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혁신과 변화를 가능케 하는 번쩍이는 아이디어는 한 자리에만 머물면 나오기 어렵습니다. 상대방과의 짧은 대화, 우연한 만남, 혹은 혼자 조용히 사색할 때 우리에게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양재 사옥 로비 리노베이션은 더 활발한 협업이 가능한 환경을 구현해 보려는 시도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맨 앞줄 가운데), 로비 리노베이션을 맡은 알렉산드라 빌레가스 산느(정 회장 왼쪽)와 임직원들이 14일 오픈한 현대차그룹 양재 사옥 로비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14일 그룹 양재사옥 로비 리노베이션의 철학과 방향성을 임직원들과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된 ‘로비 스토리 타운홀’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정 회장은 이번 로비 리뉴얼의 핵심 가치로 ‘소통’과 ‘편안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이 중요해진 지금 시대에는 소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사무실 안에서도 이야기할 수 있지만, 건물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회의하고 의견을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결국 더 좋은 제품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런 경험과 아이디어가 고객에게까지 연결되는 것”이라며 “혁신은 정해진 회의실보다 우연한 대화와 자유로운 교류 속에서 더 많이 나온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회장은 특히 자동차 산업의 본질이 ‘사람’에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그는 “자동차는 사람이 사용하는 제품이고, 결국 사람의 삶과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것”이라며 “제품을 만드는 임직원들이 불편한 환경에서 일하면서 고객에게 편안한 차를 만들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또 “디자이너가 딱딱한 의자와 답답한 공간에서 일하면서 좋은 시트와 편안한 차량을 설계하길 기대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차를 만드는 사람이 먼저 편해야 고객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양재사옥 역시 임직원들이 편안하게 머물며 자유롭게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며 “일하는 방식과 공간이 바뀌면 협업과 창의성도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정 회장은 “로비 리노베이션을 준비하며 가장 많이 생각했던 키워드는 소통이었다”며 “임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역량이 서로 연결되면 훨씬 더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1년11개월에 걸쳐 리모델링을 마무리한 양재사옥 로비.(사진=현대차그룹)
이번 리뉴얼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약 3만6000㎡ 규모로 진행됐습니다. 이는 축구장 5개를 합친 넓이와 같습니다. 새롭게 바뀐 로비의 핵심은 1층 중앙의 계단형 라운지 ‘아고라(Agora)’입니다. 고대 그리스 광장을 모티브로 한 공간으로, 주변에 카페와 오픈 스테이지, 커넥트 라운지, 야외 정원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자연스러운 만남과 교류가 가능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이번 리모델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로봇 기술의 도입입니다. 현대차·기아는 양재사옥을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로봇친화빌딩’으로 만들기 위해 식물에 물을 주는 로봇과 배송 로봇, 보안 로봇 등 3종의 로봇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새롭게 개발한 관수 로봇 ‘달이 가드너’는 로비 식물에 자동으로 물을 공급합니다.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를 활용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자율주행으로 이동하며, 6축 로봇팔로 식물 위치를 정밀하게 파악해 물을 분사합니다. 물이 부족하면 스스로 급수 설비를 찾아 충전까지 수행합니다.
현대차·기아가 개발한 관수 로봇 달이 가드너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양재 사옥 로비 조경에 물을 주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
배송 로봇 ‘달이 딜리버리’는 임직원이 앱으로 주문한 음료를 각 층 픽업존까지 배송합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도 사옥 순찰 업무에 투입됐습니다. 현대차·기아는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와 충전 공간도 별도로 마련했습니다. 로봇들은 배터리가 부족하면 스스로 로봇 스테이션으로 이동해 충전하고, 필요 시 층간 이동까지 자동으로 수행합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업무환경 속에서 임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로보틱스 기술 경쟁력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선 기술력을 기반으로 로봇이 편리함을 제공하는 공간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이날 정 회장은 임직원들과의 타운홀 행사에 앞서 로비에 마련된 기자실을 깜짝 방문해 미래 기술과 경영 현안에 대한 생각도 밝혔습니다. 그는 양재사옥 로봇 운영과 관련해 “다른 로봇도 가져와 테스트해 보고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시도해볼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중동 정세와 관련해서는 “사우디에 공장도 짓고 있는데 전쟁 여파로 일정이 조금 늦어질 것 같다”며 “전쟁이 끝난 이후를 대비해 판매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 회장은 테슬라와 BYD 등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의 부상에 대해서는 “현대차그룹에는 중요한 기회”라며 “전 세계 어느 회사든 배울 점이 있으면 배우고, 고객이 더 만족할 수 있는 상품과 기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서는 “중국과 테슬라, 웨이모 등이 빠르게 가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며 “조금 늦더라도 안전에 더 초점을 맞춰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노사 관계와 관련해서는 “노사는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관계”라며 “회사 발전과 주주, 국가 경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바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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