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도박 자진신고 1777명…불법사이트 464개, '공급망' 차단 어디까지
자진신고 과정서 불법사이트 464개 확인…운영조직 수사 단서 활용
주소 바꿔 재등장하는 불법사이트…경찰 "실시간 탐지·차단 강화해야"
2026-09-07 16:23:32 2026-09-07 16:35:48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경찰의 첫 전국 단위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에서 1700명이 넘는 청소년이 신고한 가운데, 이들이 이용한 불법 도박 사이트만 464개가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해당 사이트의 폐쇄·삭제를 요청하는 한편 관련 정보를 실제 도박 사이트 운영 조직을 추적하는 수사 단서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이트가 차단돼도 주소를 바꿔 다시 등장하는 특성상, 청소년들의 접근 자체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자진신고서 찾은 불법사이트 464개…수사 단서로
 
7일 경찰청에 따르면 청소년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사이버도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범부처(경찰청·교육부·성평등가족부·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합동으로 지난 5월18일부터 8월31일까지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기간'에 1777명이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신고 청소년과의 면담 과정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 주소 464개를 확인해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폐쇄·삭제를 요청했습니다.
 
세종경찰청이 지난 5월27일 세종장영실고에서 청소년 사이버 도박 예방 합동 캠페인을 실시했다. (사진=세종경찰청)
 
확인된 사이트 정보는 운영조직을 추적하는 수사에 활용됩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신고 과정에서 확인한 사이트 등은 운영자나 총판의 실체를 수사하는 단서로 활용된다"며 "관련 계좌나 운영자 등 연결된 정보를 추적해 실제 운영 조직까지 수사를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경찰청은 지난해 11월부터 도박 사이트 운영자·총판 등 공급자를 겨냥한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5월까지 2319명을 검거해 154명을 구속하고, 범죄수익 1072억원을 환수·보전했습니다.
 
평균 15.5세·10개월간 300만원…95.9%가 온라인 카지노
 
경찰은 공급자 단속과 함께 청소년 이용자를 조기에 찾아내는 작업도 병행했습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청소년들은 온라인에서 도박을 게임이나 놀이처럼 쉽게 접하고, 도박의 폐해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자진신고를 통해 드러난 신고 청소년의 평균 연령은 15.5세였고, 이들은 평균 10개월 동안 300만원을 도박에 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슬롯·바카라 등 온라인 카지노 이용이 95.9%에 달했습니다. 신고자 가운데 중학생은 813명, 고등학생은 963명이었습니다.
 
도박은 2차 범죄와 피해로도 이어졌습니다. 울산에서는 한 청소년이 도박 자금을 요구하며 어머니를 폭행한 사실이 112 신고로 드러났고,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다 불법사금융에 노출된 청소년도 5명에 달했습니다.
 
1777명 중 1430명 치료 연계…경찰 "조기 발견 중요"
 
경찰은 초기 면담을 마친 청소년 1504명 가운데 95.1%에 해당하는 1430명을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과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 전문 기관에 연계했습니다. 치유 프로그램을 마친 222명 가운데 166명은 훈방 또는 즉결심판 처분을 받았고, 56명은 입건·송치됐습니다.
 
경찰은 다음 달까지 전문 기관 연구를 통해 이번 자진신고 제도의 효과를 분석하고 청소년과 학부모, 현장 경찰관·상담사 등의 의견을 수렴해 향후 운영 여부와 시기·방법을 결정할 방침입니다.
 
다만 불법 사이트 공급망 자체를 차단하는 데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사이트가 폐쇄돼도 도메인 주소를 변경해 다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차단되거나 주소를 변경한 도메인을 역으로 추척하는 방식은 현재로선 한계가 많다"며 "주소를 바꿔 다시 운영되는 사이트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는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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