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카카오 그룹이 창사 이래 첫 공동 파업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카카오 본사를 포함해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이 결렬된 5개 법인이 모두 파업 찬성을 가결했습니다. 이미 쟁의권을 확보한 계열사 4곳과 달리 카카오 본사는 노사 조정 절차가 남았지만, 미리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해 사 측을 압박하는 모양새입니다. 성과급 보상 체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은 계열사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 등 경영진 책임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노사는 오는 2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2차 조정 절차를 진행합니다. 지난 18일 조정 절차가 한차례 진행된 바 있지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조정 기일을 연장했습니다. 2차 조정에도 노사 간 합의에 실패하면 카카오 본사 노조도 쟁의권을 확보하게 됩니다. 카카오 그룹 내에선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 6월 부분 파업을 벌인 적은 있지만, 본사 노조가 직접 파업에 나선 사례는 없습니다.
전국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는 전날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카카오와 계열사 등 5개 법인이 파업 찬반 투표에서 모두 찬성으로 가결했다"며 "합법적인 쟁의권을 마련한 만큼 향후 투쟁 계획을 공유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전국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카카오페이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4개 계열사는 조정 중지 결정으로 쟁의권을 확보한 상황입니다. 이들 노조는 파업이나 준법투쟁 등 다양한 방안의 단체행동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본사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카카오 그룹의 공동 파업이 현실화되면서 노사 간 갈등은 더 심화될 전망입니다.
카카오 노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성과급 보상 체계를 놓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섭이 결렬된 배경으로 노조가 연간 영업이익의 13~15%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노조는 그동안 경영진이 성과는 독점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비판합니다. 이에 성과급 규모보다 투명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고 경영진의 일방적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노조는 카카오 그룹사를 대상으로 한 4대 공동 요구안으로 △경영 쇄신과 책임 경영 △고용 안전과 공동체 안전망 구축 △공정한 성과 보상과 이익 분배 △보편적 노동 환경과 복지 체계 구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성과급 보상 체계 외에도 계열사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불안 해소와 조직문화 개선 등의 내용이 담긴 겁니다. 노조는 이 요구안에 대해 임단협 교섭과는 별개로 사 측과 별도 교섭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박성의 카카오지회 부지회장은 "카카오 계열사들의 일방적인 매각과 구조조정으로 구성원들은 고용 안전과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회사는 위기라며 직원들의 복지를 줄이고 고용을 위협하는 와중에도 실패한 경영진은 수십억 원의 스톡옵션과 퇴직금을 챙겨 나가는 게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또 "경영 쇄신을 위해 데려온 인물들은 과거 인맥으로 얽힌 회전문 인사"라며 "경영진의 성과 독점과 회전문 인사를 멈추고 직원이 참여하는 투명한 경영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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