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로 한·미 동맹 전반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양국의 안보 협상까지 여파가 미칠 경우 한국 정부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전망입니다. 대미 투자 이행 속도 지연과 이란전 불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양국의 안보 협상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데요. 핵추진잠수함부터 원자력 협정까지 논의가 지연되면서 협상 자체가 불발될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핵잠 추진 속도 내달라"…안보 협력 이상설에 '선 긋기'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래적 동맹관이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한·미 연합훈련과 이란 문제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동맹을 향해 '안보 청구서'를 내민 셈인데요.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안보 협상 문제까지 전방위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특히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개발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 뒤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관련한 기술이전을 승인하면서 잠수함 연료 조달 방안을 놓고 협력하기로 합의했지만, 후속 협상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안보 문제로 이어진다면, 핵추진잠수함 협상은 더욱 지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18일(한국시간) 청와대에서 열린 을지 국무회의에서 "견고한 한·미 동맹, 또 자주적인 국방 역량 강화는 서로 필요충분조건이다. 보다 건설적이고 굳건한 한·미 동맹의 미래를 상징할 핵추진잠수함 사업 추진에도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며 한·미 간 안보 협의 결과의 차질 없는 이행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하며 양국의 방위 협력에 대한 이상기류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이 대통령이 차단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여기에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를 위한 원자력 협정 개정 협상도 후속 협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협력을 다룰 범정부 후속 협의는 지난 6월에야 처음 열렸고, 2차 회의 일정은 아직 잡히지도 않았습니다.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우라늄 농축도,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도 할 수 없게 됩니다. 핵추진잠수함 건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과의 협상에서 '농축·재처리 권한을 확보한 일본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설득에 나섰지만, 미국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메시지는 협상을 더욱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핵잠·원자력 협상 지연시…종국엔 방위비 압박 '가중'
당초 지난달 22일 미국이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자력발전소 기술을 제공하는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면서 한국과의 협상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했는데요. 미·사우디 원자력 협정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도에 따르면 공동 연구를 통해 상업용 타당성이 입증되면 미국 기업이 사우디 내에 우라늄 농축 시설을 건설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및 핵추진잠수함 건조 동의를 받은 한국으로서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움직임인데요. 하지만 미·사우디 협정 이후 한 달가량 지난 상황에서 한·미 양국의 협상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핵추진잠수함부터 원자력 협정까지 논의 자체가 지연되면서 종국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올해 기준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약 1조5000억원입니다. 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라 올해부터 5년간 적용됩니다. 한·미 연합훈련 비용은 연간 약 1000억원 수준으로 미군이 약 70~80%를, 한국군이 나머지를 분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방위비 분담금 부분을 비판해 왔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연간 100억달러(14조원) 방위비 분담금 인상 논의를 거론하며 거액의 안보 청구서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과거 집권 1기 때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청해 일부 관철했지만, 이후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를 되돌렸다면서 "우리는 훨씬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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