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태움’, 인력 부족·병원 구조 안 바꾸면 근절 요원하다
일손 부족에 의사·환자·보호자 치이고 행정업무까지 도맡아…화풀이 ‘태움’은 신규 간호사에
2026-07-02 10:52:27 2026-07-02 10:52:27
[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직장 내 괴롭힘 ‘태움’으로 사망한 간호사 사건에 대해 엄정 조치를 지시한 가운데, 만성적인 간호인력 부족으로 운영되는 의료기관의 구조적인 문제가 극단적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최근 경기 광주에 있는 한 병원에서 선배 간호사들로부터 3년 가까이 ‘태움’에 시달리던 고 강수빈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고인은 지난해 4월 퇴사 이후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어 괴롭힘 사실을 일부 인정받았지만, 해당 병원 측은 훈계 처분만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대통령은 “태움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끔찍한 폭력”이라며 “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즉시 해당 병원에 대한 근로감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한 점 의혹 없이 명확히 규명하라”고 지시하고 “유사 위험이 있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무작위 불시 기획 감독을 실시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병원 내 조직문화와 근무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해당 병원에 대한 특별 근로감독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태움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합니다. 고용부는 금지 원칙, 사용자의 조사·조치 의무, 사용자가 신고자·피해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 시 처벌, 사용자의 조사 의무 및 위반 시 과태료 부과 등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도 2023년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과 2024년 8월 간호법을 제정했습니다. 그럼에도 태움은 근절되지 않았습니다. 일차적 원인으로 제기되는 것이 바로 간호인력의 부족입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약 52만7000명입니다. 이 가운데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간호사의 수는 28만2000명(53.7%)에 불과합니다. 인구 1000명당 임상 간호사는 OECD 평균 8.4명인 반면, 우리나라는 5.52명에 그칩니다. 
 
관련 연구를 토대로 본 태움의 발생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만성적 간호인력 부족 상황에서 간호사들은 과중한 업무량과 3교대·야간 근무 부담을 감당해야 합니다. 체계적 교육 전담 인력 없이 신규 간호사는 곧바로 현장에 투입됩니다. 선배 간호사도 본인 업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교육을 떠맡으며, 강한 위계질서와 폐쇄적 조직문화가 더해집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가 있어도 의료기관 특유의 비밀주의와 권위주의는 신고·조사·징계의 작동을 어렵게 만듭니다. 태움 피해자는 이직하거나 극단적 선택에 이르고 가해 구조는 계속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직장 내 괴롭힘 ‘태움’으로 사망한 간호사 사건에 대해 엄정 조치를 지시한 가운데, 만성적인 간호인력 부족으로 운영되는 의료기관의 구조적인 문제가 간호사들을 극단적 상황으로 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김양균 기자)
 
되풀이되는 비극…“병원 현장은 여전히 지옥”
 
2021년 의정부을지대병원에서도 20대 신입 간호사가 사망, 2018년 서울의료원에서는 고 서지윤 간호사가 목숨을 잃었고, 같은 병원에서도 태움으로 인해 정신장애를 당한 간호사 사례도 있었습니다. 2018년 서울아산병원에서는 고 박선욱 간호사가 태움으로 사망했습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올해 현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간호사 3명 중 2명이 사직 의사(72.1%)를 밝혔고, 3~5년 차 간호사의 이직 고려율이 81.4%로 가장 높게 조사됐습니다. 간호사의 폭언 경험률은 62.3%로 환자·보호자·의사·상급자 등 다양한 주체로부터 폭언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력은 적게 배치하고 대우도 변함이 없다. 의사, 환자, 보호자에게 치이고 행정에 치인다. 백의의 천사를 외치며 희생과 봉사만 아직도 외치고 있으니 다들 바쁘고 힘들어서 예민해지니 그 화풀이를 힘없는 아랫사람한테 하고 대물림 된다”, “업무 난이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대학병원은 수술 신환(새 환자)이 계속 올라오니 휴식은 고사하고 긴장의 연속이다.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흘러가는 구조 속에서 빠르게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성실함은 기본에 손 빠르고 눈치 빠르고 말도 잘하고 체력도 좋고 밤낮 수시로 바뀌어도 잘 견디는 사람만 버틴다.” 간호사 사망 기사에 달린 댓글 가운데 일부입니다. 공통으로 열악한 근로 환경을 지적합니다.
 
복지부는 ‘간호사 근무 환경 및 처우 개선 대책’을 통해 태움의 구조적 축을 △만성적 간호인력 부족 △과중한 3교대·야간 근무 △신규 간호사 교육체계 미비 △폐쇄적 조직문화 등으로 봅니다.  
 
관련 연구에서는 태움을 ‘괴롭힘이 된 가르침(teaching that has become bullying)’이라고 정의합니다. ‘간호사의 직장 내 괴롭힘 경험에 관한 근거이론 연구’(강지연·윤선영, 2016)는 “태움을 개인 일탈이 아니라, 환자 안전을 위한 엄격한 교육이 인력·시간 부족 속에서 괴롭힘으로 변질되는 구조적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 
 
‘간호사의 태움 개념분석(정선경, 2018)’ 연구도 태움의 선행요인을 △간호 업무의 과다 △높은 노동 강도 △직무 스트레스 △인력 부족 △열악한 근무 환경 △신규 간호사의 업무 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함 △조직의 위계질서 △힘의 불균형 등으로 꼽습니다. 연구는 “신체적·심리적 증상, 간호 업무 효율 저하, 불신 증가, 이직 의도 증가, 환자 간호의 질 하락이 나타난다”고 설명합니다. 
 
태움 근절 방안으로, 개별 가해자 처벌에 그치지 말고, △간호인력 확충과 배치 기준 강화 △교육전담간호사 등 교육체계 정비 △사용자 책임을 강제하는 제도 운용 △조직문화·구조 개선 등이 제시됩니다. 보건의료노조는 “십여 년간의 투쟁에도 병원 현장은 여전히 지옥이다. 더 이상 보건의료 노동자들을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며 “최소 인력으로 환자를 돌보는 부족한 인력 운영시스템이 보건의료 노동자를 사직으로 내몰고 끝내 극단적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고, 곧 환자의 생명과 안전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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