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데이터센터PF)①주택 막히자 서버실로…건설사 '디벨로퍼' 시험대
GS건설·한화, 지분투자·PF로 데이터센터 개발 참여
대우건설, 500MW 구상…시공 넘어 개발·운영 확장
수익 중심은 여전히 EPC…전환은 아직 초기 국면
2026-05-20 06:00:00 2026-05-20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5월 18일 14:3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주택시장 침체와 PF 위기를 거치며 건설사들이 데이터센터를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다. 단순 시공을 넘어 부지 확보와 인허가, 투자, 운영까지 직접 맡는 '데이터 디벨로퍼'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데이터센터는 땅보다 전력이 성패를 좌우하는 산업이다. 수도권 전력망 포화와 인허가 병목, 막대한 초기 자본 부담이 맞물리면 브릿지론만 쌓인 채 본PF로 넘어가지 못하는 '데이터센터판 PF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IB토마토>는 데이터센터가 건설사의 새 수익원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재무 부담으로 남을지 그 경계선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건설사들이 주택 분양 시장이 얼어붙자 '서버실'(데이터센터)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분양 경기와 금리에 따라 실적이 출렁이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시공 중심에서 벗어나 개발과 운영까지 아우르는 '데이터 디벨로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흐름이다. 다만 현실은 아직 과도기다. 일부 건설사들은 지분 투자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참여를 통해 디벨로퍼 모델을 시험하고 있지만, 사업의 중심 수익은 여전히 공사비(EPC)에 머물러 있다.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했지만, 건설사들이 '짓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회사'로 전환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건설사 최초 디벨로퍼형 데이터센터 '에포크 안양' (사진=GS건설)
 
10번째 시공에서 1번째 디벨로퍼로…'에포크 안양'의 의미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데이터센터 사업을 '디벨로퍼' 방식으로 끌고 가는 건설사는 대표적으로 GS건설(006360)한화(000880) 건설부문이 꼽힌다. 먼저 GS건설은 안양 에포크 프로젝트 등을 통해 지분 투자부터 개발, 운영까지 직접 참여하며 '데이터 디벨로퍼' 모델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있고, 한화 건설부문 역시 창원 IDC에서 지자체·산단공·IT기업·자산운용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 단계부터 관여하는 방식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단순 시공을 넘어 부지 확보와 인허가, 금융, 운영까지 하나의 축으로 묶으려는 시도가 비교적 분명한 사례들이다.
 
먼저 GS건설은 네이버(NAVER(035420)), 하나금융그룹, 교보, NH, LG CNS(LG씨엔에스(064400)), LG유플러스(032640) 등 주요 금융·IT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시공하며 기술 레퍼런스를 축적해왔다. 지난 2021년에 데이터센터 영업·운영을 전담하는 자회사 '디씨브릿지'를 설립하고, 임대·운영까지 포함한 코로케이션 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그 결과물이 2024년 준공된 '에포크 안양 센터'다. GS건설은 이 사업에서 PFV(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 지분 투자와 개발, 운영까지 참여하며 단순 시공을 넘어선 '데이터 디벨로퍼' 모델을 구현했다.
 
에포크 안양 센터는 GS건설이 시공한 10번째 데이터센터지만 사업 방식은 기존과 다르다. 약 2600억원 규모로 조성된 하이퍼스케일급 시설로, 서버 약 10만대 수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GS건설은 개발 초기부터 임차인 유치 전략, 전력·냉각 설계, 장기 임대 운영까지 전 과정을 함께 설계했으며, 이를 '개발-시공-운영'을 직접 아우르는 첫 프로젝트로 보고 있다. 회사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개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GS건설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에포크 안양 데이터센터 PFV에 24.59% 지분으로 참여해 지분법 이익을 반영한다. 208억원 장부가(1분기 말 기준)와 함께 189억원의 지분법 이익을 인식했다. 단순 시공을 넘어 개발사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직 배당은 발생하지 않아, 임대 안정화 이전 단계에 있는 초기 운영 구간으로 평가된다.
 
GS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에포크 안양 센터 준공을 계기로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이번 사업은 시공을 넘어 개발과 운영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센터 영업과 운영을 담당하는 자회사 디씨브릿지를 통해 운영에도 일부 참여하고 있으며, 자산운용 자회사 지베스코자산운용이 사업 기획과 투자 운용, 관리 역할을 맡았다"고 덧붙였다.
 
