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최근 10년간 구속·체포의 적법성을 다시 따지는 ‘적부심’을 신청해도 실제 석방으로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절반 이하로 급감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법원이 초기 구속·체포영장 심사 단계에서부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데다, 일단 발부된 영장을 뒤집는 데엔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25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체포·구속적부심 접수 건수는 △2016년 2437건 △2017년 2325건 △2018년 2109건 △2019년 2038건 △2020년 1938건 △2021년 1723건 △2022년 2079건 △2023년 2206건 △2024년 2065건 △2025년 2198건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체포·구속적부심 접수 건수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감소세를 보이다가 2022년부터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최근 4년간 매년 2000건 안팎을 유지하는 추세입니다.
체포와 구속은 수사기관의 대표적 강제수사 방식인데, 체포·구속적부심은 피의자가 법원에 체포·구속의 적법성과 필요성을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입니다. 법원은 피의자의 체포·구속이 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석방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헌법 제12조 제6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했습니다. 체포·구속된 사람의 적부심사청구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인 겁니다.
특히 지난해 1월 윤석열씨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체포 과정에서 체포적부심을, 이후 7월 구속 과정에서 구속적부심을 각각 청구하면서 제도 자체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들도 “일단 적부심이라도 청구해 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됐다"고 입을 모읍니다.
서초동의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과거보다 피의자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면서 적부심 신청도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체포나 구속은 당사자 입장에선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다. 변호인 입장에서도 의뢰인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절차를 모두 활용해 보자는 차원에서 적부심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친 윤석열씨가 지난해 1월15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적부심 신청이 증가한 것과 달리 실제 석방명령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석방률은 △2016년 15.3% △2017년 14.4% △2018년 12.3% △2019년 10.1%로 꾸준히 감소했습니다. 이후 2020년대에 들어선 석방률이 한 자릿수로 더 낮아졌는데, △2020년 6.7% △2021년 5.7% △2022년 6.5% △2023년 7.8% △2024년 8.0% △2025년 6.3% 등입니다.
지난해 기준 적부심 청구 2198건 중 석방명령이 내려진 건 139건에 불과했습니다. 즉 최근 적부심 신청은 늘고 있지만, 실제 석방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과거보다 훨씬 낮아진 셈입니다.
이런 흐름은 최근 구속영장 발부 추이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구속영장 발부율은 2016년 81.8%에서 2024년 76.9%로 다소 낮아졌습니다. 구속영장 발부율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80%를 웃돌았지만, 2023년엔 79.5%를 기록하면서 70%대로 내려온 겁니다. 법원이 영장 단계에서는 과거보다 엄격한 심사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법원은 2000년대 이후 줄곧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조해 왔습니다. 2008년 형사소송법에는 “피의자 수사는 불구속 상태를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고, 조희대 대법원장 역시 지난해 2월 시무식에서 "헌법 정신에 따라 인신 구속과 압수수색 제도를 개선하고 적정하게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법원이 적부심 자체에 대해 별도로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적부심 인용률은 영장 발부율과도 일정 부분 연결돼 있다”며 "최근 법원이 구속영장 발부를 보다 신중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일단 발부된 영장을 적부심 단계에서 다시 뒤집는 사례도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법조계에선 수사의 필요성과 인권 보장 사이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박용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센터소장은 “체포·구속 제도는 국가의 강제력이 직접 행사되는 영역인 만큼,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기준을 점검하고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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