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넘어 금융까지…엔비디아 ‘순환금융’ 논란 재확산
오픈AI 자금조달 지원 검토
“반도체 수요 영향 제한적”
2026-07-29 14:36:28 2026-07-29 15:24:47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엔비디아가 오픈AI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자금 조달을 검토하면서 AI 업계를 둘러싼 이른바 ‘AI 순환금융(circular financing)’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AI 생태계 확대를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평가와 함께 실제 수요보다 투자를 부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주요 빅테크의 AI 투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AI 반도체 수요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순환금융이란, AI 칩 제조사가 고객사에 지분 투자나 금융 보증을 제공하고, 고객사는 이 자금으로 다시 해당 제조사의 칩을 구매해 매출을 일으키는 거래 방식을 말합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24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 앞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9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인프라 생태계 확대를 위해 데이터센터 확보와 금융 지원에 잇달아 나서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헛8(Hut 8)’이 미국 텍사스에 건설 중인 1기가와트(GW) 규모 데이터센터의 실질적인 임차인이 엔비디아라고 보도했습니다. 엔비디아가 장기 임대를 약속하면서 헛8은 데이터센터 건설 자금을 보다 낮은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오픈AI가 오하이오주 10GW 규모 데이터센터를 장기 임대할 수 있도록, 2500억달러(362조원) 규모의 신용보증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함께 오픈AI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할 수 있도록 3500억달러(507조원)상당의 금융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투자와 금융 지원을 통해 AI 생태계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자사 GPU 판매도 함께 늘리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FT는 이번 엔비디아의 금융 지원을 두고 AI 반도체 기업과 AI 모델 개발사 간 순환금융 우려를 다시 키울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AI 반도체 기업이 고객사의 자금 조달까지 지원하는 구조가 확대될 경우 실제 수요보다 AI 인프라 투자가 과도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앞서 코어위브는 엔비디아의 지분 투자와 GPU 담보 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다시 엔비디아 GPU를 대거 구매하면서 순환금융 논란의 대표 사례로 거론됐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순환금융 구조가 AI 버블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빅쇼트’로 유명한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최근 AI 인프라를 떠받치는 민간 신용 시장의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AI 투자금 회수가 기대보다 늦어질 경우 현재의 금융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금융시장에서도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신용 위험을 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KB증권은 “오픈AI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순환 구조 일부에 문제가 생기면 엔비디아의 신용 리스크까지 높아질 수 있다”며 “최근 엔비디아 회사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상승한 것도 시장이 이러한 잠재적 위험을 의식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당시 통신장비 업체 ‘루슨트’는 신생 통신사에 장비 구매 자금을 빌려주며 매출을 키웠지만, 시장 침체로 고객사가 부실해지면서 대규모 손실을 입었습니다.
 
반면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구축 초기에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금융 지원 역시 생태계 확대를 위한 전략의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주요 빅테크의 AI 투자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당장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 늘고 있다”며 “다만 투자금 회수가 기대보다 늦어질 경우 지금과 같은 금융 지원 방식도 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