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보다 커진 주식 보상…재계 보수 순위 뒤흔드는 ‘RSU’
김동관, RSU 미지급 가치 2700억원 달해
RSU 혜택 본 박정원…미지급 6만주 남아
“RSU, 총수 지배력 확장 도구 변질 가능성”
2026-08-18 17:14:05 2026-08-18 18:52:36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올해 기업들의 반기보고서 공시로 상반기 임원 보수 총액이 공개된 가운데,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가 재계 보수 판도를 흔들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반기보고서부터 강화된 공시 기준에 따라 미실현 RSU의 현금 환산액이 명시되면서 일부 총수들은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보수 지급이 예정돼 향후 재계 보수 순위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됩니다. 다만, 학계에서는 주식 지급 제한이 없는 RSU의 제도적 허점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습니다.
 
서울 도심에 입주한 기업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18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기업들의 반기보고서에는 임원에게 부여된 RSU의 미실현 주식기준보상의 현금 환산액이 기재됐습니다. 기존 부여 수량 등을 중심으로 공개된 것이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의 공시 기준 강화에 따라 보상 규모가 더욱 구체화돼 병기된 것입니다. RSU는 일정 기간 재직이나 성과 달성 등의 약정된 조건(가득 조건)을 충족하면 주식을 지급하는 장기 성과 보상 제도입니다. 주가와 보상체계가 연동되는 구조다 보니 총수를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 경영을 유도하는 장치로 쓰입니다.
 
특히 이번 강화된 공시 기준으로 눈길을 끄는 인물은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입니다. 공시에 따르면 김 수석부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 한화솔루션 등 한화그룹 계열사로부터 부여 받은 미지급 RSU의 시장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27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 수석부회장이 RSU를 지급 받는 시기는 2030년부터로 현재 시장가치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주가 흐름이 이어진다면 김 수석부회장은 향후 수백억에서 수천억대에 달하는 보수를 받을 전망입니다. 올해 상반기 35억원의 보수를 받은 김 수석부회장의 보수가 2030년 이후 큰 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셈입니다. 이와 관련 한화측은 “주가가 RSU 지급 당시 보다 이후에 올라간 것은 결국 회사의 가치가 상승한 것으로 시장에서 평가받은 것이며, 그 상승분은 모든 일반주주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라며 “지급 당시 성과급 기준으로 부여되므로 승계나 지배력 강화에 영향을 미칠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4558000만원의 보수를 수령해 주요 그룹 총수 중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이미 이 같은 RSU의 영향을 크게 보고 있습니다. 박 회장은 올해 상반기 급여 182000만원과 단기성과급 617000만원에 RSU로만 3759000만원을 받았습니다. 2023년 부여 받은 두산 주식 32266주의 주가가 당시 88016원에서 지급 시점 1164000원으로 13.2배 급등해 보수액이 덩달아 폭증한 영향입니다. 박 회장 역시 기말 미지급 RSU 수량이 약 6만주가 남아 있어, 주가 흐름에 따라 향후 보수액의 변화가 예상됩니다.
 
이처럼 RSU 도입에 따라 총수 및 경영진에 대한 보수 판도가 흔들리면서 향후 재계 보수 순위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관측됩니다. 특히 재계는 이 같은 RSU 제도 도입이 실제 주식을 받기까지 약정된 기한 등 조건을 채워야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가 상승을 유도해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RSU가 스톡옵션과 달리 지배주주에 대한 지급 제한이 없는데다, 별도의 개인자금 없이 무상으로 지분을 늘리는 편법 승계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스톡옵션은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하지만 RSU는 이사회 결의나 대표이사 전결만으로 부여가 가능해 셀프 수여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뒤따릅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RSU 제도는 명분이나 취지상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과 달리 지배주주 부여 금지 조항이 없는 규제 불균형에 놓여 있다이에 총수가 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떠넘기면서 지배력을 확장할 수 있는 도구로 충분히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한국의 RSU 제도는 해외의 조건부 지급 사례와 달리, 미래 성과와 연계돼 있는 구조로 짜여 있지 않고 거의 고정급여 형태로 지급된다면서 “RSU의 계약 구조에 대한 공시와 주주총회 승인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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