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그때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는 상황이다.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7일 출시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해 연말 고환율 상태가 이어지면서 당시 서학개미의 해외 증시 투자수요를 국내 증시로 유도하는 차원에서 도입됐지만, 투자 과열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의견이다.
그는 "해당 상품의 회전율이 높을 때는 200%에 가까웠다"며 "최근 금감원이 관련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지만 '쿨링다운'이 안 되고 있다"고 짚었다. "투자자 대부분이 중산층과 서민이 많은데 증시 변동성이 오면 가계에 큰 충격이 될 수 있어 별도의 안전 조치를 고민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출시·운용하는 곳들조차 너무 위험한 상품이라 마케팅조차 함부로 못 한다고 털어놨던 상품인지라, 금감원장의 반성문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지난 1년간 한국 증시는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과실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로 대표되는 반도체 대형주로만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그렇다 보니 반도체 투톱의 움직임이 전체 지수의 흐름을 좌우한다. 코스피 지수가 9000포인트를 돌파하던 지난 18일에도 상당수의 종목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올들어 코스피 시장의 13번째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매도효과 효력정지)가 발동된 이날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급락세를 견인하다 결국 서킷브레이커까지 이어졌다.
삼전닉스의 급락 속에 '한국형 공포지수'라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다시금 90에 근접했다. 거래소 측이 '시장 참가자들이 예상하는 미래 가격 변동성을 반영하는 지표'라며 시장의 투자심리나 공포 수준을 측정하는 척도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지수 등락폭이 적지 않을 것이란 사실엔 차이가 없다.
코스피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은 말할 것도 없다. '천스닥'을 넘어 '삼천닥'에 도달하기는커녕 검은 화요일이었던 이날엔 올해 처음으로 9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코스닥 출범 30주년을 일주일 앞둔 터라 소외감은 더 크게 느껴진다.
쏠림은 또 다른 쏠림을 낳는다. 과거 '닷컴 버블' 시절 같은 급격한 조정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음에도 증시 과열의 그늘은 미리 대비하는 것이 옳다. 지금까지는 저평가된 한국 증시의 정상화에 힘을 쏟았다면, 앞으로는 자본시장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로드맵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싶다.
김진양 증권팀장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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