 
"PF 보증부터 떠안았다"…한화, 디벨로퍼 전환 '초입'
 
한화 건설부문 역시 금융·통신·계열사를 아우르는 데이터센터 시공 실적을 기반으로 디벨로퍼형 사업 전환에 나서고 있다. KT(030200) 강남 IDC를 비롯해 NH 통합 IT센터, 신한금융그룹 통합 데이터센터, 한화시스템 죽전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레퍼런스를 쌓았다. 이를 토대로 2023년부터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창원 IDC 클러스터는 대표적인 사례다. 창원시와 한국산업단지공단, LG CNS, 자산운용사 등과 협력해 부지 조성부터 사업 구조 설계, 시공, 향후 운영까지 함께 추진하는 복수 동 규모 프로젝트다. 기존 수주형 사업과 달리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장기 임대 수익을 염두에 둔 구조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한화 건설부문이 단순 시공을 넘어 디벨로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한화 건설부문은 창원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약 340억원 규모의 PF 보증을 제공하며 개발 단계에 참여하고 있다. 보증한도와 실제 보증금액, 대출잔액이 모두 동일하고 부담률도 100%로 설정된 전액 보증 방식이다. 자금보충 약정에 따라 사업 지연이나 자금 부족 시 금융 부담이 직접 전이될 수 있는 형태다. 대출 만기는 올해 9월까지다. 아직 임대 안정화 이전의 초기 단계에 해당하며, 현재는 수익 인식보다 PF 리스크를 먼저 부담하는 방식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에 진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데이터센터 임대사업은 일반 분양사업과 달리 준공 이후 장기간 운영을 통해 수익을 회수하는 구조"라며 "서버 공간 임대료를 비롯해 전력 사용, 냉각·보안·네트워크 등 운영 서비스에서 수익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양사업이 준공과 동시에 수익이 인식되는 방식이라면, 데이터센터는 임차인 확보와 안정적인 가동 이후부터 운영수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두 회사 모두 첫 단계에서는 금융권·통신사 등 안정적인 앵커 테넌트 위주의 시공 실적으로 기술력을 입증한 뒤, 두 번째 단계에서 자체 출자·PF 참여·운영 자회사 설립을 통해 디벨로퍼로 올라타는 전략을 택했다는 평가다. 
 
대우건설이 시공 중인 '장성 파인데이터센터' 조감도 (사진=대우건설)
 
"풀 디벨로퍼는 아직"…대우건설, 확장형 시공사에서 도약 시도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데이터센터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있지만, 아직은 '풀 디벨로퍼'라기보다 시공 역량을 확장해 일부 개발과 투자에 참여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터센터 사업은 부지 확보부터 인허가, 개발·PF, 자산 보유, 운영·임대까지 이어지는 긴 밸류체인을 필요로 하는데, 이 전 과정을 주도하는 플레이어는 통신사와 클라우드 기업, 자산운용사·사모펀드(PE), 글로벌 디지털 인프라 사업자들이라는 분석이다. 건설사들은 이들 컨소시엄에 시공(EPC)과 일부 출자, 공동 개발 형태로 참여하는 '동승자' 역할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구도 속에서 대우건설(047040)은 '확장형 시공사'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대우건설은 서울 강남의 40MW급 '엠피리온 디지털 AI 캠퍼스'를 준공했다. 전남 장성 '파인데이터센터'에는 출자자이자 시공사로 참여해 금융투자자·통신사와 함께 사업 구조를 짰다. 전남도 및 지자체와 함께 200MW·300MW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하고 총 500MW급 거점 조성 계획도 제시했다. 단순 시공을 넘어 장기적으로 운영·관리까지 아우르는 디벨로퍼 행보를 보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데이터 처리 수요가 급증하는 환경에 대응해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비주택 부문 비중을 확대하고, 단순 시공을 넘어 개발·투자·운영까지 아우르는 디벨로퍼로 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전남 지역 프로젝트를 통해 시공 역량을 넘어 사업 전반에 참여하는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은 EPC 기반 유지…데이터센터는 과도기 국면
 
그럼에도 국내 대형 건설사 상당수는 여전히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EPC(설계·조달·시공) 역할에 무게를 둔다. 일부 프로젝트에서 소규모 지분 투자나 초기 기획 참여가 이뤄지기만, 상당수가 리스크와 수익 구조를 직접 설계하는 '디벨로퍼'라기보다 안정적인 공사 물량 확보를 위한 전략적 참여에 가깝다는 평가다.
 
실제로 현대건설(000720)·삼성물산(000830)·DL이앤씨(375500) 등 주요 건설사들이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일부 프로젝트에서 출자와 공동 개발을 병행하지만, 전체 사업 구조를 보면 수익의 중심은 여전히 공사비에 머물러 있다. 자산을 직접 보유하고 운영 수익을 창출하는 단계까지 확장된 사례는 제한적인 만큼, 데이터센터를 통한 디벨로퍼 전환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이 시공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개발과 운영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려는 '과도기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건설사 본질이 시공인 만큼 이를 배제하고 디벨로퍼만으로 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다만 데이터센터 시장의 성장성을 고려할 때 시공이든 개발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하려는 움직임은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마다 상황과 전략이 달라 속도 차이는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시공을 기반으로 개발과 운영까지 확장하려는 방향성은 공통적"이라고 덧붙였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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