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보금자리론의 '결혼 페널티'가 완화됐지만 서울 신혼부부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소득 문턱은 낮아진 반면, 대상 주택가격은 6억원 이하로 그대로이기 때문인데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3억원을 넘어선 만큼 소득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실제 보금자리론을 활용할 수 있는 주택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29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다음 달 19일부터 신혼부부의 합산소득이 기준을 넘더라도 부부 중 한 명의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라면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8·13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입니다.
보금자리론은 주금공이 공급하는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방식의 주택담보대출인데요. 현재 신혼부부 소득기준은 무자녀 가구의 경우 부부 합산 연소득 8500만원, 1자녀는 9000만원, 2자녀 이상은 1억원 이하입니다. 기존에는 부부가 각각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결혼 후 합산소득이 상한을 넘어서면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소득 기준을 넘더라도 부부 중 한 명의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라면 대출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부부의 연소득이 각각 6000만원과 1억원이라면 합산소득은 1억6000만원이지만, 연소득 6000만원인 배우자를 기준으로 보금자리론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상환능력 역시 부부 합산이 아닌 해당 차주의 소득과 부채를 기준으로 심사합니다.
서울 중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에서 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6억 주택 턱 없이 부족
이른바 ‘결혼 페널티’가 사라지면서 대출 문턱은 내려갔으나, 이미 크게 오른 집값을 감안하면 실제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보금자리론 대상 주택은 기존과 같은 6억원 이하로 유지되는데요. 구입 용도의 경우 시세 정보나 감정평가액, 실제 매매가격 중 어느 하나라도 6억원을 초과하면 원칙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이 기준을 충족하는 주택을 찾기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주택 수요가 집중된 서울에서는 아파트 가격과 보금자리론 주택가격 기준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입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3억1333만원으로, 통계가 집계된 200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13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중위가격은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을 의미합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해 4월 10억원을 넘어선 후 12월엔 11억556만원으로 11억원을 웃돌았습니다. 올해 들어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졌습니다. 지난 3월 12억원을 기록한 뒤 6월 12억5500만원, 8월 12억9167만원을 거쳐 이달 13억2000만원에 육박했습니다.
1년 사이 약 2억6700만원, 25% 넘게 오른 것으로, 보금자리론 주택가격 상한인 6억원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아파트뿐 아니라 서울 단독주택 중위가격도 9억원에 달해 6억원 이하 주택을 찾으려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연립·다세대주택 등으로 선택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결혼 페널티 완화로 정책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신혼부부는 늘어나지만, 직장 접근성과 향후 출산·육아 등을 고려해야 하는 신혼부부 특성상 서울에서 6억원 이하 주택을 찾기는 쉽지 않아 실질적인 활용도는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겁니다.
기준 현실화 두고 '갑론을박'
보금자리론의 주택가격 기준을 최근 시장 상황에 맞게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6억원 이하 기준은 주금공이 2004년 설립된 이후 모기지론을 공급할 당시부터 적용됐습니다.
2009년 소득세법상 고가 주택 기준이 9억원으로 상향되면서 보금자리론 취급 대상 주택도 9억원 이하로 확대됐으나, 2017년 1월부터 6억원 이하로 다시 내려갔습니다. 이후 주택가격이 크게 오른 만큼 소득 기준과 함께 주택가격 기준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서울에서는 6억원 이하 주택을 찾기가 쉽지 않고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신규 분양 주택 가운데 이 기준을 충족하는 물량은 제한적"이라며 "소득 기준만 완화하고 주택가격 기준을 그대로 두면 정책의 엇박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집값이 크게 오른 현실을 감안하면 주택가격 기준을 9억원 정도로 높여야 신혼부부가 실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며 "주거 문제는 결혼과 출산에도 연결되는 만큼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주택가격 기준 상향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 역시 적지는 않습니다. 기준을 높일 경우 정책금융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주택 구입 수요까지 지원한다는 논란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실수요자 지원이라는 정책대출의 취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 상승으로 현재 주택가격 기준이 충분하지 않은 측면은 있다"면서도 "정책대출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망이라는 성격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주택가격 기준을 상향하는 데는 사회적 논란이 따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서울 아파트만 놓고 보면 보금자리론을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연립·다세대주택이나 서울 이외 지역까지 보면 선택지는 있다"며 "정책대출은 실질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계층에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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