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지난달 24일 오후, 중국 간수성 고비사막에 위치한 주취안위성발사센터 앞 광장에 3명의 우주비행사가 대중 앞에 섰습니다. 이들은 성공적인 비행을 기원하는 수많은 인파의 응원을 받으며 '선저우23호'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중국의 유인 우주 프로젝트 40번째 임무를 수행할 선저우23호는 같은 날 밤 11시8분 '창정2호F' 로켓에 실려발사됐습니다. 발사 후 계획된 궤도에 진입한 선저우23호는 약 3시간 뒤인 25일 새벽 2시45분 중국의 자체 우주정거장 '텐궁' 핵심 모듈인 '텐허'와 도킹에도 성공했습니다.
지난달 25일 중국 <신경보> 지면 1면 모습. (사진=신경보 PDF 캡처)
최초의 홍콩 출신 우주비행사 라이카잉을 포함한 3명의 우주비행사는 기존에 머물고 있던 선저우21호 승무원들과 만나 중국 우주 역사상 8번째 '우주 상봉'을 기록하고 임무 인수인계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번 임무에는 텐궁 체류 기간을 종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근육·골밀도 감소, 우주 방사선 노출, 고립으로 인한 심리적 피로 등 장기 우주비행 시 인체가 겪는 변화를 심층적으로 점검해 '2030년 이전 유인 달 착륙' 목표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겠다는 구상입니다.
선저우23호의 도착으로 텐궁에서 7개월간 임무를 수행한 선저우21호 승무원들은 선저우22호로 명명된 지구 복귀 기체를 타고 내몽고 동풍 착륙장에 안전하게 도착했습니다.
선저우23호의 성공적 발사와 선저우21호 우주인들의 무사 귀환은 후발 주자로 출발한 중국의 우주개발 사업이 30여년 만에 글로벌 선두를 다툴 만큼의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단편적으로 보여줍니다.
'921 프로젝트'로 우주 개척 시동
1993년 장쩌민 주석 시절 중국은 '921 프로젝트'로 우주를 향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는데요. 이미 미국과 러시아는 수십년 전 우주비행사의 달 착륙까지 성공한 상황이었죠.
고대 중국의 별칭인 '선저우(神州)'와 발음이 같은 '선저우(神舟)'로 명명된 로켓은 1999년 처음으로 무인 시험 우주선 귀환에 성공합니다. 4년 후인 2003년에는 최초의 우주비행사를 태운 선저우5호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는데요. 중국 최초 우주비행사 양리웨이를 태운 선저우5호가 지구 궤도를 돌고 무사히 귀환하면서 중국은 전 세계에서 3번째로 자력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한 국가가 됐습니다.
이 같은 성과들에 힘입어 중국은 향후 10년 내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 우주 강국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미국상업용우주비행연맹(CSF)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우주항공 기술력이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발사 횟수 △위성 수 △우주정거장 △심우주 탐사 △상업 우주 △산업 밸류체인 등 6개 지표에서 미국의 뒤를 쫓고 있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중국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15차 5개년 계획에서도 6대 미래산업과 4대 신흥산업에서 처음으로 6G와 저궤도위성 산업이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자료=신영증권)
중국의 빠른 추격이 신경 쓰였던 것일까요.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한 스페이스X 자금 조달 과정에서 홍콩과 중국 본토 자본은 배제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최대 화두였던 스페이스X의 상장에서 '차이나 머니'의 유입은 애초부터 차단이 됐던 것인데요. 미국 행정부가 관련 지시를 내렸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으나, 스페이스X가 미국 정부를 최대 거래 상대로 삼고 있다는 점은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충분함을 보여줍니다. 연내 증시 데뷔를 예고한 오픈AI도 비슷한 제한을 둘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우주항공,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를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산업으로 인식하면서 기술 패권 경쟁이 자본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하는데요. 통신, AI반도체 중심이었던 기술 패권 경쟁이 차세대 통신인 6G와 위성통신망, 저궤도위성 등으로 옮겨 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2026년, 중국 우주 굴기 원년 될 것"
실제로 중국에서는 올해를 '우주 굴기'의 원년으로 볼 수 있는 내용들이 다수 확인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유인우주선 프로젝트 '선저우'와 달 탐사 프로젝트 '창어' 이외에 저궤도위성 발사에 많은 역량을 쏟고 있는데요.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6G와 우주 인터넷망 구축의 핵심 인프라가 저궤도위성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스페이스X가 9000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미국이 1만기를 갖고 있는 것에 비해 중국은 200기 안팎으로 존재감이 미미합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저궤도위성의 수는 약 6만개 정도로 제한돼 있는데, 미국과의 큰 격차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사용하려는 중국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죠. 이 때문인지 중국은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발사 신청 수보다 5배나 많은 규모의 저궤도위성 발사 계획(19만기)을 제출했습니다.
다만 중국의 계획이 순조롭게 이행될 수 있을지는 '재사용 로켓'의 성공 여부에 좌우됩니다. 중국 상업 우주의 가장 큰 약점으로 대형 운반 능력과 재사용 로켓의 부재가 꼽히는데, 재사용 로켓 발사가 가능해야 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페이스X의 팰컨9도 2010년 6월 첫 발사 이후 회수에 성공하기까지 5년이 소요된 것을 감안하면, 중국의 재사용 로켓 발사 성공 역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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