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이찬진, 'ETF 졸속 도입 의혹' 공수처 피고발
국힘, 김용범 전 실장도 고발 "강제수사로 증거인멸 막아야"
앞서 국조 요구서 제출…씨티, 레버리지 ETF 손실 56조원 추산
2026-09-10 11:13:48 2026-09-10 14:11:29
[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김용범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졸속 도입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됐습니다.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요구에 이어 이들을 직접 고발하며 상품 도입 과정의 위법성과 금융당국의 책임 규명에 나선 것입니다. 특히 특검 논의에 앞서 비공개 회의록과 안전성 검토 자료 등 핵심 증거가 인멸될 가능성이 있다며 압수수색과 출국금지 등 신속한 강제수사를 촉구했습니다.
 
다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한 손실 규모와 정책 결정 과정의 위법성, 금융기관과의 유착 여부 등은 현재 국민의힘이 제기한 의혹으로, 향후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돼야 할 부분입니다.
 
10일 김태규·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은 오전 11시 경기 과천 공수처를 찾아 이억원 위원장과 이찬진 원장, 김용범 전 실장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고발장에는 이들 3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제3자뇌물수수, 직권남용, 직무유기, 청탁금지법 및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가 담겼습니다.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혐의도 포함됐습니다. 국민의힘은 공수처에 피고발인들에 대한 출국금지를 비롯해 휴대전화·통신기록 확보, 비공개 회의록 등에 대한 압수수색 등 신속한 강제수사를 촉구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업계의 위험성 경고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안전성 검증 없이 조기에 도입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초 하반기로 예정됐던 상품 출시 시점이 앞당겨졌고, 변동성 확대와 대규모 투자자 손실 가능성 등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개인투자자 손실 규모도 이번 의혹의 핵심 쟁점입니다. 앞서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지난 7월 국내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ETF 투자 손실액을 387억달러, 당시 환율 기준 약 56조3000억원으로 추산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를 근거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한 개인투자자 피해가 50조원을 넘어섰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고발 핵심은 수사기관의 신속한 증거 확보입니다.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언제까지 국정조사나 특검을 기다릴 수는 없다"며 특히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해 상품 도입 과정의 내부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피해 규모가 50조원을 넘는 사안인 만큼 수사 개시 전후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공개 회의록과 내부 보고서, 안전성 검토 자료, 정책 결정 과정의 보고·지시 문서 등을 핵심 증거로 꼽았습니다. 상품 도입 당시 대규모 손실 가능성을 금융당국이 사전에 검토했는지,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도입을 밀어붙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윤 의원은 관련자들의 휴대전화와 통신 기록 등에 대해서도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신속한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의원은 특히 특검 출범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공수처가 먼저 압수수색 등을 통해 핵심 자료를 확보한 뒤, 향후 특검이 출범하면 관련 수사 자료를 넘기는 방안도 거론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제기한 피고발인별 의혹은 조금씩 다릅니다. 이찬진 원장에 대해서는 이해충돌 의혹이 핵심입니다. 국민의힘은 이 원장이 자신의 아들이 관련 금융회사에 재직하고 있어 직무 회피를 신청했음에도 올해 1월과 4월 금융위원회 관련 안건 의결에 참여하고, 4월22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위한 시행세칙 개정안 결재에도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억원 위원장에 대해서는 금융위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 원장의 이해충돌 여부를 확인하고 제척·회피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않았다는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김용범 전 정책실장에 대해서는 상품 조기 도입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함께 미래에셋 등 금융업계와 비공개 회동을 했다는 의혹 등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공수처 고발과 별개로 국정조사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4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과 시장 왜곡, 개인투자자 손실에 대한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습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신중론이 있었는지, 금융기관과의 유착 의혹이 있었는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과 상품 도입 시점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국정조사와 특검 모두 국민의힘 단독으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국정조사는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로 발의할 수 있지만 실제 국정조사권 발동을 위해서는 본회의 의결이 필요합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에서 문제점이 확인될 경우 특검까지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윤 의원은 특검 추진 여부 역시 결국 국민적 요구가 관건이라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과거 선관위 관련 사안을 거론하며 국민적 관심과 요구가 커질 경우 특검 추진 동력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역시 수십조 원대 손실이 거론되는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피해와 반발이 커질 경우 특검 추진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커질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나경원·김태규·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억원 금융위원장에 대한 ETF 사기죄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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