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한컴, 본업 부진할 때마다 계열사 매각…순이익 '착시'
한컴인스페이스 지분 매각…처분이익 222억원
한컴프론티스·디스토리 대여금 81억원 전액 대손
영업이익 감소·영업현금 적자…본업 회복 과제
2026-09-18 06:00:00 2026-09-18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9월 15일 18:0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용현 기자] 한글과컴퓨터(030520)(이하 한컴)가 본업 부진을 계열사 지분 매각으로 메우는 흐름을 되풀이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한컴인스페이스 처분이익 덕에 순이익은 43.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줄고 영업현금흐름은 적자로 돌아섰다. 과거 계열사에 빌려준 대여금마저 잇달아 대손 처리된 가운데 남은 투자자산의 수익성과 추가 매각 여력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한컴 본사 전경. (사진=한컴)
 
순익 웃었지만 본업 수익성은 뒷걸음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컴은 최근 한컴인스페이스 지분 26.08%를 319억 2321만원에 처분했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지분법을 적용하는 관계기업으로 매각해도 매출·영업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처분손익만 관계기업투자손익이라는 계정을 통해 당기순이익에 반영된다.
 
매각 배경은 지배구조 정리였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지난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으나 올해 2월 한국거래소 예비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 회사 측은 "지배구조에 대한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보유 지분을 정리하면서 지배구조 연결고리를 해소한 셈이다.
 
다만 이 처분이익으로 실적 부진이 가려졌다. 실제 상반기 영업이익은 22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6%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310억원으로 43.4% 증가했다. 본업에서 번 돈은 줄었는데 지분을 팔아 얻은 이익이 순이익을 끌어올린 것이다.
 
관계사나 자회사 지분 매각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서로 다르게 기록된 경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컴은 앞서 2022년 7월에도 자회사 한컴MDS 지분 32.21%를 플레이그램에 95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한컴MDS는 당시 한컴이 지배력을 행사하던 연결 종속회사였던 만큼 매각으로 연결 대상에서 제외되자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이 한꺼번에 영향을 받았다. 매각 직후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8.2%, 42.1% 감소했지만, 순손실을 내던 한컴MDS가 연결에서 빠지면서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168억원으로 285.2% 증가했다.
 
4년 전에는 연결 실적 전체가 흔들리며 순이익을 지켜낸 것이고 이번에는 매출·영업이익 변동 없이 처분이익만 순이익에 얹혔다는 차이는 있지만, 계열사 지분을 정리해 순이익을 방어한 결과는 같다.

 

본업의 수익성이 낮아진 배경에는 매출 구성의 변화가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원가율은 31.4%에서 41.5%로 높아졌는데, 원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조부문 매출이 357억원에서 672억원으로 88.3% 급증하면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영향이다. 다만 실제 연결 영업이익을 끌어내린 건 금융부문의 적자전환과 계열사 간 내부거래 제거 조정 확대였다. 금융부문은 5000만원 흑자에서 36억2000만원 적자로 돌아섰고, 계열사 간 거래를 연결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제거하는 조정액도 5억원에서 28억7000만원으로 5배 넘게 늘었다.

 

비용 부담 역시 장기적으로 가벼워졌다고 보기 어렵다. 상반기 판관비율은 매출 증가에 힘입어 51.8%에서 46.0%로 낮아졌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2023년 46.2%에서 2024년 48.2%, 2025년 49.5%로 3년 연속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비율 개선만으로 최근 이어진 비용 부담 확대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처럼 본업에서 남기는 돈이 줄어든 상황은 현금흐름에서 더 분명하게 나타났다.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125억원 흑자에서 올해 2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채권이 160억원, 재고자산이 219억원 늘면서 매출로 잡힌 금액이 현금으로 회수되기까지 더 많은 자금이 묶였다. 순이익은 43.4% 늘었지만 정작 영업에서 만들어낸 현금은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대여금 회수 실패에 남은 투자자산도 부담
 

문제는 현금이 묶인 데 그치지 않고 과거 계열사에 빌려준 대여금에서도 회수 실패가 확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미수금과 장단기대여금의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88.3%, 81.0%에 달한다. 2024년 각각 51.9%, 44.3%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높아졌다. 이 중 한컴프론티스에 빌려준 53억 8200만원과 디스토리에 빌려준 27억 2880만원은 전액 대손처리돼 두 대여금만 합쳐도 81억원을 넘는다.

 
특히 디스토리는 한컴이 별도 지분 관계를 공시하지 않은 곳이다. 한컴은 이 회사에 약 27억원을 빌려줬지만 결국 전액 대손으로 처리했다. 본업의 현금창출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과거 투입한 자금까지 회수하지 못하고 손실로 확정되면서, 단순히 손익계산서상의 영업이익 감소보다 현금 관리와 자금 운용의 문제가 더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한컴이 보유한 주요 투자자산을 보면 매각 카드가 과거처럼 강력할지는 미지수다. 한컴이 62.78%를 보유한 한컴이노스트림의 장부가액은 174억원으로 영업권 손상평가가 2년 연속 감사인의 핵심감사사항으로 다뤄졌다. 이 외에도 유디엠은 장부가액 92억원에 상반기 순손실 34억원, 스페인 상장사 FACEPHI는 장부가액 59억원에 순손실 74억원, 대만 소프트웨어사 Kdan Mobile은 장부가액 40억원에 순손실 74억원을 기록했다. 장부에 남아 있는 자산 상당수가 이미 손실이나 손상 가능성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는 셈이다.
 
한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한컴인스페이스 매각은 AI 및 글로벌 사업 집중을 위한 포트폴리오 재편 차원"이라며 "한컴프론티스·디스토리 대여금 대손처리도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회수 불확실성을 보수적으로 반영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연결 기준 현금흐름 변동은 한컴라이프케어 등 종속회사의 계절적 요인이 컸다"고 덧붙였다.
 
이용현 기자 hiyori08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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