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뢰의 조건
2026-09-15 06:00:00 2026-09-15 06:00:00
지방선거가 끝난 뒤 전국 지자체의 재정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는 경기도는 감액 추경을 진행하고 있고, 대전시도 대형 사업 37개를 중단·재검토키로 했습니다. 인천시도 현금 지원성 사업을 중단하고 부족한 재원을 기금에서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선 복지시설 같은 어려운 곳이 더욱 취약해진다는 점입니다.
 
최근 인천의 한 복지시설을 취재할 일이 있었습니다. 구청에서 매달 종사자 인건비 500만원을 받고 있는데, 재정난으로 지원이 끊기게 생겨 11~12월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는 얘길 들었습니다. 지원이 끊기면 10명 남짓한 시설 종사자는 일을 할 수 없고, 시설도 폐쇄돼 이용하는 회원 30명도 갈 곳을 잃게 됩니다. 시설 대표가 구청장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정난이 심각해 인건비 지원 약속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1000만원 때문에 두 달 동안 40명의 일상이 흔들릴 위기입니다.
 
고개를 살짝 돌려 인천시의회를 바라봤습니다. 인천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가 기어코 해외 출장을 강행하려고 합니다. 다른 상임위는 논란이 일자 해외 일정을 취소했지만, 도시건설위는 다음 달 스페인과 포르투갈 출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산은 시의원 1인당 500만원으로, 8명이 가게 되니 4000만원이 듭니다. 가까운 곳에선 1000만원이 부족해 두 달 동안 40명이 일상을 위협 받는데, 누구보다 지역 사정에 밝아야 할 인천시의회 의원들은 의회 밖을 살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시의원들의 해외 출장이 뭐가 문제냐고, 의정활동의 연장이라고 반론할 수 있습니다. 해외 모범 사례를 견학하고 그걸 지역 사정에 맞게 적용시킬 수 있다면 가성비 좋은 투자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해외 출장을 외유성으로 소비하고, 현지에서 추태를 부린 지방의회의 부끄러운 과거를 우리는 기억합니다. 인천경찰청은 최근 해외 출장 항공료를 부풀린 인천의 지방의회 의원 등 24명을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인천시의회는 인천아시안게임을 치른 2014년 말 이듬해 본예산에서 각종 복지 예산을 삭감한 뒤 출장 예산으로 남은 3300만원을 다 털어 해외 연수를 추진해 비판을 받았습니다.
 
외부에 밝혀진 내용만 이정도입니다. 지방의원들과 해외 출장을 다녀온 공무원들의 얘길 들어보면 숙소와 식당 예약은 물론 사진 기사, 현지 가이드 역할, 의원들 짐 나르기, 보고서 대필 등 수많은 일을 자신들에게 떠넘긴다고 합니다.
 
신뢰는 쉽게 생기지 않습니다. 믿어달라 말하기 전에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게 먼저입니다. 인천시의회는 타인의 눈에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비쳐질지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최태용 공동체부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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