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청탁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앞서 법원이 결론을 낸 사안이지만, 김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다시 불거져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진위를 떠나 결론부터 말하면 바이오기업이 정치권 인사에 줄을 대 규제당국에 빠른 심사를 요청한 사실이나 식약처장이 정치인의 민원에 대한 경과를 보고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21년 10월12일 김강립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제2·3상 임상시험계획의 빠른 승인을 요청했다. 김 후보자는 김 전 처장에게 “생약제제과, 임상제도과, 통계분석팀 등 세 군데에서 업무 분장이 되어 있답니다. 담당 실무자들이 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라며 “회사는 제넨셀입니다. 국부 유출도 걱정돼 말씀드렸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김 전 처장은 “현재 자료 보완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무진에게 전달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코로나19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심사 시스템을 구축한 점은 김강립 전 처장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그가 자랑했던 시스템보다 앞섰던 것은 정치인 민원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식약처가 IND 및 긴급사용승인, 신약 허가 등의 심사에 있어 조직을 신설하고, 예산을 투입하고, 전문 심사관을 대거 투입하며, 최근 인공지능(AI)까지 구축하는 등의 조처를 해온 것은 심사 및 승인에 드는 기간을 단축해 달라는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숙원을 반영한 결과다. 자본력이 있는 대형 제약사와는 달리 투자금으로 연구개발(R&D) 등 연명하는 중·소규모 바이오텍의 경우, 식약처 심사 및 허가가 단축될수록 천문학적인 지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사람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제품에 대한 심사 및 허가는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필수 소요 기간 단축은 정치인 민원에 의해서가 아니라 규제 과학에 입각한 규제 합리화와 예산, 인력, 전문성이 한 박자로 이뤄져야만 가능한 고도의 프로세스여야 한다. 때문에 과거 식약처 승인 결과를 기다리는 기업들 사이에서 “식약처와 기업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는 푸념이 돌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IND 승인 단축이 해당 기업에 과연 얼마나 큰 이득이었는지를 따지는 말 자체가 무의미하다. 엄청난 특혜이며 이득이다. 만약 제넨셀이 우선 심사를 받느라 뒤로 밀린 제품들이 있다면, 해당 기업의 피해는 현 시점에서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더욱이 해당 제품이 허가 지연에 따라 시장성을 잃어버렸다면 그 가치는 얼마로 측정할 것인가.
언론보도에 따르면, 제넨셀의 제품에는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인맥을 통해 IND 심사를 획득했다면 이는 특혜 외에는 다른 말로 설명이 가능하지 않다. 무엇보다 제넨셀이 취한 방법, 즉 정치인을 통해 식약처장에 민원을 넣어 심사를 당긴 행위 자체는 업계에 정도보다는 꼼수가, 기술보다는 인맥이 앞선다는 메시지와 다름없다. 그간 김 후보자는 의원 재직 당시 제약바이오 산업 관련 법안을 얼마나 대표 발의했는가. 그가 정말 국익을 위했다면 우수한 바이오텍의 제품들이 공정하고 신속한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식약처 심사 인력과 예산 확대를 입법 차원에서 지원했으면 됐다.
이런 사건이 터지면 자기 자리에서 우직하게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바이오텍 전체가 싸잡아 욕을 먹는다. 신뢰의 상실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제넨셀 논란은 또 한 번 K-바이오 업계의 후진적인 문화를 보여주는 결과가 됐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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