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턱걸이…"한국 농식품 공급망 체질 개선 시급"
'턱걸이 안정' 다가올 위기 못 막아
KASCI 지수 6.397점, 낙제점 면한 수준
저장(비축)·수입 다변·자본력 3대 기초체력 빨간불
2026-07-14 18:38:57 2026-07-14 18:38:57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국내 농식품 공급망이 기후변화와 인력 감소, 유통비용 상승 등 전방위적 리스크에 직면한 가운데, 현재의 국내 농식품 공급망 안정성은 ‘턱걸이’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가올 위기를 버텨내기에는 리스크가 큰 만큼, 국내 농식품 공급망에 대한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KASCI 지수 6.397점 '턱걸이 안정'
 
1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농식품 공급망 분석과 발전방안’ 보고서를 보면, 국내 농식품 공급망의 안정성을 정량화한 ‘한국 농식품 공급망 지수(KASCI)’는 10점 만점에 6.397점을 기록했습니다. 학술적 분석 틀로 보면 낙제점을 면한 ‘기본 수준’이나 날로 커지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보수적인 것도 사실입니다. 즉, 아슬아슬한 ‘턱걸이 안정’ 상태로 풀이됩니다.
 
 
2025년12월2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농산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연구진은 공급 능력인 ‘가용성’과 소비자의 구매 여건인 ‘접근성’을 기준으로 공급망 전반을 아우르는 30개의 핵심성과지표(KPI)를 설정하고 과거 대비 개선 정도를 정량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계약재배 비율, 온라인 농식품 거래, 병해충 방제, 농업 기술 및 자본 등 12개 지표는 안정적인 개선 추세입니다. 반면 농가인력, 농가 정보 활용도, 식품 가격 상승률, 가축질병 방역 등 15개 지표는 가까스로 기본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러나 농산물 저장 및 비축, 중소 식품제조업체 자본, 농식품 수입국 다변화 등 공급망의 기초체력을 좌우하는 알짜배기 핵심 3대 지표는 여전히 개선이 미흡한 취약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특히 공급망의 가장 중요한 축인 ‘채소류 계약재배 비율’의 경우 12.12%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채소류 계약재배 비율의 값은 공공 데이터 포털에 공개된 가장 최신 통계가 2022년 기준입니다. 최근 원료 수급 불안 등으로 계약재배 비율이 다소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되긴 하나 전반적인 농가와 실수요를 연결하는 기반은 여전히 미흡해 극히 저조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기상 정보는 농가가 가장 많이 참고하는 핵심 정보임에도 정밀도가 떨어져 구체적인 재해 예측이나 사전 대피 등 실질적인 의사결정으로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습니다. 다만, 최근 발사에 성공한 농림 특화 위성인 ‘농림위성(차세대중형위성 4호)’으로 농가 정보 격차 문제에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6년3월13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돼지고기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유통·인프라 전반 정밀 처방 이어져야"
 
공급망 안정성을 확고하게 끌어올리기 위한 취약 분야의 처방은 고민거리입니다. 이 중 연구진은 농산물 저장 및 비축 능력 향상을 시급 과제로 꼽았습니다. 기후 불안으로 산지 출하량의 변동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 비축 시설 확충과 생산자단체의 자체적인 비축 능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한정훈 KREI 부연구위원은 “저장 시점과 방출 시점의 가격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 일부를 정부가 보전해 주는 시스템을 구축해 생산자단체의 저장 유인을 만들고 위험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며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민간 저장업체에게 농산물 저장 및 비축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는 저장량 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밀, 대두, 옥수수 등 해외 의존도가 절대적인 핵심 곡물의 수입국 다변화도 국가 공급망 안보의 핵심으로 지목됩니다. 관세와 검역 장벽 등으로 단기 다변화가 어렵다면 위기 상황 시 정부가 장기 수입선을 적극 조율하고 지원할 수 있는 법적·정책적 근거 마련이 선행돼야한다는 조언입니다.
 
원재료 확보와 재고 관리에 취약한 영세 중소 식품제조업체의 체질 개선을 위한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최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 논의 등과 맞물려 가격 변동에 대한 구조적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당면 과제로 읽힙니다.
 
일회성 예산 투입 방식의 땜질식 할인 지원에서 탈피해 가격이나 수확량 감소 시 농가의 소득 손실을 자동 보전하는 소득 보전 체계 전환도 꼽고 있습니다.
 
 
2026년2월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 부연구위원은 “단발성에 그치고 예산 소모가 큰 가격 안정 정책보다는 농가의 소득을 보전하면서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지속 가능하고 구조적인 가격안정 정책으로의 전환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가 농식품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대신, 가격 및 수확량 감소로 인한 소득 손실을 자동적으로 보전하는 시스템 구축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정부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구체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장바구니 물가 체감이 큰 품목과 관련해서는 “소비자가 물가 상승을 많이 체감하면서도 실제로 가격 상승이 높게 나타난 사과와 배추 등이 가격 상승 완화 노력의 우선순위 품목으로 선정해야 한다”며 “소비자가 체감하는 불안 요인을 직접 겨냥해 ‘정부가 내 일상생활의 물가를 직접 다룬다’는 신뢰를 강화할 수 있는 동시에 전체 물가지수 하락 효과를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공급망 전반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뿐만 아니라 고령화, 구인난으로 무너지고 있는 현장 일손을 채우는 실질적인 대책도 요구됩니다. 가령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관실의 도축원(E-7-3) 비자 도입이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국내 도축업계의 만성적인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도축원 비자를 통해 몽골 출신의 도축 전문인력(36명) 입국을 예정하면서 고사 직전이던 식육 공급망 현장에 숨통을 틔워줄 첫 단추로 평가됩니다.
 
이번 연구를 총괄한 한 부연구위원은 농식품 공급망은 생산부터 소비 끝단까지 매우 광범위한 영역이 얽혀 있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량 진단이 부족했다고 부연합니다. 갈수록 커지는 기후변화와 공급망 불확실성 속에서 정부 정책의 유효성을 정밀 점검하기 위해서는 가칭 ‘한국 농식품 공급망 지수(KASCI)’를 제도화해 매년 상시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안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이번 연구가 거시적 진단에 초점을 맞췄던 1차년도”라며 “현재 공급망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 계약재배, 기상정보 활용, 저장 및 비축 등 핵심 분야를 좁혀 구체적인 정책 실행 방안을 도출하는 2년 차 연구를 수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담은 최종 보고서는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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