로 갈 것'처럼 말하는데 주민 입장에서는 '그러면 여기 왜 나왔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북구를 잘 모르는데 잠시 거쳐 가는 식으로 비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한 후보를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박민식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갈등과 분열의 씨앗을 뿌린 사람이 아니라 박민식처럼 굳건하게 보수를 지켜온 사람이 보수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상에 안 되는 것 없다"…한동훈, 단일화 가능성에 여지
이처럼 양측의 신경전이 격화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현실적인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다만 한 후보가 단일화 가능성을 계속 언급하는 배경에는 '민심에 의한 전략적 단일화'를 유도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성완 평론가는 "현실적으로 국민의힘 차원의 인위적 단일화는 쉽지 않다"면서도 "한동훈 후보 입장에서는 계속 단일화를 언급하면서 보수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를 자극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계속 대세론을 부각하면 현재 한 후보를 싫어하는 강성 보수층도 '이번에는 한동훈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며 "결국 민심에 의한 단일화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10일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 부산 북구갑은 현재 보수 진영 내부 경쟁 구도가 선거 전체를 집어삼키는 양상입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조차 최근 "북갑 보궐선거가 부산 전체 선거를 집어삼키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한 후보와 박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했습니다.
한 후보는 최근 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보수 야권의 단일화에 대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됩니다. 한 후보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박 후보와의 단일화와 관련해 "세상에 절대 안 되는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간 단일화 가능성에 거리를 뒀던 입장에서 다소 변화된 겁니다. 특히 한 후보는 "박민식을 찍으면 장동혁을 찍는 것"이라며 "지금은 민심의 열망을 우선할 때"라고 강조했는데요. 인위적 단일화가 아닌 민심에 의한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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