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경찰이 가상자산에 붙는 '김치프리미엄'을 이용한 차익거래를 합법적 투자로 속여 컨설팅 비용을 가로챈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29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최근 '맥아더앤컴퍼니 주식회사'(이하 맥아더)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맥아더는 유튜브 등에서 '가상자산 김치프리미엄을 활용한 차익거래가 합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식으로 광고해 투자자를 끌어모았지만, 실제로는 허위 수입 인보이스(대금 청구서)를 발행해 외국환거래법상 송금 한도를 우회하는 '불법 환치기'를 컨설팅해 온 혐의를 받습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170여명, 피해 규모는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걸로 추산됩니다.
지난 22일 방문한 서울특별시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맥아더앤컴퍼니. 아직 회사 이름은 붙어 있지만, 건물은 비어있고, 문은 열리지 않았다. (사진=뉴스토마토)
"리스크 아예 없다"더니…실상은 외환법 위반
김치프리미엄이란, 가상자산 등의 국내 거래소 시세가 해외 거래소 가격보다 유독 높게 형성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국내 거래소 가격이 해외 거래소보다 높으면, 한국을 뜻하는 '김치'라는 말을 붙여 '김치프리미엄이 끼었다'라고 표현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사람들은 해외 거래소에서 코인을 싸게 산 뒤 김치프리미엄이 낀 국내 거래소에서 비싸게 팔아 시세차익을 남기기도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맥아더 측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김프(김치프리미엄)를 합법적으로 활용해서"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워 투자자들을 모았습니다. 광고를 보고 투자를 문의한 이들에겐 "가상자산 시세는 언제나 한국이 미국보다 비싸기 때문에 리스크가 아예 없고, 투입 금액에 비례해 무한대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문제는 이런 차익거래가 구조적으로 외국환거래법상 외화 송금 제약에 가로막힌다는 점입니다. 현행법에선 개인이 별도의 증빙 사유 없이 해외로 송금할 수 있는 한도는 연간 10만달러(약 1억5000만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 범위 안에서 수수료 등을 빼면 실질적인 차익이 미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송금 한도 우회 위해 '허위 인보이스 발행' 동원
이에 맥아더 측은 차익거래 규모를 키우고자 투자자들에게 한국과 미국 양쪽에 법인을 설립하도록 유도했고, 미국 법인이 한국 법인에 물품을 수출하는 것처럼 허위 인보이스를 발행하도록 시켰습니다. 이 허위 서류를 은행에 제출해 수입 대금 명목으로 외화를 반복 송금하는 방식으로 한도를 우회하려 했다는 겁니다.
피해자 측의 법률대리인인 홍푸른 디센트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허위 인보이스 발행을 통한 반복 외화 송금은 외국환거래법 위반인 동시에 은행의 외환 송금 업무를 위계로써 방해한 행위에도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대법원도 지난해 9월11일 해외에 법인을 세운 뒤 김치프리미엄 차익거래 자금을 위해 허위 무역 대금을 가장해 외화를 반복 송금한 일당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맥아더앤컴퍼니가 투자자들에게 미팅 진행 과정에서 보낸 메시지 중 일부. 맥아더앤컴퍼니는 투자자들을 '제자'라고 칭했다. (사진=독자 제공)
단계별 비용 요구…빠져나오기 어려운 '덫' 설계
맥아더의 영업 방식은 투자자가 중간에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정교한 단계를 밟아 진행됐습니다. 투자자들은 우선 맥아더 측 유튜브를 통해 공신력을 쌓은 김모씨를 만나 상담을 하려면 1000만원의 미팅 비용을 내야 했습니다. 이후 정식 투자 계약을 체결하면 착수금과 법인 설립 비용 등의 명목으로 2000만원을 추가로 요구했습니다.
맥아더 측이 강조한 '합법적 투자'의 핵심인, 허위 인보이스 발행법은 이처럼 수천만 원의 컨설팅 비용을 모두 납부하고, 미국 현지 법인 설립과 계좌 개설까지 마친 뒤에야 비로소 공개됐습니다. 투자자로선 이미 거액을 지출, 중도에 계약을 철회하거나 빠져나오기 어려운 늪에 빠지는 구조였던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맥아더는 △미국 현지 방문 때 은행 계좌 개설 방법 △입국 심사 대응 요령 △드레스코드에 이르기까지 상세한 행동 매뉴얼을 투자자들에게 제공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허위 인보이스 발행 역시 별도의 가이드 영상 형태로 배포됐다고 합니다. 투자자가 뒤늦게 위법성을 인지하고 이의를 제기하면 "이런 방법은 곧 합법화될 거니까 괜찮다"는 취지로 속여 무마하기도 했습니다.
투자자들을 '제자'로 칭해…피해자170여명 추산
고소장에 첨부된 피해자 A씨의 지출 내역을 보면 컨설팅비 1000만원을 시작으로 착수금, 법인 설립비, 미국 현지 항공·숙박비 등 총 9차례에 걸쳐 4460만원을 맥아더 측에 냈습니다. 피해자들이 투자를 중단하고 환불을 요구하면 맥아더 측은 "국세청 압류가 걸려 돈을 인출하지 못한다"는 핑계를 대며 반환을 미뤘습니다.
맥아더는 초기 상담 과정에서 투자 진행이 불가능할 경우 전액 환불을 약속했으나, 이 역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아울러 이들은 투자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명목으로 투자자들을 '제자'라 칭하며 관리해 왔습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이 상담 과정에서 파악한 제자 번호 등을 토대로 추산하면 피해자 규모는 현재까지 170여명에 이릅니다.
현재 맥아더 측 관계자들은 사기·업무방해·외국환거래법위반·범죄단체조직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소된 상태입니다.
이에 <뉴스토마토>가 피고소인 측 법률대리인에게 △김치프리미엄 차익거래 방식이 외국환거래법상 적법하다고 판단한 근거 △투자자들에게 허위 인보이스 발행을 지시한 사실 여부 △환불 약속 불이행 경위 △사기·업무방해·외국환거래법위반·범죄단체조직 혐의에 대한 입장 등을 질의했습니다. 하지만 "질의 내용은 현재 진행 중인 수사와 관련돼 있으므로 답변드리기 힘든 점 양해 부탁드린다"라고 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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