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차세대 공정 개발에 속도를 내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재도약에 나서고 있습니다. 최근 차세대 공정인 ‘18A-P’의 리스크 프로덕션(초기 생산) 단계에 진입한 데 이어,
SK하이닉스(000660)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석희 사장을 영입하며 전력을 가다듬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공개적으로 인텔을 지원사격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인텔이 삼성전자의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인텔의 반도체 제조 시스템 파운드리. (사진=인텔 홈페이지 갈무리)
19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차세대 공정인 18A-P의 리스크 프로덕션에 돌입했습니다. 리스크 프로덕션은 본격 양산에 앞서 공정 안정성과 수율을 검증하는 단계로, 인텔은 기존 ‘18A’ 공정을 개선한 18A-P를 통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응하고 향후 파운드리 고객 확보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18A-P는 기존 공정보다 성능과 전력 효율을 개선한 것이 특징입니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오랜 기간 지적받아 온 공정 경쟁력 문제를 해소하며 정상화 궤도에 진입하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인텔은 한때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했지만 미세공정 전환 지연과 사업 경쟁력 약화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에 밀리며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자립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면서 인텔이 최대 수혜 기업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애플이 미국 내 칩 설계와 생산을 위해 인텔과 협력하기로 했다”고 언급하며 인텔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웠습니다. 미국 내 제조업 부활과 반도체 산업 육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인텔을 핵심 기업으로 지목한 것입니다. 애플과 인텔 간 협력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날 인텔의 주가는 11% 가까이 뛰었습니다.
인텔은 최근 최근 SK온과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지낸 이석희 전 사장을 파운드리 부문 수석부사장(EVP)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사진=인텔)
인텔은 조직 재정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최근 SK온과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지낸 이석희 전 사장을 파운드리 부문 수석부사장(EVP)으로 영입했습니다. 이 부사장은 첨단 패키징, 시스템 통합, 백엔드 기술 개발 및 백엔드 제조를 총괄하게 됩니다. 그는 과거 인텔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고, SK하이닉스와 SK온 대표를 지내며 반도체 및 배터리 분야 사업을 이끌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첨단 공정 개발과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조직 강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뒤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인텔이 첨단 공정 경쟁력을 회복하고 미국 정부 지원까지 등에 업을 경우 기존 시장 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이 확대되면서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 주요 고객사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인텔에 새로운 기회로 꼽힙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추진하면서 미국 기업 인텔이 주요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TSMC의 점유율을 당장 위협하기보다는 삼성전자가 확보하려는 신규 고객군을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텔이 본격적으로 경쟁자로 부상하게 되면,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반도체 제조업에 대한 육성 의지가 큰 상황에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가동을 준비 중인 삼성전자가 ‘해외 기업’ 이라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과거의 위상을 전부 회복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근 변화는 흥미롭다”며 “향후 18A 공정의 양산 수율과 고객 확보에 성공할 경우 삼성전자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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