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숨소리)숲 속의 작은 요정 북방긴꼬리딱새
2026-07-06 10:36:33 2026-07-06 10:36:33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새 중 가장 아름다운 새는 무엇일까요? 보는 관점과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는 단연 ‘긴꼬리딱새’를 꼽고 싶습니다. 눈가에 선명하게 빛나는 청색의 둥근 테두리, 그리고 바람결에 휘날리는 특유의 긴 꼬리는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신비로움을 선사하니까요. 
 
북방긴꼬리딱새 수컷이 파주시 서삼릉 숲에서 곤충 사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파주 삼릉의 어두컴컴한 단풍나무숲을 뜨겁게 달군 주인공을 자세히 살펴보니, 우리가 흔히 알던 긴꼬리딱새가 아니라 '북방긴꼬리딱새(Amur Paradise Flycatcher)'였습니다. 과거에는 이 두 종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긴꼬리딱새로 불렀지만, 최근 학계에서는 유전자와 생태적 차이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독립된 종으로 명확하게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 신비로운 새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눈에 담고 카메라에 포착하기 위해 파주 삼릉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었습니다. 약 3주 동안 하루에만 100여 명에 달하는 탐조객과 조류 촬영가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었죠. 다행히도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어미 새의 지극한 정성 덕분에, 둥지 속에 있던 4마리의 새끼들이 단 한 마리도 낙오하지 않고 모두 무사히 '이소'에 성공했습니다.
 
과거에 우리는 이 새를 '삼광조(三光鳥)'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불렀습니다. 이는 달과 해, 별의 빛을 상징하는 일본식 명칭인데, 다행히 지금은 우리말 이름인 긴꼬리딱새와 북방긴꼬리딱새로 바로잡아 부르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문화권과 역사 속에서도 이 새는 늘 특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특유의 길고 우아한 꼬리깃 때문에 민화나 공예품 속에서 서서히 날아오르는 '낙원의 새(Paradise Flycatcher)'이자 상서로운 길조로 자주 등장하곤 했답니다.
 
북방긴꼬리딱새는 주로 5월 하순에서 7월경, 물이 흐르는 자그만 계곡 근처의 울창하고 어두운 숲 속에 둥지를 트는 습성이 있습니다. 만약 올해처럼 장마 기간이 늦어지거나 날씨가 무더워 1차 번식에 실패하게 되면, 8월까지도 다시 둥지를 틀고 번식을 시도하는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물가에서 자주 목욕을 즐기고, 긴 꼬리를 요리조리 흔들며 계곡 사이를 날아다니는 부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천상에서 내려온 천사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히요이, 호이, 호이, 호이" 하고 숲 속을 가르는 가냘프면서도 빠른 템포의 아름다운 사랑의 속삭임은 이 새가 외모 이상으로 큰 사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오목눈이처럼 번식하지 않는 다른 개체가 남의 둥지에 와서 새끼들에게 먹이를 잡아다 주는 독특한 '보모' 행동이 관찰되기도 하는 아주 정이 많고 흥미로운 새입니다. 
 
북방긴꼬리딱새 수컷이 숲속에서 먹잇감을 찾고 있다.
 
북방긴꼬리딱새는 몸길이가 수컷은 약 48cm, 암컷은 21cm 정도로 긴꼬리딱새 보다 조금 큽니다. 덩치 자체는 수컷이 약간 크고, 몸길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꼬리가 자그마치 27cm나 길게 자라납니다. 파주 삼릉의 북방긴꼬리딱새는 만 3년이 되지 않은 청년이라 긴꼬리가 아직 크게 생성되지 않았어요. 이 긴 꼬리는 단순히 멋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숲 속의 좁은 나뭇가지 사이를 복잡하게 날아다닐 때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공중에서 정지비행을 하며 날아다니는 곤충을 낚아채는 데 아주 유리한 무기가 되어줍니다.
 
새들의 집짓기 기술도 예술 그 자체입니다. 나뭇가지가 Y자 모양으로 갈라진 곳을 찾아 풀뿌리, 바위 이끼, 그리고 거미줄과 풀잎을 정교하게 엮어서 컵 모양의 둥지를 만듭니다. 재미있는 것은 둥지 끝자락에 어미 새가 자신의 꼬리처럼 긴 장식을 길게 늘어뜨려 놓는다는 점입니다. 보통 한 번에 3~5개의 알을 낳은 뒤, 암수가 사이좋게 교대로 알을 품고 곤충을 잡아다가 새끼를 먹여 키웁니다. 하지만 자연의 삶은 늘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어치나 족제비 같은 천적들에게 둥지를 훼손당하거나 새끼를 잃는 가슴 아픈 일도 예사로 일어납니다.
 
이 새들은 주로 동남아시아나 인도네시아 등 따뜻한 남쪽 지역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면 번식을 위해 수천 킬로미터의 이동 경로를 거쳐 한반도와 아무르 유역 등 북쪽으로 올라오는 전형적인 여름 철새입니다. 전 세계적인 개체 수가 그리 많지 않아 국제적인 보호가 절실한 희귀종이기도 하죠. 특히 최근 가속화되는 기후변화는 이 새들의 동향에 큰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한반도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과거에는 주로 제주도와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번식하던 긴꼬리딱새류가 이제는 경기도 파주와 같은 중북부 민통선 인근의 울창한 숲까지 번식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파주 삼릉에서의 성공적인 번식은 단순히 새끼 4마리가 부화한 것을 넘어, 우리 주변의 자연과 울창한 숲이 이 귀한 생명을 품어줄 수 있을 만큼 건강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기후변화의 거센 바람 속에서도 먼 길을 날아와 생명의 경이로움을 선물해 준, 북방긴꼬리딱새 가족이 내년 봄에도 건강한 울음소리와 함께 다시 파주의 숲을 찾아와 주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글·사진=김연수 생태칼럼니스트 wildik02@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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