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동지훈 기자] 조정식 국회의장이 이른바 '대통령 연임 논란'에 대해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개헌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거듭 진화에 나섰지만 파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선 조 의장의 발언이 더 이상 논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긋기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정권 연장 시도라며 공세를 이어갔습니다.
조정식 국회의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 "논란 일으켜 유감"…여당 지도부도 '선긋기'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 의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법 제128조 2항은 '대통령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이 이뤄지더라도 당시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전날 간담회 발언은)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해 개헌이 이뤄지기 위해 정치 주체 간 합의와 국민의 선택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취지의 기본 절차를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본의와 다르게 오해와 논란을 불러일으켜 유감"이라며 "여야가 합의 가능하고 국민이 찬성하는 개헌 주제들을 중심으로 개헌을 추진해 대한민국 미래를 여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자간담회 발언 이후 장현주 공보소통수석의 해명에도 논란이 확산되자 조 의장이 재차 진화에 나선 것입니다.
여권에서도 '대통령 연임'에 선을 그었습니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이 이뤄지더라도 개헌 당시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헌법 제128조 2항의 내용은 존중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갑자기 대통령 연임 관련해서 확대되는 이야기를 들으시고 본인도 굉장히 당혹스러워하신다"며 "원론적 말씀이 연임과 연관돼서 아쉽게 생각하는 말씀을 들었다"고 두둔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대통령 연임'을 거의 기정사실로 해서 정치적 총공세를 펴는데, 막무가내식 억지 주장에 불과하며 즉각 중단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강득구 최고위원도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은 개헌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더 이상 논란이 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 민주당 당대표 후보들도 같은 입장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혔습니다.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의장의 발언은 헌법에 명시된 현직 적용 불가 조항을 잘 아는 국회의장께서 개헌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원론적 발언이라 생각한다"며 "의장께서도 해명했기에 논란은 중단돼야 한다. 음모론 등 불필요한 논쟁은 중단하자고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국힘, '연임 개헌' 정조준…학계 "헌법 정신 부족"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전날부터 '꼼수 개헌'을 강조하며, 협조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도 밝혔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 재판 취소와 연임 개헌을 시도한다면 그날이 정권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재판 취소를 위한 모든 작업을 즉각 중단하라. 연임은 없다고 국민 앞에 분명히 선언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의장이라는 입법 수장의 책무는 헌정 질서와 국회의 독립성을 지키는 데 있다"며 "어제 조 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 관련 언급은 부적절함을 넘어 우리 헌법 정신을 뒤흔드는 무책임한 수준이었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조 의장이 이 대통령의 정무특보 출신이자 '명픽'(이재명픽)이란 점을 내세워 기존에 입장을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냐고 날을 세웠습니다. 그는 "이 대통령이 '독재명'이 되려 한다"며 "명픽 의장이 운을 띄웠다. 과거부터 연임 시도, 공소취소 같은 오물 묻은 이재명과 민주당이 손잡고 몰아가는 개헌 논의에 참여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헌법 전문가들도 조 의장의 발언에 한목소리로 비판했습니다. 노희범 변호사(전 헌법재판연구관)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조 의장의 발언은 현 대통령 연임의 위법성과 헌법 정신에 대한 인식 부족"이라고 지적하며 "앞서 이승만부터 박정희 대통령까지 집권 연장을 위한 개헌들을 해왔기 때문에 현 헌법에 연임을 못하게 규정한 것은 오욕의 헌정사에 대한 반성적 고려"라고 강조했습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대통령의 연임 혜택 배제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며 "일부에서 제기한 것처럼 두 차례 개헌을 한다면 가능하나,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개헌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을 초과하는 반대만 있어도 저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헌법 수호 책무를 가진 국회의장이 위헌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한 것은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며 "정치적 과오이며,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라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는 찬성과 반대 투표만 있기 때문에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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