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당국이 매도담보대출 등 증권사 금리 체계에 이어 은행권 대출 가산금리 산정 체계에 대한 점검에 나섭니다.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은행의 고금리 구조를 지금까지 용인해 오다가 금리 상승기에 진입한 이후 뒤늦게 나선 만큼 뒷북 비판도 나옵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압박보다는 근본적으로 투명한 금리 산정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대출금리 산정 적정성 점검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신용융자와 매도담보대출 등 증권사 금리 산정 체계를 점검하고 금리 정상화를 주문했습니다. 매도담보대출은 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한 뒤 결제대금이 입금되기 전까지 매도대금을 미리 빌리는 단기 대출인데요. 통상 대출 기간이 이틀가량에 불과하고 매도대금으로 상환이 예정돼 있어 신용위험이 크지 않은데도 일부 증권사는 연 9~10%에 가까운 금리를 적용해 왔습니다.
당국의 압박 이후 증권사들은 잇따라 금리 인하에 나섰습니다. 매도대금으로 상환이 예정돼 회수 위험이 낮은 상품에 연 9% 안팎의 금리를 부과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지적과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 움직임을 반영한 조치입니다.
신용융자 금리의 경우 증권사의 조달비용을 반영한 기준금리에 신용·유동성 위험과 업무원가, 목표이익 등을 포함한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합니다. 당국은 조달비용 상승분 이상으로 가산금리가 높아지거나 시장금리가 내려도 대출금리가 제때 조정되지 않는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해서도 법적비용 제외 의무 시행을 계기로 가산금리 산정 체계 점검에 나섰습니다. 은행 대출금리는 일반적으로 코픽스나 은행채 금리와 같은 기준금리에 은행이 업무원가와 위험비용, 목표이익률 등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정해집니다.
기준금리는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이지만 가산금리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결정합니다. 같은 시장금리를 적용받더라도 은행이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최종 대출금리는 올라갑니다.
특히 지난달 1일부터 은행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지급준비금과 예금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등 법적비용을 대출금리에 반영하는 것이 제한됐습니다. 당국은 은행들이 법적비용 제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살펴볼 방침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법 개정에 따라 법적비용을 가산금리에서 제외하도록 한 지 한 달이 지난 만큼 이행 상황을 점검할 시점"이라면서 "법적비용을 다른 항목에 우회 반영하는 사례가 있는지 점검 대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개정 법령이 시행됐지만 소비자가 개별 은행의 가산금리가 왜 올랐는지, 어떤 비용이 얼마나 반영됐는지를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은행별 평균 가산금리나 예대금리차는 비교할 수 있지만 업무원가·위험비용·목표이익률 등 세부 산정 내역은 공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관계자는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대출금리 산정 과정이 합리적인지 점검해 가산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며 "가산금리 변동 내용을 사전에 공시하도록 하는 등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뉴시스)
비정상적 대출금리 사실상 용인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한국은행이 이미 기준금리 인상에 착수하고 시장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뒤에야 이뤄졌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p 인상했습니다. 3년6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상이며,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전부터 빠르게 올랐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금융채 5년물 기준)는 지난달 31일 기준 연 4.74~7.50%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말 연 3.93~6.23% 과 비교하면 올 들어 상단이 1.27%p, 하단이 0.81%p씩 상승했습니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13~6.38% 수준으로 아직 고정형보다 낮지만 코픽스(COFIX) 등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역시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신용대출 금리 역시 지난달부터 상단이 6%대를 넘어섰습니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2.75%로 2023년 1월 당시 연 3.50%보다 0.75%p 낮습니다. 그런데 2023년 1월 기준금리가 연 3.50%에 도달했을 당시 5대 은행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63~6.96%로 상단이 7%를 밑돌았습니다. 기준금리가 더 낮은 지금 주담대 최고 금리가 당시보다 오히려 0.5%p 이상 높은 셈입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우대금리를 줄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 일부 은행은 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상품별 금리를 인상해 왔습니다.
금융당국도 그동안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대출금리를 높이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습니다.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가격인 금리를 조절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사실상 용인해 왔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와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정책 목표 사이에서 일관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대출 증가세가 가팔랐을 때는 은행의 금리 인상을 묵인하고, 대출금리가 오른 뒤에야 가산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소비자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가산금리 산정의 투명성을 높이려면 단순히 법적비용을 제외하거나 은행에 자율적인 인하를 주문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릴 경우 변동 사유와 주요 산정 항목을 사전에 공시하고, 금융당국이 업무 원가나 위험비용 상승이 실제 비용 변화에 부합하는지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금리 인하 압박이 아니라 은행이 가산금리를 왜 올리고 내리는지 확인할 수 있는 구조"라며 "산정 근거가 공개되지 않는다면 가산금리 합리화는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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