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정부가 국산 핵추진잠수함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HD현대와 한화오션의 수주전이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약 29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핵추진잠수함 사업은 특수선 분야 기술 주도권과 장기 일감을 좌우할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HD현대와 한화오션 사업 선점을 위한 경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16년 대한민국 해군에 인도한 1800톤 잠수함 윤봉길함의 시운전 모습.(사진=HD현대)
지난 26일 경남 진해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을 보고하고 사업 추진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정부는 2030년대 중반 핵추진잠수함 1번함 진수를 목표로 개발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이후 2030년대 후반 해군 전력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장보고N사업’으로 명명했습니다.
사업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해군 핵추진잠수함 건조 비용 등을 감안하면 1척당 5조원 안팎의 예산이 투입될 수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될 수 있습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도 이날 “예상치이지만 향후 핵잠 사업에 총 28조9000억원가량의 예산이 들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정부는 구체적인 수치를 확정해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의 배수량은 최소 5000t급 이상, 건조 물량은 최소 3척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잠수함 건조 역량을 보유한 HD현대와 한화의 각축전이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핵추진잠수함 사업은 단순한 함정 건조를 넘어 원자로 탑재 공간 설계, 소음 저감, 장기 잠항 운용, 고난도 통합 체계 기술이 요구되는 차세대 전략무기 사업입니다. 수주에 성공한 기업은 잠수함 분야의 미래 핵심 기술을 선점하는 동시에 수십 년에 걸친 건조·정비·개량 수요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향후 해외 잠수함 수출과 특수선 사업 확대에도 유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HD현대는 HD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잠수함 건조 실적과 해외 협력 성과를 내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장보고-Ⅱ급 잠수함 6척과 장보고-Ⅲ 배치-Ⅰ 잠수함 1척 등을 건조하며 잠수함 사업 수행 경험을 축적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페루와 잠수함 공동개발 및 건조 의향서(MOU)를 체결하며 글로벌 잠수함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여기에 HD현대가 소형모듈원전(SMR)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힙니다. 핵추진잠수함의 핵심이 소형 원자로 기반 추진 체계인 만큼, 관련 기술 역량을 앞세워 사업 경쟁력을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화오션은 풍부한 잠수함 건조 경험과 초기 설계 역량을 앞세울 전망입니다. 한화오션은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총 23척의 잠수함을 수주해 온 ‘잠수함 명가’로 꼽힙니다. 특히 국방과학연구소가 지난 2022년 한화오션에 핵추진잠수함과 관련한 초기 설계를 맡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역량을 축적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등 그룹 방산 계열사와의 협력까지 더해 통합 방산 역량을 내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KDDX 사업에 이어 핵추진잠수함 사업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며 “수주에 성공할 경우 수십조 원 규모의 장기 일감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향후 국내외 잠수함 시장에서 기술력과 수주 경쟁력을 입증하는 상징적인 실적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사가 ‘원팀’을 구성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해당 사업이 대통령까지 직접 추진 의지를 밝힌 대형 국책사업인 데다, 국내 조선업계가 처음 도전하는 고난도 프로젝트인 만큼 개별 기업의 단독 경쟁보다는 양사가 협력하는 방식이 더 적합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첫 국산 핵추진잠수함 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양사가 원팀으로 협력하는 방식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 기업 한 곳을 선정하는 방식에만 얽매일 것이 아니라 공동계약이나 복수 입찰 등 다양한 사업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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