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노' 한마디에 '일베' 논란…"경상도 사투리가 혐오 표현?"
전문가·지역민 한목소리 "방언과 일베식 표현은 구분해야"
2026-07-06 15:40:48 2026-07-06 16:33:05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경남 거제 출신 아이돌이 던진 "무섭노" 한마디로 '경상도 사투리' 대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표현' 논쟁이 촉발됐지만, 해당 지역 화자들은 방언까지 일베 표현으로 일반화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28일 걸그룹 리센느 멤버 원이가 자체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무섭노. 조명부터 무서운데"라고 말한 뒤, 사흘 후인 이달 1일 김현지 MBC경남 PD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김 PD는 게시물을 통해 "호평받는 유튜브 클립을 하나 봤는데 여성 아이돌과 PD가 사이좋게 '노노'를 주고받고 있어서 무척 속상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어 올린 글에선 "'~노'를 사용하는 청년들이 일베식 사고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혐오 표현에 뿌리를 둔 표현이라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며 "누군가를 모욕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을 내 고장 말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해 주길 바란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리센느 멤버 원이가 지난달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콘텐츠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캡처)
 
이후 지난 5일 부산 출신인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페이스북에 부산 사투리와 일베 표현의 차이를 설명하는 그림까지 올리면서 '무섭노' 논란은 정치권의 현안으로까지 부상했습니다. 
 
"평생 쓴 말인데"…사투리 검열에 '뿔난 민심'
 
하지만 정작 실제 경상도 출신 시민들은 이번 논란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부산 출신으로 서울에서 생활 중인 직장인 박모(30대)씨는 "논란이 된 '무섭노'는 경상도 사람이 들으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표현"이라며 "지역에서 평생 사용해온 사투리를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 표현으로 일반화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일베가 비정상적인 문화를 만든 건데, 오히려 평범하고 정상적인 경상도 사람들이 이런 비정상적인 문화 때문에 사투리를 고치거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부산 출신 직장인 이모(20대)씨도 "부산에서는 '무섭노'라는 표현을 흔하게 사용한다"며 "논란이 된다는 것 자체가 생소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다만 "'~노'를 붙이지 않는 말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맞노', '그렇노' 같은 표현이 있다. 이런 표현은 일상적으로 거의 쓰지 않고 '맞나', '그렇나'가 훨씬 자연스럽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오히려 제대로 된 경상도 사투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서울 사람·일베·부산 사람의 차이’. (사진=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페이스북)
 
"무섭노·귀엽노 등 '~노'는 자연스러운 감탄사"
 
실제 방언과 일베식 표현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경남 창원의 한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인 이모(40대)씨는 "감탄형으로 쓰는 '무섭노', '귀엽노'는 실제 경상도 방언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표현"이라면서도 "다만 문맥상 어색한 '~노'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건 일베식 표현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상도 방언에는 감탄형과 설명 의문형 등 나름의 문법 체계가 존재한다"며 "경상도 화자가 아닌 사람이 방언을 흉내 내며 혐오 의도로 사용하는 표현은 실제 방언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언론도 경상도 방언과 일베식 표현의 차이를 정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사투리까지 '일베 표현'으로 일반화해선 안 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혐오 표현은 분명히 경계해야 하지만, 지역 방언 자체와 혐오 표현을 동일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이었졌습니다. 
 
윤희각 부산외국어대학교 K문화교육 전공 교수는 "부산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들에게 경상도 방언을 가르칠 때도 '뭐 하노'와 같은 의문형 표현을 실제 교안에 넣어 교육하고 있다"며 "'~노'는 부산·경남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용해 온 방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일부 집단에서 사용하는 혐오 표현은 당연히 배제해야 하지만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용해 온 언어까지 모두 일베 표현이라고 하는 건 언어의 역사와 지역 문화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온라인 혐오 표현과 실제 방언은 문맥과 사용 환경을 함께 고려해 구분할 필요가 있지만, 지역 언어에 대한 이해 없이 단편적인 표현만으로 특정 지역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은 또 다른 오해와 편견을 낳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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