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최태원(65)
SK(034730)그룹 회장이 노소영(65)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으로 944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파기환송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식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본 것으로, 국내 이혼소송에서 최대 수준의 결정액입니다. SK그룹의 성장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과 노 관장의 기여가 있었다는 앞선 항소심 판단의 연장선으로, 이를 인정하지 않고 사건을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결과는 상충하는 결론입니다. 2017년부터 9년간 이어진 재판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가운데, 양측 모두 재상고 여부를 밝히진 않았습니다.
지난달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왼쪽부터)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고법 가사1부(부장 이상주)는 24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을 열고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9440억원 및 이 판결 확정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5%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앞선 파기환송 전 항소심(1조3808억원)보다 소폭 줄어든 금액입니다.
법원은 최 회장의 SK㈜ 주식을 분할대상재산에 포함했습니다. 혼인 기간 동안 양육과 가사노동을 도맡아 경영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 만큼 주식 가치의 형성·유지·증식에 기여했다고 판단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법원은 재산분할 비율을 노 관장의 기여가 3분의 1, 최 회장의 기여가 3분의 2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앞선 항소심에선 노 관장 기여분이 35% 인정된 바 있습니다.
다만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설령 노 관장의 부친인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 300억원을 SK 측에 전달했다고 해도, 이를 노 관장 측 기여로 볼 순 없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최 회장이 혼인관계 파탄 전 경영권 유지와 경영활동 일환으로 친인척에게 증여한 주식도 분할 대상 재산에서 제외했습니다.
핵심 쟁점이었던 보유 주식의 가액 산정 기준 시점은 파기환송 전 항소심 변론종결일인 2024년 4월16일로 정했습니다. 이는 재판상 이혼이 확정된 이후 재산분할을 청구할 경우 분할 대상 재산과 액수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정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입니다.
SK그룹 서린빌딩. (사진=뉴시스)
노 관장 측은 파기환송심 변론 종결일인 지난달 26일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두 시점 사이 SK 주가는 5배 넘게 올랐습니다. 재판부는 “항소심 변론종결일 이후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 사이 SK주식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이는 최 회장의 경영적 기여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짚었습니다.
재판부는 재산분할금은 현금으로 지급할 것을 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회사 경영권 내지 지배권의 근거가 되는 측면이 있는 점, 분할대상 재산의 명의와 형태, 취득 경위, 이용 상황 등을 고려해 재산분할비율에 따른 노 관장 몫 중 부족한 금액은 최 회장이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산분할 방식을 현금 지급으로 한 것은 최 회장의 회사 경영권을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SK㈜ 주식을 이전하지 않고 현금으로 재산분할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최 회장이 9440억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보유 주식 처분에 따른 그룹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이날 양측은 재상고 여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최 회장 측 변호인 이재근 변호사는 “오늘 판결에 대해 아직 판결문을 받아보지 못한 상태”라며 “재상고 여부는 판결문을 검토한 후에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노 관장 측 변호사는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갔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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