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정부가 기업이익에 연동한 이른바 'N% 성과급'을 의무적 교섭 사항에서 제외하는 시행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쟁의 대상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과 함께 고용노동부에 명확한 기준 제시를 요구했는데요. 이에 노동부가 기준을 구체화하면서 'N% 성과급'을 요구하는 파업 등 쟁의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했습니다. 다만 노사 간 자유로운 협상은 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이 대통령 경고에 지침 내놓은 '노동부'
노동부는 3일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하고 기업이익 연동 경영성과급, 일명 'N% 성과급'의 노동쟁의 대상 여부를 구체적으로 명시했습니다.
이번 지침은 지난 2월 발표한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에서 제시한 일반적인 판단 기준을 전제로,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노사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노동쟁의 대상의 판단 기준을 구체화한 것입니다.
특히 이 대통령이 노동쟁의 대상의 범위를 둘러싼 기준 마련을 여러 차례 주문한 점에서 이번 지침에 대통령의 문제의식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7월21일 국무회의에서 "노동쟁의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게 확장하는 것 같다"며 "시행령·시행규칙·노동부 지침 등을 통해 일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난달 11일 국무회의에서도 "행정해석은 의견일 뿐"이라며 "노동부령으로 '이런 경우는 쟁의행위 대상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과 노동부 의견으로 해석하는 것은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명백한 것들은 기준을 명시해 달라는 요구가 있던데,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라"고 주문했습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7월21일 카카오뱅크가 입주한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원에서 사 측의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등 보상 체계를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N% 성과급, 요구는 가능·쟁의는 제한
이 같은 요구에 따라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시행 지침에는 기업이익에 연동한 'N% 성과급'이 의무적 교섭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노동부는 성과급의 산정 기준이 되는 기업의 이익이 근로자의 근로 제공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다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매출액은 매출원가와 판매비·관리비 등 비용을 차감하기 전 금액으로, 기업의 실질적인 이익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영업이익은 기업의 경영성과를 나타내지만 주주·채권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와 관련된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당기순이익은 이자·배당금 등 영업외손익과 법인세 등을 반영한 최종 이익으로, 근로자의 근로 제공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이 회사에 'N% 성과급'을 요구하거나 이를 놓고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상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쟁의행위를 하는 것은 어렵게 됩니다.
실제 쟁의행위가 발생할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요구 내용 등을 토대로 대법원 판례에 따라 정당성 여부가 판단됩니다. 노동부와 노동위원회는 관련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합동으로 행정지도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다만 이번 지침이 기존 단체협약의 효력까지 뒤집는 것은 아닙니다. 시행지침 시행 전에 체결된 단체협약은 유효하며, 기존 합의의 이행 여부를 둘러싼 분쟁은 별도로 판단됩니다. 예컨대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N% 성과급' 관련 파업 역시 기존 단체협약의 구체적인 합의 내용과 이행 여부 등을 토대로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판단될 수 있습니다.
노동부는 기업의 투자·합병·분할·매각 등 '사업경영상의 결정' 자체도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재차 명확히 했습니다. 다만 해당 결정으로 정리해고나 배치전환 등 근로조건의 실질적·구체적 변동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고용안정 대책이나 근무조건 등에 대한 교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지침은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관련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N% 성과급'의 교섭 여부와 쟁의행위 가능 여부를 정부가 지침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이번 지침으로 'N% 성과급'을 어떻게 볼지 의견을 제시했지만, 그렇게 판단한 기준이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며 향후 노동시장에서 경영성과급과 유사한 금품 등을 둘러싼 교섭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구혜영 한양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국가의 역할은 성과급 비율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거나 노사 자율에 맡기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업과 사회가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을 통해 성과를 나눌 수 있도록 절차적 공정성을 보장하고 지원하는 제3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기존의 의무제나 자율제라는 이분법을 벗어나 사회적 공헌 등 국민과의 직접적인 성과 공유 모델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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