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학교 내부 문제를 알린 뒤 업무 배제와 징계, 고소·고발 등 각종 불이익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있습니다. 문제를 제기한 교사가 조직 안에서 고립되거나 불이익을 호소하더라도 현행 제도상 '공익제보자'로 인정받지 못하면 충분한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뉴스토마토>는 학교 내부 문제를 제기한 교사들이 처한 현실을 살펴보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현행 제도의 한계와 개선 과제를 3회에 걸쳐 짚어봅니다. (편집자)
경기도 이천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학교 내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S교사가 지난 5월 숨졌습니다. 14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S교사는 사망 약 9개월 전인 지난해 8월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경기도교육청과 이천지원청 등 교육당국에 S교사가 학교 내부 문제를 제기한 뒤 직장 내 괴롭힘 등을 겪고 있다며 보호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당국은 상담과 외부 기관 연계 등에 나섰지만, 전교조가 요구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와 학교 운영 감사 등 적극적인 개입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2011년 시작된 문제 제기…고소·업무배제로 이어져
S교사가 학교에서 '불편한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한 시점은 2011년입니다. 당시 학교는 성적 우수 학생을 별도로 관리했고, 이들 중 수행평가에 빠진 학생에게 별도 평가 기회를 주기도 했습니다. S교사는 행정실장 자녀에게 이런 예외를 적용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해 기본 점수를 부여했고, 전교조는 이를 학교 측과 갈등이 시작된 계기로 보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학생들과 진행한 비공식 수련회에서 일부 학생의 음주를 제대로 제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봉 3개월 징계를 받았습니다. 전교조는 징계 사유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처분이 과도했다고 주장합니다. 이후 건강 악화로 2019~2021년 질병휴직을 한 S교사는 복직 후 2023년에는 학교 공사를 맡은 건설업자 자녀들의 장학금 지급 문제와 당시 교감이었던 현 교장의 음주운전 사고 처리 의혹 등을 제기했습니다.
학교 측은 인사상 불이익 등으로 S교사를 압박했습니다. 2023년 말 S교사가 희망한 이듬해 업무 분장 1~3순위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년 차가 넘었음에도 부장교사에서 제외됐습니다. 또 교무실이 아닌 별도 공간에서 근무하고 교사 전용 인터넷망 사용에도 제약을 받았다고 전교조는 주장합니다. 후배 교사들이 대부분 희망 보직을 맡게 된 상황 등을 감안하면, 학교 측 조치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전교조 설명입니다.
S교사는 이에 항의해 학교 앞 1인 시위에 나섰습니다. 학교는 1인 시위 피켓 등을 문제 삼아 S교사를 명예훼손·업무방해·사문서변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이들 사건은 경찰에서 혐의 없음 등으로 종결됐고, 학교 측은 재수사를 요청하고 항고했습니다.
S교사가 전교조 등 외부에 본격적으로 도움을 요청한 것은 2025년 1월부터입니다. 전교조 경기도 이천지회 관계자는 "S교사가 오랫동안 학교 안에서 사실상 혼자 문제를 제기해 왔다"며 "더 이상 학교와 싸우기가 힘들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학교 측은 업무 분장과 근무 공간, 고소 등 각각의 조치에는 별도의 사유가 있었으며 내부 문제 제기에 따른 보복이나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학교 내부 문제를 제기한 뒤 고소·징계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했던 한 이천의 한 사립학교 교사가 사망하기 9개월 전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고 병원에 입원했다. 교육당국도 이를 인지하고 지원에 나섰지만 상담 지원 등 미온적 대책에 그쳤다. (사진=챗GPT)
사망 9개월 전 학교에서 나타난 '위험신호'
지난해 8월 S교사에게 뚜렷한 위험신호가 나타났습니다. 당시 S교사는 8월 중순 쯤 학교장과 면담했습니다. 교장은 S교사에게 1인 시위 건 등에 대한 징계를 이야기했고, 이에 S교사는 자신을 둘러싼 형사사건 등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압박감을 토로했습니다. 결국 면담 당일 S교사는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고 경찰과 119가 출동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나흘 뒤 학교 측은 학교운영위원장과 학부모회장 등 일부 학부모를 상대로 S교사 관련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전교조는 S교사가 제기해 온 문제와 과거 사안 등이 외부로 전달되면서 입원 중인 S교사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2차 가해'가 자행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학교 측은 교내에서 중대한 사건이 발생한 만큼 교육공동체 대표들에게 상황과 학교의 조치를 설명하고 후속 대응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고 반박했습니다.
보호 요구 전달됐지만…교육당국의 '적극적 개입'은 없었다
S교사의 위기 상황은 교육당국에도 전달됐습니다. 지난해 8월26일 전교조 이천지회는 경기도교육청 이천교육지원청 교육장과 면담했습니다.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당시 면담 자료에는 요구 사항으로 '직장 내 괴롭힘 및 극단적 선택 시도에 대한 교사 보호 조치와 추후 대책'이 명시됐습니다.
전교조 경기지부 관계자는 "교육당국이 S교사의 공익제보자 해당 여부와 감사 대상 사안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등을 이유로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지 않았다"며 교육당국의 미온적 태도를 문제 삼았습니다.
이에 대해 이천교육지원청은 당시 권한과 업무 범위 안에서 필요한 지원에 나섰다는 입장입니다. 지원청은 S교사가 2024년부터 교권보호지원센터를 통해 상담을 받도록 하고 외부 기관과 연계했으며, 지난해 8월 위기 상황 직후에도 추가 상담과 병원 진료 지원을 안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익제보자' 아니라는 교육당국…결국 보호망 밖으로
교육당국의 대응이 보다 적극적인 보호 조치로 이어지지 않은 데에는 현행 공익제보자 보호 제도의 한계도 있었습니다. 학교 내부 문제를 제기했다고 곧바로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보호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신고 내용이 법에서 정한 공익침해행위에 해당하고 권익위나 수사기관 등 신고 기관에 알리는 등의 요건을 갖춰야 보호 조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뉴스토마토>가 교육당국에 확인한 결과 S교사가 학교 내부 문제와 관련해 공익신고자로 보호받을 수 있는 별도 신고를 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교육당국은 그를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원으로 지원했지만 공익제보에 따른 불이익을 받는 교원으로 별도 보호하지는 않았습니다.
S교사는 이후 질병휴직에 들어갔고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지 약 9개월 뒤인 지난 5월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망 뒤 전교조와 시민사회단체는 그를 '공익제보 교사'로 불렀지만, 정작 생전에는 해당 보호 체계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내부 문제를 제기한 교사가 스스로 공익신고 절차를 밟고 보호를 요청해야 제도적 보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사립학교는 학교법인이 교원에 대한 인사·징계 권한을 갖고 있어 내부 문제를 제기한 교사가 조직과 충돌할 경우 스스로 신고하고 보호를 요청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이영기 호루라기재단 이사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내부 문제를 제기한 교사가 스스로 공익제보자임을 입증하고 보호를 요청할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학교 내부 문제 제기 이후 인사·징계·고소 등 불이익이 이어지고 위험신호까지 나타난다면 교육당국이 보다 선제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필요한 보호 조치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왼쪽 여섯번째) 등 전교조 관계자와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한국투명성기구, 호루라기재단 관계자들이 지난 7월2일 수원 영통구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열린 '이천 사립고 공익제보 교사 사망사건 특별감사 및 사립학교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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