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빠진 MOU 14개 조항…전쟁 명분 잃은 '트럼프'
이스라엘서 "미사일 생산 제한 담겨야" 요구도
2026-06-14 17:42:35 2026-06-14 17:58:56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총 14개 항으로 구성된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세부 내용이 이란 언론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쟁 명분이었던 '미사일 문제'가 의제에서 제외된 건데요. 미국에서는 해당 내용이 '가짜뉴스'라는 입장이지만, 이스라엘 측이 양측의 최종 합의에 '미사일 생산 제한'이 담겨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최종 합의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석탄 관련 행사 중 자료를 넘겨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100일간 사라져간 '초기 목표'
 
13일(이하 현지시간)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의 외교안보정책결정 기구인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의 만장일치로 MOU 문안 협상과 세부 조항 검토 및 승인이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변경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문안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MOU의 세부 내용을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아직 조율이 남아있다고 했는데요. 아라그치 장관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개시를 위해 서명할 MOU는 14개 조항으로 구성됐다는 게 이란 현지의 보도 내용입니다. 
 
이란 준관영 <메흐르통신>이 밝힌 14개 조항은 △레바논 포함 모든 전선에서 즉각적·영구적 전쟁 중단 △미국의 이란 내정 불간섭과 이란 주권 존중 △30일 내 해상 봉쇄 전면 해제 △이란 인근 미군 철수 △이란 주도 30일 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란의 석유·석유화학 제품 및 파생상품의 판매 제재 유예 및 금융 자산 접근 보장 △최소 3000억달러 규모 이란 재건 계획 △핵 문제 60일 협상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결의안 철회 △이란 핵무기 확산 불가 재확인 △협상 기간 중 신규 제재 부과 금지 △이란 동결 자금 해제 △합의 이행 메커니즘 구축 △최종 합의 유엔 안보리 결의 승인 △이란 경제 재건 프로그램 관련 내용 등입니다. 
 
이란 국영 <IRNA>가 보도한 합의문 초안에서도 14개 조항 중 이란 동결 자산 해제 액수 등 세부적 내용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해당 내용이 이란 측의 일방적 주장이 담겼다고는 하지만 양국의 대략적인 합의의 윤곽이 담긴 것으로 추측됩니다. 특히 이번 MOU와 관련해 <메흐르통신>은 "최종 합의는 우라늄 농축 활동, 제재 해제, 이란의 경제 재건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이뤄질 것"이라며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저항 단체(저항의 축) 지원에 대한 논의는 의제에서 완전히 제외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MOU 세부 내용에 대해 "이란이 가짜뉴스에 흘린 조건들은 서면으로 합의된 조건들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큰 틀에서 해당 MOU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28일 시작된 이래 100일이 넘게 이어진 전쟁의 명분을 스스로 잃게 됩니다. 
 
전쟁 발발 일주일이 채 지나가기 전인 지난 3월2일 트럼프 대통령은 '에픽 퓨리(장대한 분노)' 작전의 배경과 관련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급속히 성장한 탄도미사일 전력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기 직전이었다"며 "마지막이자 최선의 기회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이란의 재래식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극적으로 성장한다며, 해외 주둔 미군에게도 '거대한 위협'이라고 했습니다. 
 
또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체결된 JCPOA(이란 핵합의)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끔찍하고 위험한 문서"라며 "우리는 이란의 미사일 능력을 파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당초 전쟁의 목표가 된 고농축우라늄 등 핵 문제는 추후 합의로 미뤄졌고, 미사일 프로그램 제거는 의제 자체에서 제외된 겁니다.
 
이런 가운데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MOU와 관련해 미국과 통화가 있었다는 점을 밝히면서도 최종 합의에는 △농축 핵물질 폐기 △우라늄 농축 시설 해체 △미사일 생산 제한 △헤즈볼라·후티 반군 등 친이란 세력 지원 중단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위기→협상 '반복'…돋보인 '중재'
 
다만 협상 장기화 국면에서 발생한 전면전 위기 속에서 다시 MOU 체결 국면으로 전환된 과정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 2월28일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망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사이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특히 에픽 퓨리 이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전면 봉쇄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9달러까지 찍기도 했습니다. 이후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냉온탕을 넘나들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까지 열고 이란에 대한 '지옥문' 등 2~3주 내에 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이후 양측이 협상 국면에 접어들면서 긴장은 완화됐습니다. 
 
지난 4월 양측은 2주 휴전을 발표하고 파키스탄의 중재로 1차 대면 협상까지 나섰지만 결렬된 바 있습니다. 이후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역봉쇄에 들어갔고, 2차 종전 협상까지 결렬되면서 위기감은 고조됐습니다.
 
특히 지난주 이란의 미군 아파치 헬기 격추 사건으로 양측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됐습니다. 사건 직후 미국의 공격이 이어졌고, 민간 기반 시설까지 공격하는 등 양측의 보복이 도를 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카타르 외교단이 테헤란에서 새로운 내용의 평화 협정 초안을 가지고 돌아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대대적 공습을 중단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명분은 사라졌지만 3달 넘게 이어져온 중동의 전운은 일단 멈출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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