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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로봇 사업에서 핵심 인재 이탈이라는 돌발 변수를 맞았다. 지난해 말 45세의 나이로 부사장에 발탁돼 로봇 인공지능(AI) 연구개발을 이끌어온 권정현 삼성리서치 로봇인텔리전스팀장 겸 미래로봇추진단 AI그룹장이 승진 반년 만에 회사를 떠날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 합류가 유력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로봇 사업 추진 체계와 연구조직 운영 방식에 대한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사진=삼성전자)
로봇 핵심 수장 이탈…미래 사업 흔들
23일 재계에 따르면 권정현 삼성전자 부사장은 최근 사임 의사를 밝히고 오는 7월1일부로 퇴사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삼성전자를 떠난 권 부사장은
현대차(005380)그룹 로보틱스랩(Robotics LAB) 합류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로보틱스랩은 미래 기술 연구개발(R&D) 조직인 첨단차플랫폼(AVP)본부 산하 로봇 전문 연구소다. 로보틱스랩을 이끌어온 현동진 상무가 지난 4월 사임한 이후 현재 박민우 AVP본부장이 조직을 겸임하고 있는 만큼 권 부사장이 합류할 경우 조직 운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권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선행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에서 로봇 인텔리전스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이끌어온 핵심 인재다. 엔비디아 출신 로봇 AI 전문가로 2023년 삼성전자에 합류한 뒤 로봇 AI 기반 인식·조작 기술 고도화를 주도했다. 지난해 말에는 로봇 핵심기술 개발 성과를 인정받아 45세의 젊은 나이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인물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로봇 플랫폼과 로봇 인텔리전스 조직 리더를 나란히 승진시키며 로봇 연구개발 역량 강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한 지 반년 만에 핵심 리더 이탈이 현실화되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 투자와 미래로봇추진단 신설을 통해 휴머노이드와 지능형 로봇 사업 확대를 추진해 왔다. 특히 권 부사장은 이 과정에서 로봇 AI 분야를 맡아 삼성의 로봇 기술 방향성을 설계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권 부사장의 퇴사 이면에는 조직 운영 방식에 대한 내부 갈등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로봇 연구개발 성과와 조직 운영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선행 연구조직과 경영 관리 조직 간 긴장감이 높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리서치 내부에서는 로봇 사업이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인 만큼 단기 수익성보다 기술 축적과 인재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지난해 그룹 컨트롤타워로 출범한 사업지원실을 중심으로 한 경영 관리 조직에서는 로봇 사업의 성과와 투자 효율성을 보다 면밀히 관리하면서 재무 부분에서 충돌을 빚었다는 얘기다. 권 부사장의 이직이 가시화되면서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주요 임원과 팀장급을 대상으로 순차 면담도 진행 중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AI·SDV·전동화·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2030년까지 50조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에 대한 지속적인 자금 지원과 함께 글로벌 로봇 인재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올해 AVP본부장으로 엔비디아 출신 박민우 사장을 영입한 데 이어 최근 테슬라 출신 수석 엔지니어링 매니저를 영입하는 등 자율주행·로보틱스 분야 인재 확보에 공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연구개발 중심의 투자 기조와 상대적으로 높은 조직 자율성과 함께 엔비디아 출신이라는 공통 분모가 권 부사장의 선택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로봇은 단기간에 재무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분야인데 개발 조직 입장에서는 회계적 잣대가 앞서면 연구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특히 로봇 분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수익성 압박 속 신사업 동력 잃을까
실제 삼성전자는 로봇 사업 부문에서 연이어 양산 지연 사태를 겪으면서 뚜렷한 수익 모델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지난 2020년 CES에서 가정용 AI 로봇 볼리(Ballie)를 처음 공개했지만 상용화 일정은 수차례 연기됐다. 올해 CES에서도 볼리 관련 시연이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시장 안팎에서는 로봇 사업의 수익화 시점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로봇 사업의 수익화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투자 우선순위와 조직 운영 방식을 둘러싼 논의 역시 활발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차원의 관리 기능이 강화되면서 연구 조직이 체감하는 부담도 이전보다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의 핵심이 될 로봇 인텔리전스 조직은 당분간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후임 인선과 조직 재정비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 사업에서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핵심 인재가 이탈했다는 점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동시에 삼성전자 사업지원실과 DX본부 내 경영진단팀 등이 로봇 조직 관련 업무를 재검토하면서 조직 개편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리서치 산하 로봇 조직을 DX부문 내 경영진단팀 아래로 재편하거나 기존 로봇 관련 조직과 통합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최근 삼성리서치 내 AX사업본부 역시 최근 DX부문 경영진단팀으로 소속을 이미 옮긴 상태다. 이를 두고 로봇 연구조직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로봇처럼 속도가 중요한 신사업에서는 기술 조직의 자율성과 컨트롤타워의 관리 기능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균형이 흔들릴 경우 핵심 인재 이탈이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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